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소스(Open Source), 거세게 몰아치는 소프트웨어 트렌드
오픈 소스(Open Source), 거세게 몰아치는 소프트웨어 트렌드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4.08
  • 호수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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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화 <금속공학 92> 동문은 삼성 SDS 정보기술연구소에서도 ‘연구소 안의 연구소’라 불리는 이머징테크 팀의 책임연구원이다. 안 동문은 앞으로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그 기술의 실용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 미래를 주도하는 트렌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서 막 귀국한 안 선배님을 만나 최근 급격히 주목도가 높아진 오픈 소스(Open Source)에 대해 들어봤다.

리눅스처럼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인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그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게 하는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는데요, 새삼 우리 사회에 오픈소스 문제를 인식시킨 사건이 있습니까?

윈도우 비스타가 좋은 실례입니다. ‘Active X’ 문제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네요. 네티즌에게 익숙한 'Active X' 프로그램은 개인 컴퓨터 윈도우의 ‘System’ 디렉토리 안의 ‘System 32’ 폴더에 저장됩니다. 다시 말해 웹에서 컴퓨터 윈도우 운영체계에 직접 접근하는 통로가 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문제는 물론, 바이러스도 얼마든지 퍼질 수 있는 통로라고 할 수 있어요.

기업에서는 'Active X'를 통해 사원들의 데이터 유출을 감시하기도 했지만 다시 말하면 그건 해커가 내 컴퓨터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윈도우 비스타는 아예 'Active X'의 접근 자체를 막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홈페이지는 대부분 'Active X' 기반이에요, 은행, 금융은 물론 전자정부 시스템까지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지금 다들 난리가 난겁니다. 이번에 저를 비롯한 삼성 SDS 정보연구소 팀이 미국에 가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관계자에게 우리 사정을 설명하고 애프터서비스를 위한 대안기술 개발 등에 대해 문의하러 갔었는데, 거기서 냉정하게 거절당했습니다. 그들 말로는 애초에 그런 용도로 개발한 게 아니었는데 이제까지 너희가 마음대로 써 온 거니까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는 겁니다.

솔직히, MS측의 말을 들었을 때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MS란 기업 하나에게 휘둘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더욱 오픈소스 분야에 집중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은 컴퓨터 하나하나마다 운영체계와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따로 구입해서 씁니다. 심지어 하나은행에서는 일전에 컴퓨터 운영체계로 윈도우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홈 에디션을 사용했다고 경고를 받고 전부 다 프로페셔널로 교체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가는 돈도 굉장하고요.

저희 삼성 정보연구소에서는 이런 걸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Active X'에 쓰는 돈만 해도 2조 원에 이르니까요. 저희는 현재 대안기술이 뭔지 찾고 검증합니다. 실제로 코드를 짜고, 이게 가능성이 있는지 검증하는 것. 윈도우·리눅스 기술 등을 검토해 대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지금도 IT 업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오픈소스가 활성화되면 기업이나 국가에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알기 쉽게 말해, 대안기술을 찾아내 어떤 기술이 오픈소스 진영으로 넘어가면, 일단 OS를 돈 주고 사지 않는다고 하면 당장 컴퓨터 가격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주도 가는 비행기가 10만원에서 3만원으로 가격이 인하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당장 제주도 관광산업이 살아납니다. 항공 쪽에서 손해를 봐도, 돈이 많아진 관광객이 제주도에서 쓰고 가는 돈은 늘어나 숙박업소 외식업 등이 전부 이익을 본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이 개념은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하드웨어와 운영체계는 보완재에요. 누구든 컴퓨터를 쓰려면 운영체제가 필요하니 운영체제의 수요가 늘고, 가격이 상승해 왔습니다. 실제로도 IBM이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며 하드웨어 가격이 계속 떨어질 때도 오히려 MS의 윈도우는 수많은 컴퓨터 사용자를 상대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세계 1위의 기업으로 도약하지 않았었습니까? 컴퓨터 하드웨어에 들어갈 돈을 절약한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 구입비를 흔쾌히 지불한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시장의 사이즈는 똑같아도 거기서 내 경쟁자가 가진 부분을 줄인다’는 개념이 10년 전부터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업체인 IBM이 리눅스 등 오픈소스 연구에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건 기업이 도덕적이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MS의 고유영역으로 남은 소프트웨어 시장을 줄여나갈 때 더 많은 사람이 하드웨어에 투자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어디건 경쟁은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상대방이 가진 고유한 기술을 오픈시켜 공공재로 만들어버리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나라든 기업이든 상대는 돈을 못 벌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돈을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거고요.

 그런데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오픈소스의 생산이 거의 없습니다. 완전히 소프트웨어 소비국이에요. 그래서 다른 나라가 가진 고유기술을 오픈소스해서 소비자들이 무료로 사용하게 만들고 절약한 돈으로 우리의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못할 뿐 아니라, 그보다 중요한 우리의 문화와 철학을 전파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결국 그걸 작업한 사람들의 정신과 문화를 반영합니다. 어떤 소프트웨어를 우리가 만들면 우리의 정신과 우리의 패턴을 세계로 퍼뜨릴 수 있습니다. 게임이든 프로그램이든 작업한 방식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오픈소스 분야의 생산자가 되기 위해 ‘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연구주제를 정하고 사람들을 모아 지원금을 주고 연구하게 할 겁니다. 한양의 후배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거기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연구하시는 후배님도 사이트를 만들고 도큐먼트-사용방법을 공개해서 구조를 알리세요. 그러면 그게 사회에 알려지고 하나의 오픈소스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정보화사회에서 자기 기술이 표준이 되면 정말 대박이 나는 겁니다.

오픈소스의 변화 등을 볼 때, 앞으로 이런 분야에는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요
분명 지금은 컴퓨터 환경 시대입니다. 누구나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고, 어디나 컴퓨터가 있을 겁니다. 아니 앞으로는 컴퓨터라기보다는 데이터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컴퓨터는 수단일 뿐입니다. 결국 보조 수단으로 사람들을 윤택하게 하는 거에요.

 그러니 앞으론 컴퓨터 업계에서도 사회·철학 등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리라 봅니다. IT에서 가장 유망한 블로그와 UCC 같은 것도 결국 문화적인 현상으로 바뀌고 있어요. 그걸 분석하려면 사회적, 인문학적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얘기가 됩니다.

 저희 삼성 SDS 같은 경우에도 인문학적 마인드에 컴퓨터 공학 기술을 갖춘 사람이나, 컴퓨터 기술이 있으면서 사회학적 방법론을 갖춘 인재 등의 멀티 플레이어가 절실합니다. 세상이, 시대가 그런 인재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있으면 기업에서도 인정받게 된다. 컴퓨터란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할 수 없고, 인간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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