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트 그것이 알고싶다
레포트 그것이 알고싶다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5.14
  • 호수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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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경쟁력 강화 프로젝트<레포트>

대학생에게 레포트는 특별한 과제라기보단 생활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레포트도 마감일 직전에 메신저를 통해 베껴 내는 학생에서부터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교수님이 놀랄 정도의 결과물을 내놓는 학생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레포트를 내주시는 교수님은 과연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레포트, 뭘 어떻게 해야 합니까
레포트 과제를 부여받은 새내기들은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교수들은 주제의 이해나 자료조사 방법 등에 대해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주지 않는다. 레포트는 명확한 정답이 제시되지 않는데다 평가기준 또한 추상적이기 때문에 1학년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정선욱<인문대·국문 06>군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보통 제출일 전날까지 어영부영하다가 메신저를 통해 서로 의견교환해서 레포트를 짜깁기한다”며 “뭔가 보고 참고할 만한 매뉴얼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포트의 내용이란 측면에서 많은 교수들이 제출된 레포트에 근거가 분명하지 않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레포트에 주장은 많지만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으면 대학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김승철<경영대·경영학부> 교수는 “기승전결을 지키고 주장하는 바의 근거가 분명히 제시돼야 한다”며 “아무리 주장하는 내용이 많고 깊다 하더라도 이러한 논리구조를 지키지 못하는 레포트는 좋은 레포트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김종오<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교수도 “레포트는 산문이 아니다”며 “객관적인 도표나 수치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뜻이 명료하지 않은 ‘많이’,‘굉장히’와 같은 형용사는 배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애매한 표현보다는 객관적인 표현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교수들은 레포트의 내용뿐만 아니라 레포트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에 큰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학문적 깊이가 얕은 1학년에게 굳이 레포트 과제를 내주는 이유는 제시한 주제에 대해 조사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글을 체계적으로 조직해내는 능력을 기르길 바라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국제학대학원의 김 교수도 “좋은 레포트는 가치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며 “주제부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정하고, 나아가 스스로 의미있는 주제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레포트를 통해 학생들이 주제의 선정 및 근거 제시를 통한 논리적 전개, 그리고 학생들의 창조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과정을 터득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레포트에서 무엇을 얻어가나

김성수<사회대·정외과> 교수는 ‘정당과 선거’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각 정당의 기획실장과 홍보실장에게 연락을 취해 인터뷰를 하도록 하는 과제를 부여했다. 학생들이 직접 현실과 부딪치고 경험하는 기회를 늘려 주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이론보다는 직접 필드에 가서 쓸 수 있는 레포트를 내주려 노력한다”며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기르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라는 의미다”고 말했다.

현재 김 교수는 서울배움터에서 진행되는 ‘예비 대선주자 릴레이’를 통해 학생들이 예비 대선주자들을 만나보고 느낌을 제출하도록 하는 레포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을 듣는 장지은 <사회대. 신문방송학과 07>양은 “좀 더 강연을 경청하게 되고, 내용도 머릿속에 많이 남는데다 내 느낌을 쓰는거니까 더욱 솔직한 리포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느낌을 밝혔다.

국제학대학원의 김 교수는 또한 “레포트는 연구에 임하는 자세의 훈련이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레포트가 참고문헌과 인용구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남의 글을 도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확한 인용은 상대방의 지적 재산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외국에선 필수적인 규율이다”며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자기 글에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각주를 달아 출처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레포트의 올바른 작성을 통해 올바른 연구방법과 국제적인 규율을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포트에 대한 관점은 공대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학생들이 매주 부과되는 프로그램 제작과 코딩, 연습문제 과제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레포트가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이란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백기홍<공대·산업공학 00> 군은 “매 전공과목마다 일주일에 하나씩 나오기 때문에 2~3학년 때는 정말 레포트에 치여 살았다”면서도 “2학년 때는 베껴 내기도 했지만 결국엔 논문 찾아가며 자기가 하면서 배워간다”고 말했다.

 레포트가 많지만 스스로 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으며,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자기가 공부해서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장재호<공대·건축 03> 군도 “건축대 과제물이라 해서 공대 마인드만 갖고 할 거라 생각하지 말아달라”며 “일단 과제가 나오면 도서관에 가서 인문학이건 뭐건 그 건축 분야에 대한 책을 전부 빌려다 읽으면서 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가치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레포트는 어떤 것일까

국제학대학원의 김종오 교수는 “그다지 기억에 남는 레포트는 없었다”면서도, “주제선정이 분명하고 전개가 논리적이며 인용자료의 출처가 명시된, 원칙을 잘 지킨 레포트에는 다시 한 번 시선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기본 원칙을 준수한 레포트가 좋은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면서도 그만큼 원칙에 충실한 레포트가 적다는 의미이다.

사회대의 김성수 교수는 “일전에 ‘정당과 선거’ 수업에서 한 학생이 신문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선거운동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자세히 인터뷰해왔었다”면서 “그럴 때는 레포트를 묶어서 책으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시 “사회과학에서는, 다소 말이 안되더라도 소신 있게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가는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며 정해진 정답에 주장을 끼워맞추지 않고 창조적인 방법론을 설명하는 레포트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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