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재밌는 배구 해야죠”
“이젠 재밌는 배구 해야죠”
  • 성명수 기자
  • 승인 2007.01.01
  • 호수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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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같은 장기집권은 프로발전 저해
프로는 내 일에 100% 만족할 수 있어야
동문들과 재학생이 함께하는 자리 필요해

지난달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프로배구 개막전에는 7천8백77명의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체육관의 관중석 규모인 7천3백석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그 동안 관중동원에 실패했던 프로배구가 개막전부터 수많은 관중을 불러 모은데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의 선전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학교 동문인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있다. 한대신문 기자들은 개막전을 압두고 연습에 한창이던 지난달 2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김호철 감독을 만났다.

성명수 기자(이하 성) “도하에서 돌아오신지 얼마 안되셨을텐데 많이 피곤하시죠.”
김호철 감독(이하 김) “지금 잠도 못자고 훈련 나오고 해서 눈이 퉁퉁 부었습니다(웃음)."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아시안게임 이전에 참가했던 세계선수권에서 생각보다 좋지 않은 성적을 냈어요. 핑계는 아니지만 진식이나 경수 같은 선수들의 합류가 늦어져 훈련시간도 짧았고…. 선수들이 세계 선수들과의 높은 실력차를 깨닫게 됐고 이번 대회에서는 다행히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었습니다. 4대 프로스포츠가 줄줄이 무너지면서 우리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죠.”

“배구가 대한민국 프로스포츠의 자존심을 살렸다고는 하지만 국내 프로배구의 상황을 보면 웃을 수만은 없을 것 같은데요.”
“한국 남자 배구가 10년 동안 침체상태죠. 그 동안 삼성화재가 8,9년 동안 독주를 하면서 한국배구를 침체로 몰고 갔는데 그래도 현대가 부활하면서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배구인들이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 합니다.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을 호기로 삼아 모든 배구인들이 힘을 합쳐야겠죠.”

“배구에서 팀 창단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포츠가 발전하려면 경제가 부활해야 하고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가 많이 침체돼 있어서 스포츠 투자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죠. 돈이라는 것은 한정돼 있어서 인기 있는 종목에 투자를 하는 것이지 가능성 있는 종목에는 투자를 안 합니다. 스포츠는 국위선양이나 국민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이런 것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입니다.”

“김호철 감독님의 평소 지도자 철학은 무엇인가요.”
“1995년부터 지도자생활을 하고 있는데 선수들을 가르칠 때 한계를 두지 않습니다. 그 한계를 최대한으로 넓혀놓고 가르치지 너는 이것밖에 안 되는 선수라고 정해놓지 않습니다. 그것이 첫째고 두 번째는 솔선수범입니다. 감독이 솔선수범했을 때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야만이 감독과 선수간의 의견도 개진하고 교환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권위주의라고 할까요. 그런게 스포츠에 아직 남아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선수가 주인공이고 그 주인공들을 코트 안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겉으로 보면 엄하게 보이고 다혈질인 것 같지만 사실 저는 엄할 때 엄한 겁니다. 철두철미하게 선수들과 대화하고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지요.”

“선수들을 관리하다보면 스타플레이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18명의 선수가 있으면 18명의 선수 모두 똑같이 대하면서 스타플레이어는 무엇보다도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아야 합니다. 선수들이 자긍심과 자존심을 가지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겠죠. 그것을 오기로 만들어서 스타로서 걸 맞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스타 선수들은 단순합니다. 가만있어도 주변에서 다 돌봐주기 때문에 본인이 할 줄 아는 것은 별로 없어요. 보면 잘 할 것 같아도 모났다 그럴까요. 그 부분만 채워준다면 오히려 스타선수들은 관리하기가 쉽습니다.”

“현대캐피탈이 우승한 이후 선수들이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는 자만심에 빠질 수도 있을텐데요.”
“아직 우리 팀이 자만심에 빠질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안 왔다고 생각하고요. 우리가 몇 년 동안 고생을 해서 지난해에 처음 우승을 하고 이제 삼성을 이기기 시작했는데 아직 선수들이 자만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이 배구니까 내가 하는 일을 잘해야 다른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8,90%의 사람들이 자기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내가 하는 일은 100% 만족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언론에 비춰지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열정적이세요.”
“저는 이렇게 앉아서 인터뷰를 잘 안하는데 오늘은 후배들이 온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코트에서 인터뷰 하는 동안 선수들은 쉬지 않고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연습장에서도 인터뷰를 잘 안 해요. 선수들이 저렇게 땀 흘리고 있는데 감독이 절대 앉아 있으면 안되죠. 그런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 미안한 일이고 어떻게 하면 선수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같이 호흡하고 그런 것들이 습관화되면서 경기 중에도 그런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고요. 처음에는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선수들도 뭣 때문에 감독이 그런가를 알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엡.”

“앞으로의 목표와 한양대 동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삼성이라는 벽을 넘기 위해서 유난히 우리 선수들과 함께 많이 뛰었는데…. 그 목표를 달성을 했고 삼성이 9년 동안 우승해오면서 한국배구 발전에 피해를 줬는데, 저는 장기집권 하기는 싫고요. 지금 개중에는 이제야 삼성에서 현대로 패권이 넘어갔다, 장기집권으로 가지 않겠냐고 말씀하시지만 장기집권은 싫고요. 이제는 배구가 재밌어져야 한다는 거죠. 어떻게 하면 관중을 이끌어올 수 있느냐는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인데 승부의 세계에서는 승부를 점칠 수 없어야 그렇게 됩니다.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고 질 수도 있게 만들어야 하죠. 관중들이 코트에 와서 스트레스를 확 풀고 간다 하면 그것이 우리가 팬들을 위한 서비스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팀이나 배구 선수출신 중에는 우리 한양대 출신이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학교가 좋은 성적도 내지 못하고 있고 어려운데 후배들이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고 학교와 동문들이 도와줘서 전통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배로서 잘 도와주지도 못하고 있지만 동문들과 지금 선수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직 우리 한양대는 그런 모습들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내 가 한양대를 나왔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해줬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배구를 많이 보진 않지만 현대하고 삼성하고 경기를 하면 너무 재미가 있어서 챙겨보는 편인데요. 사실 다른 팀의 경기는 승부가 너무 예측이 돼서 재미가 없더라고요. 앞으로 재밌는 배구리그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예, 앞으로도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김호철 감독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코트로 달려갔다. 그리고 공격 연습을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용병 숀 루니 선수에게 직접 하나하나 지도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기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도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발견한다.

김호철 감독 주요약력
▲ 1975년 우리학교 입학     ▲ 1981년 이탈리아 파르마 입단
▲ 1984년 LA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 1999년 이탈리아 라벤나 밀라빌란디아 감독
▲ 2003년 천안 현대 스카이워커스 감독 ▲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감독
주요수상내역
▲ 이탈리아 리그 최고용병상
▲ 이탈리아 리그 MVP(3회)▲ 1978년 제8회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 1979년 멕시코유니버시아드 금메달▲ 1986년 슈퍼리그 MVP
▲ 2006년 프로배그 V리그 감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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