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부짖는 전세사기 피해자, 손 내밀어 줄 해결책은 어디에
[사설] 울부짖는 전세사기 피해자, 손 내밀어 줄 해결책은 어디에
  • 한대신문
  • 승인 2023.05.22
  • 호수 1567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접수된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1조 831억 원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의하면 연초 4개월 동안 보고된 피해액이 작년 1년치 피해액에 달한다. 전문가들이 올해 피해 규모가 작년의 2배 수준인 2조 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할 정도로 현재 전세사기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7일 피해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책은 언제쯤 나올지 오리무중이다.

정치권에선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한다고 하나, 아직 첫발도 못 뗀 상황이다. 지난 1일부터 피해자들이 장기 저금리 대출을 받아 경매로 넘어간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 처리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1단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처지다. 여야 간 합의가 지난 16일까지 4번이나 불발돼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 입법이 2주 이상 지연되며 살던 집이 경매로 부쳐질 날이 가까워진 피해자들은 혼란과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과연 여야 원내 지도부가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와중에 특별법이 진정으로 피해자를 도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별법 피해 지원 대상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이 되기 위해선 △보증금이 4억 5천만 원 이하인 경우 △임대인이 파산, 회생절차를 개시한 경우 △임차권 등기를 마친 경우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이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지난 16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피해자는 전체의 17.5%에 불과했다. 피해자를 돕겠단 특별법이 까다로운 자격을 들먹이며 피해자를 두 번 울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특별법이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도록 인정 기준에 대해 재고해야만 한다.

주동자와 가담자에 대한 처벌 수준이 약해 범죄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수백억 원의 부당 이익을 취하고도 전세사기범에겐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만 부과될 뿐이다. 실제 지난해 허위 매물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공인중개사 중 약 90%는 경징계에 그쳤다. 또한 정부는 지난달부터 임대인의 체납 사실을 임차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지만 허점은 여전하다. 악성 집주인이 체납 사실이 없는 사람을 임대인으로 세우면 임차인은 이를 구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임대인이 분할 납부하는 세금을 1회분만 내도 체납액이 없다고 표시되며 이조차도 계약금을 낸 이후에만 알 수 있어 예방책이 될 수 없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N차 전세사기 피해 사례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렇듯 정치권에선 전세사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해 현행 제도의 미흡한 점을 돌아봐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에선 피해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