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이제는 체포 대신 예방이다
범죄, 이제는 체포 대신 예방이다
  • 강명수 기자
  • 승인 2006.11.25
  • 호수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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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하루가 멀다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안전한 사회와 범죄예방을 위한 새로운 방법은 없을까. 범죄예방을 위한 새로운 방안,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에 대해 알아봤다.

범인이 아니라 범행 장소에 주목

CPTED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이란 학문이다. 거주공간에만 중점을 둔 산업적 도시계획으로 인해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으로 변했다. 따라서 범죄가 일어나기 어려운 공간·환경을 디자인함으로써 범죄를 억제하는 CPTED는 범죄 예방에 있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보다 범행이 일어나는 ‘공간’이란 물리적 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박현호 교수<경찰대·생활안전학>는 “과학화에 따라 범죄 및 공포심을 보다 직접적·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실무적 이론이 환경심리학, 범죄심리학과 더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CPTED, 안전하고 열려 있는 공동체

일반적으로 범죄 발생률이 높은 지역은 인적이 드물거나 가옥에 대한 범죄자의 침입이 쉬운 등 물리적 환경이 취약하다. CPTED는 범죄행위를 유발하는 물리적 환경을 개조해 그 지역의 방어력을 높임으로써 범죄 실행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CPTED에 의거해 설계된 도시구역 및 건물은 검거율이 아니라 범죄 발생율이 낮아진다. 박 교수는 “CPTED는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시민들의 자연적 감시를 최대한 도와주거나 범행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구조를 최소화하여 경찰의 체포와 같은 사회통제보다 공동체의 유대강화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사회안전기술이다”며 CPTED를 통해 열린 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1980년대부터 건축설계에 있어 CPTED적 고려가 의무화됐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기장과 숙소 및 교통시설의 설계 전반에 CPTED 개념을 채택했다.
범행이 발생한 이후의 체포가 아니라 범죄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CPTED는 개별 건물이나 구역에서도 경찰인력의 효율적 운영과 주민들의 안전감을 만족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강남구 서초동 삼전지구대에서 CPTED를 적용해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던 전주현 경장은 “범죄자는 범행시간이 3분이 넘어간다 싶으면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이 실제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전 경장은 또 “한정된 경찰인력으로 무턱대고 순찰하는 것보다 CPTED를 통해 취약한 부분만을 골라 순찰하는 쪽이 범행 기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며 CPTED를 통해 보완하면 추가적인 경찰 자원의 증가 없이도 충분히 치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소수가 아닌, 다수의 안전을 위하여

우리나라는 도시를 세우고 건물을 지을 때 과학적인 방범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아 주택갇 대학 주변의 건물 및 기숙사는 잠재적 범죄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최근 타워팰리스·평촌아트홀과 같은 안전가옥의 형태까지 등장했다. 평촌아트홀의 신종범 청경은 “문화공간이라 밤에도 사람이 많은데 CCTV와 무인경비시스템을 통해 사람과 전시물의 안전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당 설치가격이 1천만원에 가까운 CCTV 가격이 문제로 지적된다. 반면 CPTED는 소수를 위한 절대안전의 ‘폐쇄 공동체’를 경계하여 개방적이면서 안전함을 지향한다. 영국·미국·네덜란드와 같은 선진국에서도 범죄피해 위험이 높은 빈곤지역과 공원·학교·관공서를 비롯한 공공장소 등에 CPTED 기술 적용을 집중하고 있다. 박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CPTED가 적용될 경우 행복도시·동대문구 도시재정비 사업 등의 폭넓은 범위에서 과거의 신도시에 비해 범죄방어력을 갖춘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 범죄수준을 낮추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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