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평범한 집을 넘어 노스텔지어를 꿈꾼다.
주거, 평범한 집을 넘어 노스텔지어를 꿈꾼다.
  • 윤영미 기자
  • 승인 2007.03.26
  • 호수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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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을 제 3의 공간으로 만들어주세요”

부담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 억지로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공간을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집처럼’ 편하다고 한다. 이처럼 가장 좋은 집은 사람이 살기에 불편이라곤 조금도 없는 완벽한 주거공간으로서의 주택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웰빙 트렌드와 감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변화에 따라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이란 요소가 떠오르고 있다. ‘제3의 공간’은 올덴버그 교수가 주창한 개념으로 몇 시간이라도 부담없이 보낼 수 있고 친근한 인정과 정감 어린 편안함이 가득한 공간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자신의 집이 아닌 또다른 집’을 컨셉으로 하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들 수 있는데, 스타벅스는 보다 세련되게 연출된 공간에서의 체험을 찾는 사람들의 바램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예전에는 영화관이나 테마파크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스타벅스와 같이 정서적인 기능을 만족시켜주는 ‘제 3의 공간’에서 보내고 있다. 압구정동의 갤러리아 백화점은 물건을 팔기보다는 관광명소, 문화공간이란 개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최근의 건축물은 복합적인 기능을 갖추는 추세로 가고 있다.

‘집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제 ‘머물 만한’ 수준의 집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들은 ‘집’에서 물질적인 편안함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개최된 ‘하우징인테리어전시회’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이다. 인테리어와 소품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안락함 이상의 스토리, 감동을 선사하는 테마로 구성된 출품작들이 참석자 및 바이어들의 관심을 끄는 데 비해 단순히 기능을 추구하는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제품이 소비자의 집을 장식하는 데 있어 기능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격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의 소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은 일선 현장에서의 연구 개발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묏자리뿐만 아니라 집자리도 지켜드립니다”
인테리어는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에 있어서 가장 먼저 와닿는 부분이다. 웰빙 시대를 맞아 풍수지리학·실내 디자인·공학 분야에서 철학적인 근거를 통해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氣)찬 인테리어, 풍수 인테리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풍수 인테리어에 의하면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로 물과 공기·빛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정합이 깨어진 환경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악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풍수 인테리어는 이런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밝고 깔끔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연구이다. 풍수 인테리어의 설명에 따르면 현관 맞은편에 화장실이 있으면 좋지 않고, 공부를 하는 학생일 경우 문을 열면 바로 책상이 보일 때 능률이 오른다고 한다.

한국 풍수인테리어 연구소 박성혜 소장은 “이미 홍콩 은행가와 미국 백악관 내부 수리에도 풍수 인테리어가 사용될 만큼 해외에선 보편화돼있어 우리가 역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영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풍수인테리어 강의도 하고 있다.

“맹모삼천지교가 웬 말? 이젠 환경도 디자인한다”
보다 쾌적한 주거를 위해서는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학교 역시 기본적인 주거환경의 질을 높이고자 건축음향연구실·내진&진동연구실·건축환경시스템연구실 등에서 건축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친환경 건축자재들도 인기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2007 대구하우징엑스포(DAHOS2007)에서는 여러 종류의 기능성 자재들이 출품됐는데 특히 나노기술을 적용, 음이온 등을 발생시켜 새집증후군을 예방하는 친환경 도배지가 눈길을 끌었다. 예전이면 참고 살았을 새집증후군도 이제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손님, 주문하신 아파트 나왔습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아파트의 시대다. 아파트 건설 기업들도 보다 쾌적한 환경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벽산건설의 ‘블루밍’은 다양한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셀프 디자인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이에 따라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벽을 구획하고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 건설 기술연구소에서는 작년에  고객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일조·조망·통풍 성능 예측과 평가 프로그램'의 연구를 완료했다. 그리고 계룡시 ‘더샾(the#)’은 바로 이 통풍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고른 풍압분포를 통해 자연 바람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아파트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금호건설의 ‘어울림’은 친환경 마감재를 이용하여 웰빙 열풍에 발맞췄고, 동문건설은 여기에 유비쿼터스의 개념을 곁들여 ‘디지털 웰빙 단지’라는 슬로건을 거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건설업계의 이런 변화는 이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고객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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