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빌딩의 세계로 풍덩
보디빌딩의 세계로 풍덩
  • 신준엽 기자
  • 승인 2023.05.22
  • 호수 1567
  • 5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기자가 무대에서 4번 규정 포즈를 선보이고 있다.

얼굴과 대비될 정도로 까만 몸을 가진 사람들이 무대에서 터질 듯한 근육을 쥐어짜고 있다. 그들은 보디빌더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보기만 해도 무거운 쇳덩이를 매일 같이 들고,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입에 달고 산다. 보디빌더의 몸을 평가하는 보디빌딩 대회는 과거 전문 선수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자기관리와 몸에 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면서 전문 선수나 트레이너가 아님에도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디빌딩이란
이처럼 많은 이들을 매료한 보디빌딩은 어떤 운동일까? 흔히 헬스란 이름으로 알려진 보디빌딩은 아령이나 역기 등의 기구를 이용한 운동과 식단 조절을 통해 근육을 길러 아름다운 몸을 가꾸는 스포츠다. 보디빌딩은 다른 스포츠완 달리 근력이나 순발력 등의 운동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근비대만을 목적으로 하므로 운동법이 사뭇 다르다. 우선 얼마나 목표 부위의 근육에 자극을 주냐가 중요하다. 자극 위주의 운동을 통해 근육이 손상되고 휴식을 통해 근육이 재생되는 과정에서 근비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운동만으론 근육을 키울 순 없고 △영양 △운동 △휴식 세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보디빌더들이 식사마다 단백질을 챙기는 이유다.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로 몸을 가꾼 보디빌더는 보디빌딩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과 경쟁을 통해 운동의 결과물을 확인받는다. 보디빌딩 대회는 근육의 심미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구기종목이나 투기종목처럼 명확한 승패를 가르기 어렵다. 따라서 종목에 따라 근육의 △균형미 △단련도 △모양새 △비례미 △선명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반적인 육체미를 평가한다. 보디빌더들은 무대에 올라선 단 한 순간만을 평가받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근육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이영찬<찬스짐PT> 대표는 “선수들은 체급의 한계 체중을 맞추기 위해 사우나로 수분 조절을 하기도 하고 근육이 더 선명히 보이게 하려고 까만 탄을 몸에 바르는 등 운동 외에도 여러 방법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흔히 보디빌딩 대회라고 하면 우락부락한 근육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보디빌딩 대회라고 해서 모두 커다란 근육을 자랑하진 않는다. 종목마다 세부적인 평가 요소가 달라 그에 따라 추구하는 몸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용인<대한보디빌딩협회> 이사는 “종목마다 평가 요소가 다르므로 무조건 근육 발달도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며 “종목에 따라서 자연미도 평가 요소가 되거나 특정 포즈가 가능한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피지크란 종목은 해변에서 입는 반바지 수영복이 잘 어울리는 얇은 허리와 역삼각형 몸매인 V 테이퍼(Taper)가 주요 심사 요소이기 때문에 아무리 근육 발달이 잘 돼 있어도 V 테이퍼가 나오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이 대표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면 본인 몸의 강점에 맞는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디빌딩 대회는 전문 선수들이 출전하는 전문체육 대회와 동호인이나 일반인이 참가하는 생활체육 대회로 나뉜다. 최근 대회에 참가하는 일반인 선수들이 늘고 그 선수들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두 대회의 선수층 구분이 옅어지고 있다. 하 이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체육 대회엔 주로 전문 선수나 트레이너들만 참가했다”며 “최근엔 생활체육 대회뿐만 아니라 전문체육 대회에 일반인들도 많이 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대회·종목에 나갈까?
보디빌딩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대회에 참가한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평소에 보디빌딩을 취미로 하는 기자는 직접 보디빌딩 대회를 체험하고 생생한 후기를 전달하기 위해 53일간의 준비 기간을 가지고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출전할 대회를 결정해야 한다. 국내 대회는 크게 대한보디빌딩협회(이하 대보협)가 주관하는 대회와 여러 사설 단체가 주관하는 사설 대회로 나뉜다. 두 대회의 차이점은 △대회 개최의 목적 △도핑 검사 △무대 시설이다. 하 이사는 “대보협은 비영리단체로 대회를 여는 것을 통해 많은 사람이 보디빌딩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만큼 사설 단체에 비해서 받는 참가비도 적은 편”이라 말했다. 반면 사설 단체는 영리 목적으로 운영돼 선수 등록비도 따로 존재하고 대회 참가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참가비가 높은 만큼 사설 대회의 조명이나 무대는 대보협 대회에 비해선 화려하다. 우리가 흔히 SNS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조명과 대회장의 모습은 대부분 사설 대회의 광경이다. 두 대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보협 대회가 사설 대회에 비해 약물에 민감하단 것이다. 하 이사는 “대보협 대회와 사설 대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도핑 검사”라며 “대보협에서 진행하는 대회에선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철저한 도핑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며 도핑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자는 여러 대회 중 강도 높은 도핑 검사를 자랑하는 대보협 산하기관 서울시보디빌딩협회에서 주관하는 ‘제42회미스터서울·제28회미즈서울선발대회 및 협회장배대회’에 참가했다.

