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은 잠재력ㆍ폭발력 있는 공간
대학신문은 잠재력ㆍ폭발력 있는 공간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5.14
  • 호수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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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출신 한겨례 김기태 기자에게 듣는 대학언론의 길

한겨례 김기태 기자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93학번이다. 1994년에 서울대 ‘대학신문’에 입사해 취재부장을 지냈고 졸업 후 한겨례 신문에 입사해 현재 24시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상계동 양지마을 ‘달동네에서 한달’ 시리즈가 좋은 반응을 얻어 2월에는 삼성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한양대 출입기자로 처음 인연을 맺었던 김기태 기자를 만나 대학언론의 길에 대해 물어봤다. <편집자 주>

일간지와 대학신문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 (일간신문)와서 당황을 많이 했는데, 대학신문은 방학 때 기획회의를 하잖아요. 방학 때 다음 학기의 기획을 다 만들어서 먹고살 준비를 하는 거죠. 일간지 같은 경우는 호흡이 다릅니다. 보통 사람들이 밥 먹는 시간이 30분이라고 하면 그것을 1/7로 줄여서 밥 먹는다고 생각하면 될 거에요. 물론 대학신문과 일간신문이 조금은 다르겠지만 취재와 기획을 병행해야 되다보니까 처음에는 그 리듬이 적응이 안됐어요.

대학신문 같은 경우 기획안이 만들어지면 기획안을 바꾸고 또 바꾸는 과정, 어찌 보면 요리를 너무 많이 해서 탈 정도로 숙성이 된 기획이 나왔었는데 일간신문 같은 경우는 겉절이를 만드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호흡이 빠른 부분이 있어요. 그것이 일간지 하면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이에요. 대학신문도 독자들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긴 하지만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용서가 되긴 하거든요.

물론 잘 만들어야 하고 본인 글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간지의 그것과는 다르거든요. 일간지는 용서가 안 되죠. 제가 숙성해야 하고 사실을 확인해야 되는 시간이 짧아지니까 정신이 없고 숨이 가쁘죠.
일간지는 부분적인 진실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일간지는 덜 틀린 이야기를 할 뿐이지 맞는 이야기라고 보기는 힘든 부분이 있어요. 구조적인 한계라는 것이 있고 업계에 있는 제가 이런 말 하는 것이 위험하긴 하지만 부분적인 진실을 담고 있는 매체라는 거죠.

대학신문 활동을 하면서 대학신문으로서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부분과 지켜야할 선에 대한 딜레마가 있습니다.

저는 (대학신문)하면서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하면서는 잘 만들어야겠다는 정도의 생각만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사고가 편향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를 생각해보면 비교할 대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경쟁지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죠. 만드는 우리들은 속칭 ‘자뻑’이라고 해서 우리끼리 만들고 우리끼리 평가하는, 그런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학생이어서 못하는 부분이 많은데 학생이니까 이만큼 했으니까 됐겠지 하는 생각이 많았죠.

다른 학교 대학신문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했었죠. 몇몇 신문사들이 우리보다 더 잘 만들었으니까. 그런 부분에 자극을 받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은 우리만의 색깔이라고 생각을 해서 유지하기도 했어요. 저는 대학신문을 나가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까 신문이라는 것이 대학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 만족에 취하지 않았나 싶어요.

결국 한양대 역시 한양대학보가 아니라 한양대학보사에 있는 사람들의 신문이 되는 경향도 있을 거라고 봐요. 신문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좋은데 어느 정도는 학교, 학과 사회에 발을 담그면서 피드백도 받고 학생들의 고민도 알아야 좋은 기자가 되는 것이거든요. 그것이 훌륭한 대학신문의 이상적인 모습이죠.

대학생들이 자기 생활하면서 1주일에 한 번 신문을 낸다는 것이 엄청난 일이에요. 그래서 사생활이 희생되는 부분도 많은데 신문을 잘 만드는 것에 그토록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대학신문이 훌륭한 것이죠. 학교에서 언론사 지망생 다섯 명 뽑아서 월급 줘가면서 신문 만들게 하면 지금보다 더 잘 만들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안하는 것은 그 취지가 프로는 담지 못하는 패기, 아마추어리즘, 열정을 담아내라고 하는 것이에요.

