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자신감의 바람이 불었으면
캠퍼스에 자신감의 바람이 불었으면
  • 한대신문
  • 승인 2006.11.25
  • 호수 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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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법대·법> 교수

나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년간 숨 가쁘게 생활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하늘의 도움으로 초년 시절에 하고자 한 일들을 상당부분 이룰 수 있어 행복했다. 변호사로서 그리고 국가기관의 관료로서 최선을 다해 일해 왔다. 이제 그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기 위해 학교에 돌아 왔다. 어느덧 한 학기를 마무리 하면서 캠퍼스에서 늦은 가을을 만끽한다. 오늘 저녁 나는 한적한 노천극장의 한 가운데에 앉아 지난날을 생각하며 이 학교의 미래를 생각한다.  이곳은 1985년 내가 졸업할 당시 졸업 식장이었고, 여러 개의 상과 함께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사회로 첫 발을 내딛은 곳이다. 그러니 이런 생각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지난 20년간의 내 사회생활을 가리켜 많은 사람들이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평가해 준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 나는 감히 말하건대 그것은 자존심과 자신감이라는 두 단어일 것이다.  그래, 나는 한양법대의 선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학교의 명예를 두 어깨에 걸머지고 살아 왔다. 나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자존심이었고 내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으로 생각했다. 시간이 가면서 나의 자존심은 자신감으로 연결됐다. 나는 당당하게 살고자 노력했고 그 당당함은 나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이제 그런 삶을 나의 모교에서 후배를 제자로 만나 새로운 실천으로 바꾸고자 한다.

나는 지난 몇 달 간 캠퍼스를 오가며 내 후배들의 가슴 속에 자존심과 자신감이라는 두 단어가 가득 차길 바라왔다. 우리 학교가 현상에서 답보하지 않고 국내의 최고의 명문대학 나아가 글로벌 시대에 맞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한양의 구성원들의 의식이 일대 도약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내게 있어 일류의식이란 엘리트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 아무리 좋은 시설이 들어선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우리 학교를 최고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한양의 구성원들의 의식세계가 일류가 되지 않는 한 결코 명문대학은 꿈꿀 수 없다.

자존심을 아는 한양인, 자신감을 가진 한양인, 그것들은 일류 한양인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이다. 그러나 자존심과 자신감이 모든 것의 해답은 아니다. 거기에 겸손이 붙어야 한다.  자신감 없는 겸손은 비굴하기 쉽고, 겸손함 없는 자신감은 자칫 오만해지기 쉬운 법이다.  이것은 한양을 모교로 둔 한양인의 모습이 아니다. 나는 이를 위해서 지금 법대생들에게 간단한 구호를 되뇌길 것을 요구한다. Excellent yet Humble!!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라. 그러나 항상 겸손함을 잃지 말라.’

나의 이런 바람은 비단 법대만의 꿈이 아니다. 나의 이 구호가 행당동산의 전 캠퍼스에 울려 퍼져 모든 한양 가족의 공동의 꿈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양의 학생들에게 2% 부족한 그 자신감이 회복되고 겸손함을 갖춘 능력 있는 일꾼들이 이곳 한양에서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나는 그런 꿈을 꾸면서 오늘 밤 노천극장에서 하루가 달라지는 캠퍼스의 가을을 맞는다. 올 가을은 나의 모교에 이 신바람이 세차게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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