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대학사회에 어떤 변화 가져왔나
신자유주의 대학사회에 어떤 변화 가져왔나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6.03
  • 호수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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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신자유주의의 신고용구조, 신풍속도 낳는다

경영학과의 한 전공강의실.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대형 강의실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의 고위급 임원이 특강을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성공하는 경영노하우, 최신 취업성공전략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의가 진행되는 두 시간 내내 강의실 안은 강연자의 목소리와 학생들의 볼펜소리만이 가득했다. 박수소리도 자주 들을 수 있었고 질문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강연자의 바쁜 일정 때문에 질문을 다하지는 못했다.

인문학 계열의 한 교양강의실.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강의실이지만 강의를 듣는 학생 수가 15명밖에 안되다 보니 빈공간이 유독 커 보인다. 한 때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의 한 축을 이루며 인기교수로 이름을 날렸던 B교수는 한 학기에 30~40명 남짓한 학생들을 가르친다.

오늘은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주제로 학생들과 토론을 벌인다. 경제구조의 세계화과정에서 나타난 취업난과 이에 따른 젊은 층의 보수화가 인문학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한 학생의 지적에 B교수는 한숨만 지을 뿐이다.

대학에 파고든 신자유주의
최근 동국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학본부와 교수, 학생간의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다. 북한학과와 독어독문학과의 학과 존폐문제를 둘러싸고 각 주체가 대립한 끝에 정원을 50% 감축하는 선에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동국대 문제는 소위 ‘비인기학과’를 축소·폐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북한학과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급격하게 줄어든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도로 인해 비인기학과로 전락했다. 독어독문학과 역시 최근 수년간 불어 닥친 일본어·중국어 바람에 밀려 학생들의 수요가 적은상황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독일어가 갈수록 줄고 있어 입학생들의 평균적인 독일어 수준도 저하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비인기 학과의 축소·폐지가 철저히 기업채용수요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등에서 경영학과 등 일부 학과의 학생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연히 인기학과가 될 수밖에 없다.

 인기학과에는 학생들이 몰리고 학교의 지원역시 강화된다. 반면 기업의 채용과 거리가 먼, 특히 인문학 계통의 학과들은 학생들의 외면과 대학의 지원약화 과정에서 갈수록 도태되고 있다.

최근 양배움터 중복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논의가 수면아래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학교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폐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 학과의 경우 삼성 기업이 더 이상 해당학과 졸업생을 선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소문의 진위여부를 떠나 현재 대학의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의 이 같은 방향성은 신자유주의 경제구조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 대학사회에도 신자유주의가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이다.

고시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의 한 패스트푸드점. 이곳을 스터디룸으로 활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처럼 파격적인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취업난이 몰고 온 신 풍속도

고착화된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이 가속 폐달을 밟고 있는 것과 별도로 학생들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시장의 여파로 학생들은 취업전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에 치열하다.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은 신자유주의 경제구조에서 비롯된다. 비정규직이 쏟아져 나왔고 직장을 옮기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평생직장개념이 사라졌다. 취업이 어려워지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취업에 임하는 대학생들의 자세도 달라졌다.

연말 총학생회 선거에 ‘스터디룸 대여’와 같은 공약이 나올 정도로 스터디를 구성해 취업에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또 도서관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유료 스터디룸까지 생겨나고 있다. 공부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공부하기 위한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또 어학연수는 기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전선에서 영어에 갖는 부담감 역시 상당하다. 취업준비생들은 토익학원 수강은 기본에 해외어학연수의 기회를 찾아 분주한 모습이다. 대학가 게시판에는 각종 사설영어학원 등지에서 붙인 어학연수 전단지가 수두룩하게 붙어있다. 또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요소마다 영어 학원들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이 숱한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격증 열풍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신풍속도 중에 하나다. 컴퓨터능력, 한자능력, 정보처리 등의 자격증은 이미 ‘고전’이 된지 오래고 MOS 등 최근 새롭게 등장한 자격증을 보유하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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