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 창의인재교육원에 잠입하라
작전명 : 창의인재교육원에 잠입하라
  • 조윤영 기자
  • 승인 2007.06.03
  • 호수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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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열무제 기자체험기

한 학기 동안 동고동락하며 연습해 온 무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 즐기는 시간이었다.

연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10명의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2개월, 그 시간 안에 프로젝트 기획 및 제출까지 끝내야 한다. 이는 창의인재교육원에서 매 학기마다 펼쳐지는 기숙사 축제(이하 열무제)다.   

기자는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좁디좁은 대학교 문턱을 넘어선 풋풋한 07학번 새내기다. 신입생으로서 창의인재교육원에 의무 입사, 그 후 본격적인 열무제 준비에 들어갔다. 기자가 속한 여자 멘티팀 ‘AIDA’는 맞은편 건물의 남자 멘티팀 ‘오~열무김치’와 연합해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모임에 역시 술이 빠질 수 없다. 남자 멘티팀과의 두 번째 만남은 학교 인근 주점에서의 가벼운 술자리였다. 오고가는 술잔 속에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빗장을 점차 열어나갔다. 그러나 술 이기는 장사 없다 하지 않던가. 분위기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즐기다가 창의인재교육원의 통금 시간을 훌쩍 지나버린 것이었다. 비록 부정한 방법이었지만, 우리는 멘토·부멘토의 권력을 등에 업고 한밤중 무사히 기숙사로 귀가했다. 이날 만남 이후, 멘티들은 장난으로 농담을 건넬 수 있을 만큼 돈독한 사이가 됐다.

우리 팀은 연극을 가미한 합창공연을 기획했다. 2명의 학생이 대학교에 입학해 여학생은 성실히 대학 생활을 하는 반면 남학생은 학업을 소홀히 한 나머지 학점이 좋지 않자 무릎팍 멘토 도사를 찾아가 고민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기자는 도사 옆에서 남학생의 고민을 같이 들어주는 역을 맡았다. 단지 본 기자가 그 역에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몇몇 멘티들이 개인 사정으로 열무제 연습에 불참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멘토·부멘토들은 연습에 소홀한 멘티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멘티들의 태도에 별다른 진전이 없자 멘토·부멘토가 팀 프로젝트에서 손을 때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공연은 하루하루 가까워지는데 이렇다한 성과물이 없자 슬슬 불안해진 우리는 공연 몇 일전부터 급히 모임을 가졌다. 매일 새벽 1시까지 목 상태가 악화될 정도로 합창 연습을 하는 등 막바지 연습에 들어갔다. 그 결과, 우리 팀은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공연 전날 간신히 준비를 끝마쳤다.

공연 시간이 다가왔다. 당일 사전에 미리 모여 최종연습까지 완벽하게 마친 상태였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우리 팀이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무대의 막이 올라가자 학생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우리는 최선을 다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열무제 결과, 연속 사진 촬영 기술을 사용해 대학생의 일과를 찍은 영상물을 제출했던 ‘7층 개난사’(박제기 외 9명) 멘티팀이 팀 프로젝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최우수 작품에게는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30만원의 상금을 수여해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아쉽게도 우리 팀이 수상하지 못했지만 기자는 열무제 준비로 인연을 맺게 된 19명의 멘티와 끈끈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전생에서 수천수백번의 만남이 있었다고 해도 현생에서 길을 걷다 우연히 그 사람을 다시 마주칠 수 있는 기회는 백만분의 일 확률로 극히 희박하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봤을 때, 기자가 만난 19명의 멘티 모두 기자의 전생의 삶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던 사람이지 않을까싶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이 중 누군가가 기자의 반쪽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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