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1인 미디어 시대, 인터넷은 UCC 동영상으로 넘쳐난다. 대형 미디어가 독점해왔던 보도의 신속성과 현장성이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각 방송사들은 UCC의 도전에 어떤 방식으로 응전하고 있는가. UCC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고품질로 승부하는 방송사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을 알아봤다.
1. 더욱더 깨끗한 영상
전 국민이 월드컵 열기로 들끓었던 2002년, 그 감동의 순간에 우리와 함께 한 것은 위성으로 전송된 고화질의 HD 영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경기를 즐기며 감동할 때 정작 중계하던 방송사들은 위성이 쏘아보낸 ‘깨진 영상’을 생생한 화면으로 바꾸느라 여념이 없었다.
위성신호를 이용해 영상을 전송하는 압축전송방식은 데이터를 패킷당 1.64MB로 압축해야만 한다. 그보다 큰 용량의 영상은 위성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번 보내진 영상은 편집할 수 없고 방송국으로 중계된 화질도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인이 접하는 화질은 큰 차이가 없지만 중간과정이 상당히 수고스러운 것이다.
반면 우리와 함께 월드컵을 중계했던 일본은 2002년에 위성 중계방식보다 한 걸음 앞선 CWDM(저밀도 파장 분할 다중 방식) 방식을 활용했다. CWDM은 비압축전송방식을 채택한다. 이 방식은 위성으로 보내기엔 대용량의 영상을 압축하지 않고 인터넷에 이용되는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그대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방송국에선 훨씬 깨끗한 영상을 받아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컴퓨터 그래픽을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HD 신호를 CWDM 신호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광분파장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광분파장치 응용기술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광분파장치를 다루는 동양디지털의 황인 상무이사는 “올 초부터 각 방송사에서 광분파 기기를 도입하고 있다”며 “기기 하나당 7천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추세를 보면 내년중엔 완전히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 현실 이상의 무언가를 전달하는 음향효과
5.1채널까지 지원하는 가정형 전자제품의 발전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음향효과를 구현했다. 조잡한 음원에서 나는 잡음과 현장감을 느끼게 하는 고품질의 효과음이 확연히 구분됨에 따라 그 동안 상대적으로 음향기술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던 각 방송사들의 음향 분야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제17회 국제 방송·음향기기 전시회에도 음향장비에 관심을 갖는 방송업계 관계자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전까지와는 달리 최근의 동향은 인터넷과 연결되어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제어가 가능한 장비들이 주목을 받았다. KBS, SBS에서 개설한 멀티미디어 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음향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주)야마하의 PM 5D-RH 디지털 믹싱 시스템이 개발돼 시중에 선보였다. 노트북과 연동되거나 다중음원을 동시에 믹싱할 수 있는 기능과 음향보정을 가능케 하는 제품들은 최소 4천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으로 투자능력을 갖춘 방송사의 경쟁우위를 확보한다.
3. 집적화된 시스템 제작방식
하나의 영상이 완성되려면 수많은 설정과 편집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런 능력을 갖춘 고급 인력이야말로 방송사의 강력한 무기였다. 그러나 인터넷과 편집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개인 UCC 제작자들이 편집능력을 갖춤에 따라 방송사들은 기존보다 적은 인원으로 훨씬 뛰어난 영상 편집 능력을 구현하기 위해 집적화(integration)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이미 불완전한 영상을 보정하는 편집기술, 각 개인의 TV 사이즈에 맞는 화면 최적화 기술 등의 정밀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집적화는 이런 정밀기술을 통합한다. 과거엔 수많은 인력이 오랜 시간을 들여 작업해야 했지만 집적화에 따라 이처럼 불필요한 작업 이 감소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개의 인력이 더욱 가치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PC 하나로 모든 방송시설을 통제하는 ‘TBS-9000’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구현한 클릭마스터의 최규태 실장은 “집적화는 아무거나 조합해서 만들면 되는 게 아닙니다”며 “시스템을 적용하며 수많은 충돌과정과 버그를 해결해서 시스템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점도 존재합니다”고 말했다. 첨단기술의 집적화와 유휴인력의 세분화를 통해 각 방송사는 전문가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