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였다”… 교묘하게 소비자 속이는 ‘다크패턴’
“눈 뜨고 코 베였다”… 교묘하게 소비자 속이는 ‘다크패턴’
  • 신준엽 기자
  • 승인 2023.06.05
  • 호수 156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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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둘러보던 송찬호<경금대 경제금융학부 18> 씨는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적당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고 결제 화면에 들어가자, 세금과 높은 배송비가 추가돼 가격이 최대 5만 원이나 인상됐기 때문이다. 가격이 합리적이라 느껴진 다른 제품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송 씨는 “낮은 가격순으로 제품을 찾아봤는데 가격이 정가보다 싸다고 느껴진 제품은 대부분 실제 결제해야 하는 금액이 검색하고 처음 보는 가격과 달랐다”며 “온라인 쇼핑몰의 상술에 신물이 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들을 속여 더 큰 지출을 유도하는 행위를 일명 ‘다크패턴’이라 한다.

소비자 기만하는 눈속임 상술
다크패턴은 온라인 거래에서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지출 △실수 △착각 등을 유도하는 눈속임 상술을 말한다. 최근 온라인 거래에서 이와 같은 문제에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다크패턴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크패턴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소비자 기만”이라고 말했다. 쇼핑몰 앱이나 OTT 플랫폼에서 구독 서비스를 무료로 먼저 제공하고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월 이용료를 인상할 때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계약을 갱신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품 검색 결과 화면에서 상품의 가격을 최종 결제 금액보다 낮게 표시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눈속임 상술에 해당한다.

이런 다크패턴은 현재 온라인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실제 지난 2021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앱 가운데 97개의 앱에서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다크패턴 피해 경험이 있는 소비자 비율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소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순차공개 가격책정’을 경험한 소비자 비율은 71.4%에 달했고, 이들 중 82.2%는 실제로 검색 페이지에 표시된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다.

다양한 다크패턴 유형
다크패턴이 유행하자 공정위는 지난 4월 다크패턴의 행위 유형을 분류해 그 가운데 소비자 피해를 우발할 우려가 큰 13개의 세부유형을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부유형은 행위의 양태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효과에 따라 크게 △방해형 △압박형 △오도형 △편취형 상술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먼저 방해형 상술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 수집·분석에 △과도한 시간 △노력 △비용이 들게 만드는 상술로 △가격비교방해 △숨겨진 정보 △취소·탈퇴 방해가 해당한다. 특히 이 중 숨겨진 정보와 취소·탈퇴 방해가 최근 유행하는 구독 서비스에서 기승을 부리는 상술이다. 따로 구독 취소를 하지 않으면 계속 구독료가 나가는 구독 서비스 특성상 해지하는 방법을 쉽게 찾지 못하게 하거나 복잡한 절차로 설계해 방해하는 것이다. 신민규<자연대 화학과 23> 씨는 “구독 서비스에 가입할 땐 한두 번의 선택으로 쉽게 됐는데 구독 해지는 방법을 찾기도 어렵고 절차도 복잡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압박형 상술은 소비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특정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상술로, ‘반복간섭’이 이에 해당한다. 홈페이지에 로그인하거나 앱을 이용할 때마다 마케팅 메시지나 알람을 받을 것을 결정하는 팝업을 반복적으로 띄워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 한 쇼핑몰의 구독 서비스 해지 화면으로 구독을 유지하는 버튼은 화면 상단에 눈에 띄는 색으로 표시하고 해지하는 버튼은 하단에 위치시킨 전형적인 ‘잘못된 계층구조’의 사례다.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하고 있는 오도형 상술은 거짓을 알리거나 통상적인 기대와 전혀 다르게 화면·문장 등을 구성해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는 상술로, △잘못된 계층구조 △특정옵션 사전선택 △속임수 질문 등 7개의 행위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실수를 유발해 특정 상품을 구매하거나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행위로 나타난다. 김준<공대 건설환경공학과 23> 씨는 “앱을 이용하기 전 사용 약관에 동의하면서 서비스 이용을 위해 필요한 과정인 줄 알고 동의했지만, 알고 보니 유료 서비스 가입을 물어본 거였다”며 피해 경험을 전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이용 요금이 부과되고 나서야 피해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편취형 상술은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지출이나 예상치 못한 지출을 유도하는 상술로 ‘순차공개 가격책정’과 ‘숨은 갱신’ 2가지 행위 유형이 해당한다. 각각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 가격을 최종 결제 금액보다 낮게 표시하여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 서비스가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되거나 결제 대금이 증액될 때 소비자에게 별도로 고지하지 않고 자동 갱신되도록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결제하려 했더니 추가금을 요구하거나 무료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다 해지하는 것을 까먹고 구독료를 낸 경험이 있다면 편취형 상술에 당한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책
이처럼 다크패턴은 다양한 형태로 교묘하게 소비자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모든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할 순 없는 상황이다. 서희석<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백히 소비자 기만행위로 볼 수 있는 행위는 기존 규제의 틀에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지만, 순차공개 가격책정이나 반복간섭 등 마케팅과 기만적 상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는 기만성 정도에 따라 기만행위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악의적으로 속이려 했는지에 따라 규제의 대상이 될 수도, 마케팅 수단으로 볼 수도 있단 것이다.

이렇듯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유형을 규제하는 방안은 과잉 규제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서 교수는 “행위의 기만성 정도에 따라 합법이 되기도 불법이 되기도 하는 유형을 일률적으로 규제한다면 과잉 규제가 돼 시장의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법적 규제가 필요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다크패턴 규제가 이뤄질 땐 온라인 거래의 특성이 고려돼야 한다. 제품을 실제로 보여줄 수 없단 온라인 특성상 일부 다크패턴 유형은 구매 유도, 정보 제공 등의 마케팅 활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엽<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포괄적인 규제는 기업의 자율적인 마케팅과 소비자들의 선택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며 “필요한 부분은 규제를 마련해야하지만 그런 행동 자체를 눈속임 마케팅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전했다.

다크패턴 뿌리 뽑기 위해선
한편 공정위에선 다크패턴 규제안을 마련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으로 소비자 보호를 꾀하고 있다. 규제안이 입법되기 전까진 가이드라인을 소비자와 사업자들에게 공개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돕고 사업자들에게 다크패턴 사용 자제를 권고하겠단 것이다. 

그러나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만으론 다크패턴을 규제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다크패턴은 지난 2021년부터 주목받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현재까지 전혀 개선의 조짐이 없다. 이은희 교수는 “다크패턴을 규율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악의적인 상술이 적발됐을 땐 재발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크패턴을 악용하는 사업자를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만연한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이 일상이 된 지금, 소비자를 속이는 다크패턴은 온라인시장의 신뢰를 깨뜨리고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 다크패턴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먼저 다크패턴이 무엇인지, 소비자들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의 자율규제와 적절한 규제를 통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시장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서희석<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성엽<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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