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지난 마감에 한 일을 알고있다.
나는 네가 지난 마감에 한 일을 알고있다.
  • 윤영미 기자
  • 승인 2007.05.26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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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한 여름날 자정. 주위에 사람들은 종적을 감췄고 귓가에 맴도는 바람소리조차 기이하게 들린다. 추적추적한 사회대 샛길을 비틀비틀 걸어오면 어슴푸레한 형광등이 을씨년스럽게 깜빡거리는 곳이 있다.

“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이 들린다. 눈을 부릅떠 몽롱한 정신을 간신히 잡아끌어 근원을 찾아간다. 신문사다.
‘끼이이익. 덜컹!’

철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문을 열자 다크서클을 눈 밑에 내리깔고 흡사 시체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오래된 사양의 컴퓨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가끔 주문을 외우는 웅성거림과 노랫소리가 들린다. 고막을 찢어내는 듯 한 웃음소리도 들린다.

그러더니 삽시간 서로를 향해 비난을 하기 시작하고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뜯는다. 공포감에 사로잡혀 회의실로 뒷걸음질 쳤다. 그곳에서는 현실에 대한 증오와 형이상학적인 말들을 나누고 있는 검은 그림자가 비밀스럽게 둘러앉아 있었다.

마감을 종전에 둔 금요일 밤 신문사의 풍경이다.

극도의 피곤함과 기사의 압박이 휘몰아치는 마감이 닥치면 기자들은 기가 허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신문사에도 귀신을 목격한 기자들이 몇몇 있다. 그러나 피곤함과 잠에 대한 불타는 욕구는 공포를 이긴다. 그래서 한 기자는 신문사 쪽방에 붙어있는 처녀귀신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잠을 청했다고 한다. 후문에는 귀신이 참 예뻤다고 한다.

방학 때 우리학교 전체가 정전이 돼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이 엄습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홀로 신문사를 지키고 있던 여 기자는 그 상황에 소스라치게 놀라 복도로 반사적으로 튀어나갔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만난 것은 같은 학생회관 5층을 사용하고 있는 한양교지의 학생이었다. 그 때 여 기자를 공포의 수렁으로 몬 것은 어둠이 아니라 방학 때 갈 곳 없이 이곳에 있는 우리학교 언론인의 동질감과 묘한 부끄러움 이었다고 한다.

신문사에 처음 온 63기들은 냉기가 감도는 금요일 마감을 앞 둔 분위기가 많이 낯설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수습기자는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분위기가 무서웠다고 심경고백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평일에 아무 이유 없이 평일에도 텅 빈 신문사에서 자청해서 잠을 자기도 하는 등 가공할만한 적응력을 보이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한양대학보 기자들은 신문사에 기생하는 집 귀신같기도 하다.

뜬금없이 신문사로 찾아와 잠을 청하니 말이다. 이 글을 보는 독자 중에 초여름 밤이 덥고 공포를 체험하고 싶은 분이 혹시나 있다면 금요일 밤 신문사로 오라. 아무도 손님이라고 챙겨주지 않고 마감에 정신 팔린 기자들로 인한 썰렁함과 어색함에 소스라치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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