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 맞은 영혼 - 마음 속 눈의 여왕을 녹여버리자
따귀 맞은 영혼 - 마음 속 눈의 여왕을 녹여버리자
  • 윤영미 기자
  • 승인 2007.05.26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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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살인광은 전에 일했던 직장에서 아홉 명을 쏘아 죽이고 열두 명을 다치게 했다. 버지니아 공대 참사와 닮아있는 이 사건은 가해자가 주식 거래에서 손해를 본 앙갚음으로 행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아내와 두 아이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전적이 있었던 그는 이 사건으로 체포되자 자살해버렸다. 그에게는 이 극단적인 행동이 견딜 수 없는 마음 상함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였던 것이다.

어떤 일로 인해 정신적으로 상처받는다고 느낄 때의 내면의 상태. 그것을 '마음 상함'이라고 한다. 전쟁?죽음 같은 사건에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거절당한 것 같은 사소한 일까지 일상생활에서 마음 상함은 그 형태와 상처의 깊이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좋은 술친구로써 마음 상함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유지시키는 것이 버거울 정도의 마음 상함은 트라우마로 변질 돼 다른 인간관계에서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배르벨 바르데츠키의 「따귀 맞은 영혼」은 저자의 심리 상담소에서 일어난 사례와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바탕으로 마음 상함에 대처하는 자세를 다룬 책이다. 게슈탈트 심리 치료는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인간적인 접촉을 중시하는 치료방법으로 실제로 책을 읽는 독자는 풍부한 사례에 자신을 투영시키고 조언해주는 나긋나긋한 글투에 상담실에 있는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상처 없는 삶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우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에서 꽁꽁 얼어붙은 카이의 심장을 녹여준 게르다의 뜨거운 눈물 따위는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고 따뜻하게 받아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상처 난 부위를 들여다보고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한마디 : 에프터 서비스는 각자의 몫. 하지만 책을 읽고 있을 때만은 신경안정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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