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은둔형 외톨이 ‘찍어’ 낸다
대학 캠퍼스, 은둔형 외톨이 ‘찍어’ 낸다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5.20
  • 호수 12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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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ㆍ중ㆍ고 교육과정이 수동형 인간 만들어

지난 3월에 입학한 박 아무개 군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혼자 진학한 바람에 알고 지내던 친구가 없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에다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두려워 새터도 가지 않아 학기 초에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한 선배의 권유에 못이기는 척 동아리에 가입했지만 환영회 자리에서 술을 거절했더니 그 이후로 주변에서 말을 붙여주지 않는다. 동아리에도 슬슬 발길을 끊고 혼자 수업을 듣고 혼자 밥 먹는 시간이 많아졌다. 중간고사 성적도 실망스러워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 박 아무개 군은 학교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

 

학생식당에서 홀로 숟가락만 매만지고 있거나 대형 강의실 귀퉁이에 홀로 앉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대학 특유의 ‘스스로’ 구조가 이들을 혼자 생활하게 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의 12년 동안 미리 정해져 나오는 시간표에 익숙해져있고 학교에 나가지 않으면 관심을 가져주는 선생님이 있는 시스템에 적응돼있다. 매일 식단을 챙겨주는 부모님이 계시고 행여 볼펜을 가져오지 않으면 빌려줄 수 있는 짝이 있다.

하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다. 혼자 스스로 시간표를 짜야 하며 결강을 한다고 해서 전화해주는 교수님이나 친구도 없다. 한 학기 동안 한 번도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부모님이 알 도리가 없다. 그 성적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집으로 발송되지 않게 할 수 있다. 철저히 스스로식인 대학의 구조와 가족의 무관심이 한꺼번에 짓누르게 되면 그 학생은 은둔형 외톨이가 될 확률이 커진다.

축제 등 학교행사가 몰려있는 5월이 되면 이 같은 상황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축제 등으로 휴강을 하게 되면 이 학생들은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인기연예인의 공연과 학생들이 열어놓은 주점 등으로 캠퍼스 전체가 시끌벅적할 사이 이들은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축제라고 함께 놀자며 챙겨줄 친구도, 소속된 동아리도 없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운영되는 것이 대학사회다.

대학은 이처럼 은둔형 외톨이를 쉽게 생산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대학의 책임만은 아니다. 인격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춘기 시절을 보내는 초ㆍ중ㆍ고등학교 12년 과정이 사람을 철저하게 수동적으로 길들이는 시스템이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학교 안산배움터 학생생활상담실의 송언희 상담원은 “대학은 고등학교와 달리 교육기관을 넘어서 준 사회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 중ㆍ고등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에 소홀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의 특징도 대학 내 은둔형 외톨이를 생산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학내에서 ‘내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소속감을 심어줄만한 동아리, 학회 활동을 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단체생활에 익숙지 않고 혼자 생활하는데 익숙해져있어서 동아리나 학회에 소속돼 한 단체의 소속감을 느낄 기회도, 선후배나 친구들과 어울려 동료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도 스스로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생활상담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인숙<국문대ㆍ프랑스어권언어문화학과> 교수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경우 동아리나 학회활동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어느 집단이든 소속을 부정하지 않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얼마 전, 15~34세의 젊은이 중 교육을 받지 않고 구직에도 나서지 않는 사람들을 뜻하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 중 30%가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바 있다. 이는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젊은 층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04년 기준으로 국내 15~34세 인구는 약 1천450만4천명인데 이 중 청년실업자는 약 121만4천명, 그 중에서 니트족은 약 80만6천명에 이른다. 이 사회의 빠른 고학력화, 노동시장의 공급과잉 등이 이 같은 니트족을 양산하고 있다.

이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은둔형 외톨이가 출연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돌이켜보면 결국 교육, 취업문제 등 사회의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 이후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사건의 발단을 단순히 조승희 개인으로 국한하지 않고 미국 사회문제에 구조적으로 접근해 해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국내 역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조승희 사건의 경우 은둔형 외톨이가 가진 사회 불만들이 총기 난사라는 극단적인 예로 표출된 단편적인 사건일 뿐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어떠한 방법으로 표출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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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9:45:21
이 글은 대학에서 혼자 생활하며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학생들의 상황과 그 원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학의 스스로식인 구조와 초중고 교육의 부족, 개인주의 성향 등이 은둔형 외톨이를 쉽게 만들어내는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소속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