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 앞에선 애국심도 통하지 않는 법
싼 가격 앞에선 애국심도 통하지 않는 법
  • 한대신문
  • 승인 2007.04.08
  • 호수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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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한미 FTA가 체결되면서 낙관적인 분위기와 함께 증시도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대다수의 정치, 경제, 언론은 FTA 타결에 대해 조심스런 우려와 함께 큰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FTA로 인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분야도 있겠지만 피해를 입는 분야도 많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분야는 역시 농업이다. 저가의 미국산 농산물의 공격에 국내 농산물들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국내 농산물이 더 우수하다는 애국심을 벗 삼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농산물을 구입할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싼 가격 앞에선 애국심도 통하지 않는 법이다. 물론 우리가 더 많은 생산품을 미국에 수출해 국가소득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에 타결된 농업분야는 이야기가 다르다.

농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산업을 개방하게 되면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저가 농산물에 의해 우리 농산물은 수요가 줄고 저소득농가의 증가와 함께 농민들은 농업에서 손을 떼고 다른 일을 찾을 것이다. 본업을 그만둔 노동력은 기타 여러 도시에서 정착하게 될 것이고 농촌의 인구비율은 더욱 하락하고 도시의 실업문제는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농업경쟁력과 생산성은 바닥을 치게 될 것이고, 미국산 농산물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FTA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쌀시장 개방을 막은 것이다. 왜 그토록 미국이 마지막까지 쌀을 집요하게 개방하도록 요구했는지 생각해보자. 쌀은 우리의 주식량이다. 쌀시장을 미국에 개방하면 한국에서 쌀 생산은 사양 산업이 될 것이고, 한국은 식량을 볼모로 삼은 미국의 요구사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번에는 막았지만 다른 농산물 시장은 개방돼버렸고 앞으로도 미국의 쌀시장 개방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FTA는 단순히 국가의 이익을 위한 무역협정이지만 일종의 주도권 싸움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선 자원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다. 주도권싸움은 당연히 강자가 유리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은 싼 미국산 농산물과 값이 내려간 자동차를 타며 이전보다 만족할 지도 모르겠다.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정부의 농가소득보상정책으로 보상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농산물, 특히 쌀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미 FTA로 인해 GDP가 352억 달러가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 수준은 281억 달러 증가, 고용은 55만 1천명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이 통계가 실현될 지도 확실치 않으며, 실제로 이뤄진다하더라도 그 실 이익이 모든 국민에게 올바르고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사항 중 하나다.

수출이 증가한다고 반기지만 국내시장의 경제적 타격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마음이 들떠 더 중요한 것을 잃는 결과가 와서는 절대 안 된다. 그래서 FTA를 좋은 눈으로 봐줄 수가 없는 것이다.

김승일<국문대·국어국문학과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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