지난해 12월에 쓰신 양지마을 이야기 좀 듣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 팀장이 “한 명 가서 살아보는 게 어때”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을 했는데 제가 자원을 했어요.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팀 중에 총각이 많지 않아서(웃음). 연말이 되면 가난한 이웃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는데 그런 것 때문에 하루 정도 서울역 찾아가서 ‘우리 이웃들은 어렵습니다’, ‘겨울이 되면 우리의 이웃들은 더 추워집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식상하다. 진짜로 한 번 정해진 주제가 아니라 다르게 접근해보자는 것에서 시작을 했어요.

사실 1면에 올라갔던 존댓말 투의 그 기사는 블로그 용으로 쓴 글이었어요. 거의 일지 비슷한 수준이잖아요. 신문 형식에 쓰기는 너무 케쥬얼하다고 생각해서 블로그용으로 보냈는데 데스크에서는 이게 더 재미있다고 판단을 했죠. 그래서 1면으로 갔어요. 이런 자유분방함은 대학신문에서 더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강박관념을 갖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

평소에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나요.

다른 사람보다 유달리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고요, 뭐 독특한 이야기니까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고생하긴 했지만 재밌게 살다왔죠. 거기서 사는 분들에 비하면 정말 고생도 아니었죠. 사실 신문에 그렇게 나는 것이 민망하긴 했어요. 요즘 신문사의 분위기가 스트레이트 기사들은 인터넷으로 다 보기 때문에 우리만의 색깔과 스타일을 전면 배치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분석 기사 같은 거 1면에 때리고 하는 것 보면 인터넷 시대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신문사의 시도인 것 같아요.

양지마을 가서 맨 마지막에도 그런 글을 쓰긴 했는데 사람들이 제 기사를 보고 도와주겠다고 계좌번호 알려 달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뭐 사랑의 리퀘스트인가요, 이런 식이면 실패한 기사라고 생각했어요.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제 기사 자체가 정치적인 기사가 되길 원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ARS로 천원, 만원 보내주고 나면 나는 한 일을 한 거고 내 마음의 무거움을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 싶었던 거거든요. 구조적인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천원 만원으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런 것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사실 블로그에 쓰는 기사가 1면으로 가는 것이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어요. 저는 재미없는 기사여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판단이 쉽지는 않죠. 제가 원했던 것은 사람들에게 연민을 자아내서 성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만들어내는 메카니즘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그 메카니즘을 바꾸자는 반성이 만들어지는 글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것이 과연 됐느냐는 부분에서 조금 반성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착시 현상이 있는 거죠. 제가 은경이 이야기를 썼는데 사람들은 은경이를 도와주고 싶다고 해요. 원래는 그게 아니거든요. 은경이만 도와줘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밖에 나가면 은경이 같은 아이가 수십 만명이 있는데…. 그 아이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은경이를 이야기하고 은경이를 통해서 제도를 보자고 하는 것인데 여기서 멈춰버리면 그것은 사랑의 리퀘스트밖에 안 된다는 것이죠.

학생기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대학신문사는 대학의 동아리 중에 입사와 퇴사가 있는, 동아리 중에 그런 곳이 없잖아요. ‘이 사람이 나갔음’이라고 신문에 실리죠. 이건 반 직장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리이면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평균 2학년 되는 친구들이 만드는 하나의 저널이지만 또 견습의 요소도 있는 거고 이런 모든 부분이 다 섞여 있어요.

근본적으로 모순적인 매체이고 집단이에요. 그게 불건전하다는 것은 아니고 모순이 있으니까 부딪히면서 긴장이 생기고 재미있는 것이 나오는데 완벽하게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면 스트레스만 돼요. 저널이라는, 그리고 준 일터라는 것에 너무 짓눌리지 말고 대학생이 준 사회인이면 준 학생이라는 뜻도 되는 거니까 여기 있는 동안에 많이 배운다고 생각하세요. 대학 신문사만큼 잠재력 있고 폭발력 있는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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