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 있는 유식꾼
학식 있는 유식꾼
  • 한대신문
  • 승인 2006.11.20
  • 호수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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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식 있는 무식꾼, 자기의 관심분야는 심도 있는 이해를 지니면서도 그 이외의 분야에는 관심을 갖지 않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편협한 사람을 비꼬는 말로서, 브라질의 교육학자 파울로 페레이라가 언급한 개념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의 보편적인 모습과도 오버랩 되는 느낌이라 마음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학생들은 '전공분야의 학점 관리'와 '취업준비'에 매몰되고, 대학당국은 외부자금유치와 고시합격률 등 표피적인 지표에 집중한 나머지 대학의 또 다른 주요기능인 '비판적 지성 기르기'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해져있는 모습은 비단 우리 한양대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자본과 권력의 힘이 횡행하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순수한 지성의 힘을 육성하여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하는 최후의 영역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대학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효율성 우선의 시장경쟁의 패러다임이 대학에 적정수준 이상으로 침투해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을 자본논리로서 잠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살인적인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을 들어왔지만, 입시경쟁에 버금가는 취업경쟁을 또다시 벌어야하는 대학생들. 정체되어가는 사회현실과 사회발전의 이상향의 간극을 메우기보다는 대학경쟁력확보라는 명목아래 명분 없는 등록금인상과 비인기학과의 통폐합 등 학문적 비판정신을 점점 저버리는 대학 당국의 모습은 페레이라가 지적했던 것처럼 학식 있는 무식꾼에 들어맞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분야에 관심을 쏟는 것과 또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의 분야에만 집착하고 그 목표달성만을 추구한다면, 관심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쏠리지 않는 분야는 점점 위축될 것이고 결국은 사장돼 버릴 수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학당국에서 소위 학생유치가 안된다고 해서 학과통폐합을 한다든지, 학생들 또한 취업준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독서를 통한 지성 기르기를 등한시한다면 우리 고등교육의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수준은 시장경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이외에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당국과 학생들이 행해야 되는 것은 이해관계가 있는 분야에 매진하면서도 그 이외의 분야도 정통한 '학식 있는 유식꾼'의 양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당국과 학생들의 반성적 자기성찰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교육당국과 정부정책자들의 미래를 앞서보는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이 요구된다. 진정한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 최소한의 학문적 순수성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박경호<경금대·경제금융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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