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 어머니,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이소선 어머니,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5.04
  • 호수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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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만났습니다. 1970년 11월 그날 이후 살아오신 37년의 세월을 이 작은 지면에 담아내려 하니 죄송한 생각이 앞섭니다. 인터뷰이지만 인터뷰가 아니었던, 이소선 어머니께서 풀어내신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감히 담아봅니다. 본문은 이소선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최대한 여과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편집자 주>

학생들이 왜 노동자한테 관심 가지려 해

학생들은 배우고 다 출세해서 사는데 왜 쓸데없는 노동자들한테 관심 가지려 그래. 옛날에는 학생들이 데모하고 어쩌다 하더니만 해보니까 별 것도 아니던 모양이더만. 그런데 왜 당신들은 관심 갖고 그래. 알아봤자 머리 아파. 그전에 학생들은 우리하고 같이 죽자 아니면 살기로, 서울대 조정식 같은 사람들은 위장취업해서 살다가 죽기도 하고 그랬는데….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안 죽는게 낫지. 노동자들한테 신경 쓰지 말고 대충 살아 대충. 저 사람들은 어차피 노동자니까 노동자들은 또 아들 낳아 놓으면 노동자 되고, 많이 배워가지고 정치나 기업해서 그렇게 살면 편하고 좋지 뭐.

요새는 학생들이 나오는 거 구경도 못했어. 요새 학생들이 고생하려고 하나. 나는 질려 버렸어. 학생들은 하나도 없더만 대한민국에. 지식인만 길러가지고. 옷은 누가 해가지고 입혀놨는데, 신발은 누가 신고 댕기고, 집은 누가 지어놨는데. 전부다 착각하고 아주 딱 얼굴 돌리고 살아보겠다고. 이제 학생들이 오면 괘씸해가지고…. 편하게 살아. 알면 귀찮아. 배워서 출세하라고. 저 국회에 가서 소리 질러도 월급주고 장관되면 월급 주는데 노동자 알아서 뭐하게.

지식인들은 배워서 약자의 권리를 찾는다.

열심히 배워가지고 다 팔아먹는 것이 지식인들이지. 배워가지고 약자의 권리를 다 팔아먹는 것이 지식인이지. 전부 다는 안 그렇겠지만 대부분 다 그래. 배워가지고 국회에 들어가서 얼마나 정치 잘하냐고 시방. 그 전에는 학교 들어가서 독재 물리치고 할 때는 좀 괜찮았지 인자는 학생들 하는 것 보니까 다 배워서 정치하는데 지금 얼마나 잘하고 있어.

이제 다른데 가서 물어봐, 나는 안 할란다. 나는 질려버렸으니까. 안기부인가 정보부인가 들어가서…. 박정희하고 전두환하고 독재를 해서 사람들 죽이니까 학생들하고 노동자들하고 같이 싸워서 정당하지 못하고 올바른 정치 안하면 그것들 다 몰아내고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고….

우리 아들이 나한테 유언하고 죽은 그 말 다 하려고 댕겼다가 집회에 나가면 잡혀서 들어가고.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해보니까 안 좋았던가봐 학생들이. 정보부에 잡혀가니까 거기서 “배웠으면 나라 몇 번 팔아먹었겠다.” 그러는 거야 내가 그래서 “요놈의 새끼 말하는 거 좀 봐라, 배워서 나라를 지켜야지 배워서 나라를 팔아먹으려면…” 나는 참 배운 사람들 치사하게 노는데 다 질려버렸어. 학생들, 지식인들 다 잡혀가서 뭣 때문에 그랬냐고 물어보면 “전태일이 평전보고 했다”고 하면 내 가슴이 텅 놀래가지고, 저 하나만 죽으면 됐지 왜 아까운 자식들 공부시켜가지고 저렇게 고생시키나 하고 나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우리 태일이 죽으면서

우리 태일이 죽으면서 한쪽에서만 해서는 안 된다고 학교 댕기면서 막 그러라 그랬어. 절대로 노동자만 해서도 안 되고, 학생만 해서도 안 된다고. 캄캄한 암흑세계에서 가둬놓고 사는 세상, 나하나 죽어서 조그마한 바늘구멍만한 햇빛이 모이면 노동자들하고 학생들하고 같이 끝까지 싸우면 세상이 보일 거라고. 자기 권리를 찾고 인간이 뭐라는 걸 알아야 된다고.

