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강은영 수습기자, 김여진 수습기자, 이예빈 기자
  • 승인 2023.06.05
  • 호수 156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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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 테마 ‘한국의 여름’
창밖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피부를 데우는 계절이다. 한국에 사는 우리에겐 ‘여름’ 하면 투명한 바닷가보단 장마철의 축축함, 매미 소리가 들리는 짙은 녹음, 그늘에서 먹는 수박이 더 정겹다. 장마철 방구석 피서 중 심심함을 달랠, 한국의 여름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다시 그 여름으로 돌아가도 우린 같을까, 도서 「그 여름」
 

뜨거운 더위가 아무리 강렬했어도 문득 회상할 때면 다시 돌아가고픈 그런 여름이 있다. 도서 「그 여름」은 바로 그런 여름으로부터 시작해 이를 회상하며 끝나는 단편 소설이다. 도서 「그 여름」의 주인공 이경과 수이는 열여덟, 강렬한 뙤약볕 아래 한여름의 운동장에서 처음 마주친다. 둘은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교실도 사는 곳도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그날 이경이 날아오는 축구공에 실수로 맞지만 않았으면 마주칠 일조차 없는 인연이었을지 모른다.

축구공에 맞아 안경테가 부러진 이경을 걱정이라도 하듯, 수이는 작은 딸기우유를 하나 사들고 이경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경은 어느새 수업이 끝나고 후덥지근한 교실을 나서면 뒷문에 수이가 서있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둘은 학교가 끝나면 시가지 근처 둔치로 걸어가 댐 앞에 주저앉아 얼마고 시간을 보냈다. 매미소리, 손을 간질이는 길쭉한 풀, 그리고 서로가 옆에 있단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영락없는 여름이었다.

누구나 이런 여름날의 환상적인 추억을 한번쯤 꿈꿔봤을 것이다. 도서 「그 여름」은 이경과 수이가 두려울 것 없이 누렸던 충만하던 시절을 활자 너머로 생생히 표현한다. 사랑에 몰두하는 여름날의 바람처럼 소설은 우리의 마음속을 잔잔히 위로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누군가로 인해 슬퍼하게 되는 불가항력적 마음을 이 도서를 통해 오롯이 느껴보는 게 어떨까.

이예빈 기자 ybli0220@hanyang.ac.kr
도움: 강은영 수습기자 euten19@hanyang.ac.kr


이번 여름 공기는 잊지 못할 거 같아, 영화 「남매의 여름밤」

평범한 일상을 그 온도를 통해 ‘여름날의 추억’으로 기억하게 하는 여름만이 가진 공기가 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여름을 지나 보내며 상처받고 웃고 성장하는 어느 다섯 식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더웠던 그 계절을 지내본 사람이라면 모두 영화를 통해, 각자 여름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영화는 옥주와 동주 그리고 남매의 아빠인 병기가 원래 살던 반지하 집에서 쫓겨나며 시작된다. 이들을 태운 작은 차는 푸른 나무 사이를 달려 할아버지 영묵의 낡은 이층집에 도착한다. 그들의 여름은 마냥 아름답지 않다. 어린 남매는 이혼하고 떠난 엄마가 그리워 눈물짓고, 할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지자, 병기와 남매의 고모 미정은 집의 소유권을 두고 갈등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함께 먹는 저녁밥은 여전히 따뜻하며, 수박은 달다. 

영화엔 긴장감을 조성하는 배경음악도, 탄성을 자아내는 극적 효과도 없다. 하지만 영화는 천천히 우리에게 스며든다. 창문을 열면 들리는 풀벌레 소리, 맥주 한잔하며 나누는 옛날이야기, 그러다 슬그머니 꺼내는 진솔한 대화, 여름 방학을 맞은 아들을 장난스레 깨우는 아빠까지. 다섯 식구의 일상을 지켜보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그들의 계절 안에 있다.

평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덥기만 한 여름날에 지친다면, 영화 「남매의 여름밤」의 수수함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그 수수함 속에서 여름이 품었던 향, 소리, 색깔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네들의 더운 여름은 그 모든 감각으로 아름답다. 

김여진 수습기자 tuyverdad@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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