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내가 눈물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아고라] 내가 눈물이 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 강나은 기자
  • 승인 2023.06.05
  • 호수 1568
  • 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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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은대학보도부정기자
                                 ▲강나은<대학보도부> 정기자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부 활동을 했었다. 평소 부끄러움이 많고 남들 앞에 서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필자에겐 연극부 오디션을 본 것 자체만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오디션을 통과하고 좋은 기회로 큰 배역까지 맡게 된 필자는 6개월간 이어진 연습 끝에 성공적으로 연극을 마무리했다.

무대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많은 양의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동작이나 동선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어 모든 순간 어려움에 직면했다. 연극 활동의 특성상 필자의 실수 하나가 연극부 전체의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작은 실수조차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연습 때마다 대사를 까먹었고, 동선이나 동작을 제대로 외워 오지 못해 자책하는 건 일상이었다. 연습을 해야 했지만 기숙사에 살아 학교를 나가기 어려웠던 필자는 급식을 먹지 않고 혼자 교실에 남아 연습하거나, 기숙사 룸메이트가 자는 시간에 핸드폰을 켜 해가 뜰 때까지 대본만 들여다보기도 했다.

연극부를 시작할 무렵엔 연극제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당장 오늘 연습이 끝나고 또 기숙사로 돌아가 남들 모르게 선배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내일까지 이를 반영한 결과물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 필자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고통은 성장과 비례하는 것인지, 연극제가 끝난 후엔 알게 모르게 한 층 성장한 필자가 무대에 남아 있었다.

지난해 겨울, 필자는 연극부 활동 이후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던 도전을 했다. 한대신문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통해 수습기자가 된 필자는 방학 동안 방중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방중회의 기간 동안 많은 기획안을 쓰고 기획안 양보다 많은 피드백을 받으며 또다시 필자의 부족함에 직면했다. 나의 기획안이 부족해 다른 기자들보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과 필자가 다른 기자들에게 주는 피드백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단 게 느껴져 스스로가 작게만 느껴졌다. 그때 연극부원이었던 필자와 한대신문 수습기자인 필자의 모습이 어딘가 겹쳐 보였다. 이 활동을 끝낸 후엔 성장해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당장 오늘의 회의가 버겁게 느껴져 더 이상 수습기자 활동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필자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었다. 내가 눈물 한 방울 없는, 정말 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그 속엔 새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잘하는 것보다 부족한 게 많은 스스로가 걱정된단 말이 포함돼 있었다. 이 얘기를 들은 친구는 잠시 고민하더니 한 마디를 건넸다. “지금까지 내가 본 너는 힘들어서 욕하고 울면서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었어. 울면서도 끝까지 하는 사람이 더 독한 사람 아니야?” 그 말을 들은 필자는 지금도 스스로 자신이 없어 눈물이 날 때마다 이 이야기를 되새긴다. 결국, 나는 끝까지 해낼 사람이란 믿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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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민 2023-06-05 13:52:42
저도 항상 남들보다 부족하다 느끼고 자책을 자주 하여 기자님의 글에 공감이 잘 가네요. ‘울면서 끝까지 해내는 사람’ 정말 멋진 말인 것 같아요. 힘을 얻었습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