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분야 대상 ‘계약학과 제도 완화’…어떤 영향 끼칠까
첨단분야 대상 ‘계약학과 제도 완화’…어떤 영향 끼칠까
  • 김연우 기자
  • 승인 2023.06.05
  • 호수 156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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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학 취업 연계형 계약학과의 현황이다.

 

지난 23일 교육부가 계약학과 제도의 대대적 개선을 발표했다. 첨단분야 산업체의 인재양성을 활발히 하기 위해 존재하던 계약학과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단 것이다. 이 개선안은 지난 1일부터 시행돼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긍정적인 반응과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며 개선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계약학과란 대학이 산업체와 협약을 맺고 교육과정을 만들어 현장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이다. 기존에 시행하던 계약학과 운영의 경우 △소규모 인력을 요하는 중소기업 참여의 어려움 △정원 유치를 위해 새로운 계약학과 개설 필수 △학과 운영을 위한 인력과 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번 개정에선 이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해 복잡한 과정 없이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됐단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 A씨는 “첨단분야 산업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빠르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했다”며 “이에 계약학과의 제도를 개선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화된 계약학과 제도
이번 계약학과 제도 개선안엔 △계약정원제 및 정원 확대 △산업체 부담 경감 △학생선발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선, 계약정원제의 도입과 정원 확대로 인해 산업체는 채용을 전제로 학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게 된다. 계약정원제란 별도의 계약학과 혹은 학부를 설치하지 않고 일반학과에 계약정원을 추가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번 계약정원제의 도입으로 일반학과 정원의 20% 이내에 해당하는 인원을 계약정원으로 추가해 모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계약학과에 입학 가능한 정원이 확대됐다. 기존엔 대학 입학정원 중 20% 이내에 한해서만 계약학과 인원을 선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편안에 따르면, 산업체가 채용을 약속하는 첨단산업 분야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에 해당 시 50% 이내까지 증원이 허용될 예정이다. A씨는 “변화하는 산업계와 정책환경 변화에 계약학과 제도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계약정원을 정비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참여 산업체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규제 완화도 이뤄졌다. 기존 시행령에선 산업체가 계약학과 운영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지난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첨단분야 계약학과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번 개정된 시행령에선 첨단분야 산업체가 지방대학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설치할 시 50% 미만의 운영경비를 부담할 수 있도록 경감했다.

또한 이번 개정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학생선발 개선과 원격수업 확대도 포함됐다. 학생선발 개선에선 수시에 한정해 한 학과에 원서를 여러 장 넣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본래 여러 산업체가 참여하는 공동계약 형태의 계약학과에 지원하는 경우, 희망하는 기업이 여러 개 있어도 한 기업만 선택해 원서를 넣어야 했다. 하지만 개정을 통해 공동계약 형태의 한 계약학과에 지원할 시 산업체를 달리해 여러 번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계약학과 학생인 최민서<공학대 스마트융합공학부 20> 씨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학생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어 본인에게 적합한 회사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기존 졸업학점의 20% 내로 허용됐던 원격수업 관련 규제도 50% 내로 대폭 완화됐다. 계약학과 특성 상 소속 기업의 근무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저녁이나 주말에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를 고려한 것이다. 김태훈<공학대 스마트융합공학부 22> 씨는 “학교와 먼 기업에서 근무하는 경우 등하교에 부담이 있는데 원격수업이 확대되면 보다 편리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변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
반면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 문제 △대학들의 운영경비 부담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번 계약정원제가 정책의 목표처럼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것이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일반학과에 계약정원을 유치했을 때 교육에 대한 격차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계약정원제에 의구심을 표했다. 계약정원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과 커리큘럼을 변경하는 등 기업 맞춤형 교육을 받게 되는데, 일반학과의 학생들과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단 것이다. 임 연구원은 “첨단분야 산업에선 전문인력과 시설에 대한 부족이 문제이나 이 부분에 대한 지원보단 양성할 인력의 수와 속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학의 운영경비 부담도 문제로 대두됐다. 산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운영경비 부담을 완화하게 되면, 그 몫은 고스란히 대학이나 지자체가 떠안게 된단 것이다. ERICA캠퍼스 스마트융합공학부 행정팀 B씨는 “계약학과 운영경비를 산업체와 대학이 나눠 부담하는데, 산업체 부담금만 경감돼 부족한 비율을 대학이나 지자체에서 부담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개정으로 인해 지방대의 위기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계약학과 정원이 동시에 확대되면,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단 것이다. 지방대학 관계자 C씨는 “지방의 경우 설비 자체가 수도권과 달라서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매해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인해 지방대학은 이미 있는 정원도 채우기 마땅찮은데 모집가능 인원만 늘어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 전했다. 임 연구원 또한 “인프라와 시설이 수도권에 있어 지방대학엔 해당 되지 않는 정책”이라며 “오히려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를 벌리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에게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이번 제도 개선이 학생과 학교, 산업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움: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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