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문화도 하나의 사회활동
술 문화도 하나의 사회활동
  • 한대신문
  • 승인 2007.03.18
  • 호수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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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 매년 실시되는 각종 리서치나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음주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도를 기준으로 한국대학생의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미국대학생보다 3.2배나 높고, 맥주의 본고장 독일대학생보다도 1.7배나 높다.
그렇다면 한국대학생들은 어째서 이토록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취업난에 시달린 쓰리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보려는 것일 수도 있겠고,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과도한 음주문화에 대학생들도 감염(?)된 것이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부동산가격의 폭등과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부익부빈익빈 현상 등 한국사회가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에는 힘들어진 탓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한국대학생들의 음주문화를 논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집단음주문화’라는 것이다. 우리는 개강을 하거나 종강이 다가올 때면 별다른 고민 없이 삼삼오오 모여서 술자리를 갖는다. 이는 외국에서는 흔치않은 한국대학만의 문화로, 우리나라는 ‘소속감’과 ‘집단문화’가 유난히 발달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대학생들은 술자리를 통해서 쉽게 친해진다. 평상시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사이였을지라도 술이 한 잔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어색함은 사라지고 술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숙감을 느낀다.

게다가 술자리는 선,후배간의 유대감과 동질감도 강화시켜준다. 또한 한국에는 젊은이들이 여럿 모였을 때 마땅히 누릴만한 놀이문화가 없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술자리를 갖게 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기성세대들은 술 마시는 대학생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직도 유교문화의 영향이 남아있는 기성세대는 ‘술 마시는 여대생’들은 더욱 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혼자 술 마시는 학생’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한국대학생들은 ‘술 그 자체’가 아닌 ‘함께하는 술자리’를 추구할 뿐이다.

대학생들은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취해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면만 있었을 뿐 서먹했던 동기나 새로 들어온 후배, 곧 사회로 진출하는 선배들과 술자리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나름의 끈끈한 인맥을 형성하기도 한다. 물론 일부 대학생들의 경우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신 나머지 길거리에 쓰러져 잔다든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일부 소수의 문제이고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기분 좋게 취할 정도로만 마시고 무사귀가 하니, 일부만 가지고 모든 한국대학생들을 탓하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대학생들이 마시는 술은 ‘단순한 술’이 아닌 ‘우리들만의 문화’요, ‘타인과의 의사소통 수단’이고 ‘하나의 사회활동’이니, 단순히 통계자료나 설문조사결과만을 보고,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듯싶다.

성화남<경영대 경영학과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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