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의 경쟁, 수면은 방해물이 아니다.
24시간의 경쟁, 수면은 방해물이 아니다.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7.03.11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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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금방 잠들 수 있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몸이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는 강력한 경고이다. 충분하지 못한 잠은 몸에 누적되기 때문에 수면이 부족하면 만성적인 피로에 빠져 살아갈 수밖에 없다.

피로가 쌓이는 수면

아침에 반쯤 일어났다가 다시 잠드는 것은 피로 때문이 아니라 다만 충분히 잤다는 만족감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몽롱한 상태에서 잠들면 기분은 매우 좋지만, 그것은 뇌를 쉬게 하는 휴식이 아니라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밀려오는 졸음도 피로와는 관계가 없다. 배가 부르면 위장은 음식물을 소화하려고 애를 쓴다. 이때 혈액순환이 소화기에 집중되어 뇌나 전신의 근육 등으로 보내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 졸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피로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졸음은 사라진다.

수면, 신체와 두뇌는 따로 회복된다.

뇌가 긴장상태로 활동하기 때문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데서 비롯된 렘(Rapid Eye Movement) 수면은 꿈을 꾸는 수면이자 몸만 잠드는 수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는 렘수면 중에 두뇌에 입력된 정보를 정리하는데, 시험기간에 밤샘공부를 하면 뇌가 정보를 처리하느라 며칠간 렘수면이 증가한다. 이는 렘수면이 뉴런을 자극, 기억회로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고 있을 때는 정보를 재편성할 뿐 새로운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고 있는 동안 새로운 영단어를 외운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또 렘수면은 성적 흥분을 초래하며 이는 렘수면 중 95% 비율로 지극히 정상이다. 렘수면 이후 점차 뇌가 휴식을 취하는 논-렘수면으로 이행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깊은 잠이 들었다고 말하는 상태이며, 렘수면이 신체의 회복에 관계한다면 논-렘수면은 대뇌작용의 회복에 관계한다. 양쪽의 조화를 위해선 체내 시계의 리듬으로 생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체내 시계와 생활리듬의 일치가 중요하다.

미국의 학자들은 455명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 동굴에서 지내게 함으로써 체내 시계의 리듬을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며칠이 지나자 피험자들은 잠드는 시간이 한 시간씩 늦춰졌고, 그 주기를 통해 인간의 체내 시계는 25시간과 가까운 주기로 반복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체내 시계와 생활리듬 간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피로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수면을 유발하는 요소는 ‘항상성 수면충동’이란 본능으로, 이는 낮 동안의 활동에 필요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려는 생리적 충동이다. 또 각성을 유발하는 요소는 뇌의 중심에 있는 시교차상핵이란 두 개의 신경구조이다. 이들 리듬은 복잡하지만 규칙적인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러한 생체 시계와 우리의 생활리듬이 맞지 않아 생체 시계가 수면을 요구하는 시간과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이 겹치게 되면 피로가 발생한다.

이러한 피로에서 회복하기 위해선 생체 시계와 생활리듬을 일치시켜야 한다. 보통 16시간의 활동을 위해선 8시간의 수면이 보통이며,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따라 적절한 수면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최소한 4시간 이상의 수면은 필수적이다. 수면 또한 체내 리듬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동이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새로운 수면시간에 몸이 익숙해지려면 2~4개월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면 아무리 수면시간이 짧아도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것도 몸이 행동 사이클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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