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유머를 넘보다
연구, 유머를 넘보다
  • 윤영미 기자, 신승호 기자
  • 승인 2007.05.26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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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엄마와 같은 키의 여성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TV시청 한시간이 피자 한조각과 같은 칼로리 섭취효과가 있다’

다소 황당하고 억지스런 위 명제는 믿기 어렵겠지만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계연구과와 미국 하버드대 보건학과가 정교한 실험설계 끝에 얻어낸 학술성과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연구결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리가 학문에 품었던 기존의 고정관념은 정혜원<사회대ㆍ사회과학부 07>이 “연구는 제목만 봐도 다가가기 어렵다”고 말한 것처럼 딱딱함과 어려움 그 자체였다. 이처럼 지루함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쓴 학술은 지금 이 순간 해명을 시도한다.

노벨상의 권위를 패러디한 이그노벨상(Ig Noble prize)은 과학 유머 잡지인 ‘기발한 연구연감(AIR)’이 주최하며 해마다 괴짜 연구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이그노벨상의 수상기준은 웃기면서도 한번쯤 다시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연구다.

지난해 수상자는 ‘사진을 몇 번 찍어야 눈을 감는 사람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결과 1/(1-xt)ⁿ공식을 도출한 수학자 피어스 반스를 비롯해서, 황당한 발상이 돋보이는 ‘딱따구리가 왜 두통에 시달리지 않는 것인가’를 다룬 조류학자 이완 슈왑 등 10여명에게 돌아갔다.

이그노벨상이 ‘매년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에 주는 상’이라고는 하나 수상자들은 수상 상금이 한 푼도 없는 이 시상식에 자비를 들여서 까지 흔쾌히 참석을 한다. 이그노벨상은 이제 과학자들의 창의력과 실험정신에 박수를 보내는 연래 행사인 것이다.

마크 베네케의 책「웃는 지식」에는 이그노벨상 수상자들과 탈락자들의 유쾌한 발명과 발견 이야기가 담겨있다. 얼핏 농담 따먹기와 같은 책으로 오해받기 쉬우나 찬찬히 뜯어보면 과학자들의 신선한 발상과 끈질긴 인내심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비키 실버즈와 데이비드 크레이너는 ‘밑줄이 그어진 책을 보면 공부에 도움이 될까’라는 사소한 것에 의문을 품었다. 이를 위해 선뜻 밑줄이 올바르게 쳐져 있는 텍스트와 그렇지 않은 텍스트ㆍ아무것도 쳐져 있지 않은 텍스트를 나눠 학생들의 이해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밑줄이 전혀 그어지지 않은 텍스트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밑줄이 올바르게 쳐져 있는 텍스트ㆍ그렇지 않은 텍스트 순이었다. 이는 밑줄을 치며 공부하는 우리의 공부 습관에 경종을 고하는 연구가 됐다.

이그노벨상 수상작처럼 기발한 연구를 하겠다고 작정하고 덤벼든 학술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발명 속에는 번뜩이는 재치가 담겨져 있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떨어지는 사과에서 보았듯 말이다. 연구에 있어 돈오점수와 창의력은 중요한 먹잇감이다.

가령 초기 엘리베이터의 낮은 속도에 대한 불만을 낮은 비용을 들여 극복하기 위해 거울을 부착했다거나 치약을 짜는 원리에서 샤프를 고안한 것처럼.

독특한 발상과 끈질긴 집착만 있다면 학술연구와 실험은 더 이상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특허와 실용신안 출원 건수는 지난해 20만 건에 이르렀고 이에 맞물려 일반인들의 독창적 시각이 돋보이는 발명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자동온도조절장치를 부착해 김이 서리지 않는 거울’이나 ‘엄마심장소리를 녹음한 아기요람’이 좋은 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메인뉴스에는 시시각각 흥미롭고 놀라운 뉴스로 네티즌의 마우스를 유혹한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메인뉴스의 단골 아이템 중 하나가 새로운 연구발표의 소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연구논문임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남자보다 물건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나 ‘천정의 높이가 사고방식을 바꾼다’같은 표제는 연구에 그치지 않고 유머와 유희의 수단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번뜩이는 호기심의 산실이자 친숙함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까지 하는 연구와 학술. 이제는 말한다.
“편견을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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