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테마로 보는 소설&비소설
책 테마로 보는 소설&비소설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4.02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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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 심리>

살인의 해석
1909년 뉴욕. 다분히 남성적으로 건설되는 마천루와 교량사이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의 해결사로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가 나섰다. 「살인의 해석」의 저자 제드 러벨펠드는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융이 클라크 대학에 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에 단 한번 들렸다는 단순한 사실을 기반삼아 방대한 분량의 팩션(Fact+Fiction)으로 엮어낸다.


「살인의 해석」엔 몇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이 실제상황에 적용되는 과정이 실감나게 진행되고 동시에 다른 한쪽에선 형사와 검사관이 추리의 포위망을 좁혀간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는 작가의 취향이 가미된 듯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To be or Not to be)’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막간을 이용하여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프로이트의 애제자 융이 스승의 학설을 뒤집은 사실에 근거하여 그 내막을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그러나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사건의 전개가 지나치게 느리고, 학술적이라 하기엔 정신분석학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다. 지루한 전개와 단지 대중의 관심을 위해 끌어온 프로이트의 존재 때문에 소설은 정신분석학과 추리소설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한마디 : 영화화! 베스트셀러! 과대 포장 속 인스턴트 소설

마음의 사냥꾼
잔혹한 연쇄살인사건, 도저히 범인을 알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완전범죄현장에 FBI 수사관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수사관은 전통적인 추리가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범인의 모습을 예측하고 증명한다. 「마음의 사냥꾼」의 마크 올세이커와 존 더글러스는 이 책에서 사건의 정황 및 단서를 조합해 범인의 인종, 성별, 나이 등을 추측해내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선보인다. “하시는 김에 범인의 집 전화번호도 알려주시면 안될까요?”란 농담 섞인 진담이 나올 정도로 범인의 윤곽을 정확히 잡아내는 프로파일링 속에는 25년간 FBI로 실제 현장에서 활약한 존 더글러스 요원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다.

「마음의 사냥꾼」은 독자에게 잔혹한 사실들을 드러낸다. 세상에는 동정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악인들을 선량한 사람으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선 정의로운 마음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을 온몸이 난자당한 다섯 살바기 여자아이의 피와 열일곱 살 흑인 소년의 눈물을 잉크삼아 그려낸다.

현장에서 씌어졌기 때문에 책장마다 피비린내가 풍기는 이 책은 인간의 행동법칙을 마치 양파 껍질 벗기듯 드러낸다. 하지만 그 프로파일링이 너무나 과학적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과학적인 체’ 하는 일반 추리소설에 감동할 수 없게 된다.


한마디 : CSI의 시작이며, 전통 추리소설의 관뚜껑을 덮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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