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날 그만 내버려둬”
은둔형 외톨이, “날 그만 내버려둬”
  • 박용진 기자
  • 승인 2007.05.20
  • 호수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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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감금된 사람들, 그들을 구출하는 방법은

△ 은둔형 외톨이, 그들의 생활

일어났다. 오전 10시다. 매일같이 방청소를 미루다보니 방은 지저분하다. 이번 달의 절반은 나가지 않았고, 학교에도 일주일째 나가지 않았다.

오늘도 방에서 나가지 않고 다섯 시간째 컴퓨터만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무료하다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지 않다. 홀로 있을 때가 훨씬 편하다. 어차피 내 생각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에게 말을 걸면 모두 부정적으로 말한다.

어머니는 “왜 그렇게 사냐”며 “네가 계속 이렇게 살면 엄마는 화병으로 죽겠다”고 소리친다. 어떤 때는 화내며 때리기까지 한다. 아버지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어머니와 비슷하다. 같은 반 학생들도 “너는 왜 그렇게 폐인처럼 사냐”고 비웃는다. 그러면서 나를 폐인, 정신 나간 놈으로 취급하기 일쑤다.

다음 날, 오랜만에 씻고 학교에 갔다. 맨 앞자리에 앉은 나는 뒤에 있는 친구들의 눈이 두렵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또, ‘내가 앞에 앉아서 뒤돌아보지 못할 때 날 놀려대겠지’라는 생각에 다시 학교와 친구들이 싫어진다. 2교시가 끝나고, 언제나 그랬듯이 한 친구가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시킨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기 싫어서 할 수 없이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점심시간, 나는 갑자기 내가 싫어지고 세상에 대한 환멸감이 들어서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방 안에 있는 나에게 한 상담원이 찾아왔다.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하기 싫어 방문을 아예 열어주지 않았다. 그 상담원은 두 시간동안 방문 앞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를 설득했다. 설득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과 심리 상담을 받았다. 상담이 별로 도움 될 것 같지 않았다. 상담원은 내 사생활에 관한 내용들을 캐물었다. 매우 기분이 상한 나머지, 질문에 대강 대답하고 나와 버렸다.

△ 은둔형 외톨이들, 그들을 구하라

우리사회에는 위와 같은 생활을 하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30만 명에 이른다.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까지 포함하면 3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넓은 세상보다 몇 평의 좁은 공간이 더 편하다. 컴퓨터를 통해 세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은둔형 외톨이를 부양하는 부모들은 노인이 되면 자식이 어떻게 살아갈지 많은 걱정을 한다.

방 안에만 있는 그들을 어떻게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은둔형 외톨이가 100만 명이 넘는 일본은 전문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이 학원에 기숙하며 공동체 생활을 접하고, 규칙적인 생활로 나빠졌던 건강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비용 때문에 저소득층 가정은 쳐다보기도 힘든 실정이다. 전문 기숙학원 이외에도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로 끌어내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상담전화와 그들을 대하는 방법에 관한 영상물도 제작되고 있다. 또, 일본정부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대책반을 구성해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은둔형 외톨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한양상담센터 이현숙 상담원은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아이들이 자신을 나타내기 힘들어 하다가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며 “다른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왜곡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은둔형 외톨이들을 이해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하면 그들을 사회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은둔형 외톨이들은 어릴 때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해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국내역시 일본처럼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을 통해 그들을 사회로 나오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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