참가할 대회를 정했다면 출전할 종목을 정해야 한다. 대보협 대회의 남자 종목은 △보디빌딩 △클래식 보디빌딩 △클래식 피지크 △피지크로 나뉜다. 기자는 트레이너의 추천을 받아 근육의 발달과 함께 자연미도 함께 평가하는 클래식 보디빌딩에 나가기로 했다. 이 대표는 “클래식 보디빌딩은 몸무게가 아니라 키로 체급을 나누기 때문에 일반 보디빌딩에 비해 근육량에 대한 부담이 덜 하다”며 “피지크 종목에 비해 포즈도 크게 어렵지 않아서 입문자가 대회 경험을 쌓기에 좋다”고 클래식 보디빌딩을 추천했다.

운동과 식단은 이렇게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한다고 해서 운동법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짧은 기간 동안 근육을 키우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3~6개월 동안 강도 높은 운동으로 최대한 근육량을 보존하면서 식단 관리를 통해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대회 준비를 하게 되면 강도 높은 운동과 식단 관리를 병행해야 하는데 전문 선수나 트레이너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 말했다.

어느 종목이든 결국 미적 근육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육의 선명도를 올려주기 위해 식단 조절은 중요하다. 식단은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준비 기간 동안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구성해야 한다. 이를테면 운동 수행 능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다면 탄수화물을 늘려주고, 체지방이 잘 빠지지 않는 것 같다면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이다. 흔히 체지방 감소를 위한 식단으론 △고구마 △닭가슴살 △샐러드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탄수화물은 △감자 △고구마 △쌀밥, 단백질은 △닭가슴살 △돼지 뒷다리살 △소 우둔살 △흰 살 생선을 기호에 맞게 골라 먹으면 된다. 체지방 감소를 위해선 지방도 중요하기 때문에 △견과류 △계란 노른자 △생선 △올리브유 등으로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 이 대표는 “하루에 먹을 양을 4~5번에 걸쳐서 먹어야 하고 밖에서 먹을 땐 도시락을 싸서 먹어야 한다”며 “최대한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돋보이기 위해선

                                                 ▲ 기자가 규정 포즈를 연습하고 있다.

보디빌딩 대회는 근육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근육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중요하다. 아무리 몸을 잘 가꿔왔어도 무대에서 뽐내지 못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심사위원들은 규정 포즈를 한 모습을 평가하기에 선수들은 포즈로 최대한 자신의 몸을 어필해야 한다. 하 이사는 “다이어트 상태와 근육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포즈의 중요성도 크다”며 “포즈를 잘한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순위가 몇 등수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 이사는 “관객을 향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심판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심판이 포즈를 잘 볼 수 있도록 심판을 향해 몸을 굽힌다거나 여러 심사위원이 볼 수 있도록 방향을 돌려가며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기자가 대회 당일 무대에 오르기 전 탄 작업을 하고 있다.

