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늦은 건 ‘시간’ 아니라 ‘마음’
진정 늦은 건 ‘시간’ 아니라 ‘마음’
  • 남정미 기자
  • 승인 2007.05.04
  • 호수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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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시 종로 전태일 열사 어머니 인터뷰’ 선배 기자로부터 처음 이 문자를 받았을 때의 그 떨림이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라니’ 내게 있어 전태일은 전기에 나올 법한 ‘위인’같은 사람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는 그의 ‘신화’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에 대해 토의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고 감상문을 써냈었다. 물론 내가 만났던 책 속에는 그의 어머니 역시 묘사돼 있었다.

 평화시장 노동자들을 위해 나가는 아들을 붙잡으며 “30살까지만 참으면 안 되겠냐”하셨다는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그 분을 실제 만나러 가다니, 그렇기에 인터뷰를 하러 가는 내내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소설과 달랐다. ‘전태일 기념관’을 찾으러 가는 길부터가 너무 힘들었다. 설마 이런 곳에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던 길 끝에서 발견한 ‘전태일 기념관’.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노동자’를 느꼈다고나 할까. ‘전태일 기념관’ 바로 밑에 위치한 오래 된 미싱 집은 전태일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맨 끝에 약속시간 보다 40분이나 늦게 마주하게 된 ‘이소선 여사’. 그리고 듣게 된 첫 마디. “이런데 관심 가지지 말고 편하게 살아.”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우리가 늦게 와서 화가 많이 나신 걸까. 아무리 그래도 물어가며 힘들게 찾아왔는데 너무 야박하신 건 아닌가.

하지만 30분 정도가 지나자, 응어리진 옛 이야기들을 하나 둘 씩 풀어내 주신 어머니를 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늦은 건 단지 그 40분이 아니란 것을. 우리가 정말 늦은 건 우리 곁의 약자들을 돌보는 일이었다는 걸. 그동안 우리는 여러 이유들로 이들을 돌아볼 시간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

 때론 자신의 성공이 너무 급해서, 때론 우리의 경제발전이 너무 시급해서. 이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좋아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진정한 ‘사람’이 많이 존재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어머니를 보며 집에 돌아오는 길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전태일은 위인전 속에서만 존재하는 위인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우리 현실이었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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