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가 뭐야?”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가 뭐야?”
  • 한대신문
  • 승인 2006.11.20
  • 호수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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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한마디

“그 사람 자신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그 사람의 영혼을 본 것 같아...”

 무성영화 <블랙버드 The blackbird>(1926)에 삽입되었던 대사다. 옛날 영화들을, 특히 무성영화들을 좋아한다. 요즘 영화들은 말이 너무 많다. 결국엔 똑같은 공식을 따르면서도, 영화 내내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복잡하게 얽어 놓는다. 무성영화는 단순함 그 자체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분노나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의 숱한 몸짓과 표정이 동원된다. 위의 대사 한 마디를 위해, 여주인공은 십 분이 넘도록 방안을 배회했고 수십 가지의 표정을 만들었다가 지웠다. 까만 화면 위에 새겨지는 대사는 그녀의 수많은 몸짓과 표정을 쉬게 해주는 매듭이다.

 오로지 ‘몸’과 ‘얼굴’로만 말하는 무성영화. 그렇기에, 배우들의 얼굴에는 진실이 묻어난다. 정말로 가끔씩은 배우의 얼굴에서 “그 사람의 영혼”을 보는 것 같다.

 물론 배우의 영혼인지, 인물의 영혼인지 분간하기 힘들지만... 무성영화의 매력과, 어쩌면 영화라는 매체의 ‘진짜’ 매력을 잘 나타내주는 대사다. 그리고 평생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하는 특별한 사랑을, 절묘하게 표현해낸 한 마디다.

 

김호영<국문대 ·  불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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