무대에서 좋은 몸을 보여주기 위해선 무대에 오르기 전 △탄 작업 △태닝 △제모를 마쳐야 한다. 태닝과 탄 작업을 마친 구릿빛 피부는 무대의 조명에서 나오는 빛을 흡수해 근육이 더욱 선명해 보인다. 또한, 몸에 털이 많으면 근육의 선명도를 해치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전 제모는 필수다. 털이 있는 상태에서 탄 작업을 하면 탄이 뭉쳐 제대로 발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 이사는 “태닝, 제모를 하게 되면 확실히 몸이 좋아 보이고, 탄 작업을 무슨 색으로 얼마나 덧바르냐에 따라 무대에서 표현되는 것이 다르다”며 “이런 부분들이 심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기자의 대회 체험기
대회 당일엔 보통 오전에 계측이 먼저 이뤄진다. 계측에선 몸무게와 키를 측정해 신청한 체급의 기준을 넘으면 한 단계 높은 체급으로 월체되지만, 한 단계 낮은 체급으로 하체는 불가능해 신청 체급 기준보다 낮으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계측이 끝나면 개회식이 진행되고 종목 순서별로 대회가 진행된다. 본인이 참가하는 종목이 진행되기 전까지 주어지는 휴식 시간 동안 선수들은 탄수화물과 수분을 보충하고 탄 작업을 한다. 이때 기자는 준비해 온 식단으로 약간의 식사를 하고 이온 음료로 수분을 보충했다. 이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탄 작업을 마쳤다.

                                          ▲ 기자가 무대에서 2번 규정 포즈를 선보이고 있다.

휴식을 취하다 대회 진행위원이 출전할 종목의 선수들을 불러 모으면 선수들은 각자 △수건 △탄력 밴드 △푸시업바 등의 소도구를 이용해 근육을 펌핑하기 시작한다. 운동을 통해 혈류가 근육에 모이면서 짧은 시간 동안 근육이 부푸는 현상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몸을 더 돋보이기 위한 것이다. 기자는 탄력 밴드를 하나 가지고 무대 뒤에 올랐다. 무대에 올라갈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펌핑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선보일 포즈를 확인했다. 무대 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진 않았지만, 입이 바싹 마르고 무대에 오른단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 기자가 무대에서 6번 규정 포즈를 선보이고 있다.

앞선 체급의 심사가 끝나고 기자가 속한 체급의 선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엔 유독 참가 선수가 많아서 두 그룹으로 나눠서 심사가 진행됐다. 기자는 두 번째 그룹으로 분류돼 앞선 그룹의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도와주러 온 트레이너의 좌석 위치를 확인했다. 기자가 평가받을 차례가 되어 포즈를 취하자, 트레이너는 ‘미소를 지어라’, ‘몸을 앞으로 굽혀라’, ‘하체에 힘을 줘라’ 등의 수신호를 보냈다. 규정 포즈 심사가 끝나면 상위 6명의 선수를 정밀하게 비교 평가하는 비교 심사 인원을 호명한다. 비교 심사에 불리지 않으면 예선 탈락과 마찬가지다. 기자는 비교 심사에 불리지 않아 다른 선수들이 비교 심사를 받는 동안 바로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앞에 있는 선수들의 멋진 몸을 보면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기자는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준비를 해 좋은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란 구체적인 목표를 위해 운동하면서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선수들의 몸을 보면서 나도 좋은 몸을 가지고 싶단 동기부여가 됐다.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해온 이 대표는 “전문 선수 생활이 식단관리도 힘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하지만 무대에 올라서 다른 선수들과 경쟁을 통해 느끼는 쾌감은 대체할 수 없다”고 보디빌딩 대회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보디빌딩 대회 참가를 망설이고 있다면 한 번쯤은 대회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도움: 이영찬<찬스짐PT> 대표
하용인<대한보디빌딩협회> 이사
사진: 최무진 기자 choimoojin@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11:34:01
보디빌딩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선수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대회에 출전하면서 포즈와 탄 작업, 식단 관리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일반인들이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