 그래서 나는 그 소리 듣고 계속 댕겼지. 거지나 부자나 또 고아나 인간은 자기 권리가 있다는 거야. 그 권리를 누가 다 잡아 삼키고 소외시키면 독재를 한다는 거지. 그래서 싸워가지고 암흑세계에서 일만 시키는 그 사람들, 또 정치를 잘하게 만들어서 인간답게 사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그랬어. 아들이 죽기 생겼는데 내가 그런 소리 들리기나 했나.

지금 노동자들이 옛날보다 잘 사느냐. 인자는 노동자들이 잘 사는 게 아니고 더 노예로 만들어놓잖아. 회사에서 파업하고 나면 그 손해 봤다고 노동자들한테 가압류 붙여놓고. 그러니까 노예지 뭐. KTX 여승무원이고 뭐고 지금은 암만 부르짖어 봐도 들리지를 안 해. 학생들이 뭐 할라고 상관하나.

 학생들 가만있으니까 “노동자너네는 암만 까불어봐라”하는 거지. 박정희가 잘했다하는 건 아니고 박정희는 월급 10% 올려달라고 하면 “5% 갔다가 빨리 합의 봐라”했는데 전두환이 놈은 “그냥 밀어서 치워버려” 싹 잡아가버리면 끝나는 거야. 파업이라는 게 없어.

 그런데 멀쩡해가지고 돈은 있는 데로 감춰놓고 28만원밖에 없다는 놈이 수도 없이 땅 밑에 묻어두고, 그렇게 사는데도 그것도 하나 파헤치지 못하고. 배운 사람들이 그렇게 똑같이 해먹으니까. 40년 동안 사람들 막 변하는 거 보고 어떤 것이 진짜인지, 어떤 것이 고생하는 건지 어떤 게 인간인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사람이 세상 나왔으면 무엇을 생각해야 되는지 다 잊어버리고 살고 싶어.

70년대에 노무현, 이상수 변호사, 암으로 돌아가신 신 변호사. 그런 사람들 우리 잡혀가면 변론들 공짜로 해줬어. 배운 사람들이 우리 많이 도와줬어. 정말 배워가지고 진실한 사람이 되려면, 현실이 돌아가는 걸 알고 우리들이 어떻게 도와주면은 정말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 나만 잘 먹고 잘살라고 양심을 벗어 던지고 나만 살라고 하는 그건 사람이 아니야.

배워서 인간답게 사는데 관심 갖길

노동자가 사는데 노동귀족이 되가지고 배부르고 등 따시게 사는 사람들 많고 지가 배부르니까 올챙이 때 모른다는 속담 있잖아. 그런 사람도 있고 너무 소외받아가지고 살기 싫고, 태어난 거까지 원망하고 그래도 안 살수가 없어서 사는 사람들 많고 그러니까 여러분들 이왕이면 지식을 배워서 정말 인간답게 사는 그런데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사람다운 생각을 가지고 사는 거라.

죽도록 피땀 흘려가지고 전신을 다 받쳐서 이 나라에 기여한 사람들은 노동자들이야. 붓대가지고 먹물가지고 성장 안 시켰어. 그런데 배운 사람들이 사람 취급 안하고…. 집 짓고 배 만들고 옷도 만들어주고 다 노동자들이 했지. 그렇게 성장해놓고 나니 지가 다해놓은 것처럼 쳐다보지도 않아.

참마로 무시무시한 독재들. 사람 많이 죽였다. 서울대 엄마들이 시체라도 한 번 봤으면, 통곡하는 사람들이 있어. 데려갔다 하면 우리 아들 없어졌다 이 소리도 못했어. 그런 거 안당해본 사람은 몰라. 애 터지게 키워놨는데 아까운 사람들 많이 죽었어. 박정희 때 죽이고 남은 거 전두환이 다 죽이고, 머리 좋은 사람들 그 때 다 죽었어. 그나마도 학생들이 여기까지 찾아와준 것이 너무 고맙구만. 아까 한 말은 성질이 나서 한 소리야.

기자는 눈물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지난 37년 동안,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로서 살아오시면서 겪어 오신 고난과 학생들의 냉소적인 태도에 응어리가 많으신 것 같았습니다. 이 사회는 노동자를 위해 살아오신 한 어머니의 평생에 대못을 박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이소선 어머니,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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