독서본능-불의문, 살육과 문명
독서본능-불의문, 살육과 문명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6.03
  • 호수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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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문」 스티븐 프레스필드
강철같은 육체미를 자랑하는 남자들의 할리우드판 무협영화, ‘300’이 묘사하는 전투는 거친 테크노 뮤직과 함께하는 댄스에 가깝다. ‘300’의 시선은 전쟁을 찬양하고 살육을 아름답게 치장한다.

강철같은 육체미를 자랑하는 남자들의 할리우드판 무협영화, ‘300’이 묘사하는 전투는 거친 테크노 뮤직과 함께하는 댄스에 가깝다. ‘300’의 시선은 전쟁을 찬양하고 살육을 아름답게 치장한다.

하지만 기원전 480년에 테르모필레 계곡에서 적과 가족 사이에 서 있어야 했던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은 결코 살육이 아름답다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곳에서 죽어갔던 것일까.

스티븐 프레스필드의 명저,「불의 문」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아니. 죽기 위해 그곳에 갔던300명의 전사들에 대한 소설이다. 전사를 길러내는 스파르타, 하지만 스파르타의 전사들도 청동의 투구 뒤에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이 있는 남자였다.

스티븐은 그 남자들이 전사가 되어 테르모필레로 향하기까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철저한 고증과 풍부한 사료를 통해 탄생한「불의 문」은 아마존 차트 1위를 달성함과 동시에 ‘디스커버리’에서 이 소설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만큼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닌 300명의 전사들은 불멸의 신화를 남겼다. 그들이 이뤄낸 전설에 대해 스티븐은 테르모필레에서 최후의 날을 맞은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스파르타인은 후세에 무엇을 남기겠느냐? 대리석이나 청동으로 만든 조각품이 아니라, 바로 이것.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행하는 것을 남길 것이다”

한마디: 남자라면 책장을 덮는 순간, 한 사람의 전사로 거듭났음을 느끼게 된다.

 

「살육과 문명」 빅터 데이비드 핸슨

심심찮게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는 논쟁이 있다. ‘로마군이랑 고구려군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질문들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고구려 압승!’을 외치며 그 중 몇몇은 ‘전장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전투 자체가 그렇게 핏대를 세워야 할 만큼 의미가 있을까?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의 정신적 스승이기도 한 빅터 데이비드 핸슨 교수는「살육과 문명」에서 전투와 전쟁의 승부는 물리적 힘에 의해 갈리는 게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문화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단언한다. 로마군이 조직적인 방진을 짜고 싸우는 데 비해 게르만 전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모습, 가미가제로 뛰어드는 일본군의 모습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서양은 우리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핸슨 교수는 이러한 서양의 군사적 우위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 자유 민주주의, 합의와 명예를 존중하는 가치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핸슨 교수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월남전에 이르기까지의 아홉 개의 전투를 통해 서양 문명을 오늘날처럼 강하게 만든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핸슨 교수의 관점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서양의 강함을 입증하는 교수의 이야기는 때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살육과 문명」이 보여주는 가치는 분명히 대부분의 강력한 서양 국가들의 사회 제도와 문화에 녹아들어 있는 가치라는 점이다.

한마디: 읽고 나면, 고구려가 이긴다는 종류의 이야기를 우습게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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