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가 노리는 대학가
사이비 종교가 노리는 대학가
  •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동국대·숙명여대·한양대 연합취재팀
  • 승인 2023.05.15
  • 호수 1566
  • 9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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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사이비 종교들의 민낯을 생생히 밝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공개되며 대학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청년들, 그중에서도 대학생들이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삶 곳곳에 녹아든 사이비 종교가 신도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스토킹 △헌금 갈취 등의 범죄를 저질러 온 것이 세상에 밝혀졌다. 이에 본지에선 청년을 대상으로 포교 활동을 벌이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사이비 종교’란
이렇듯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비 종교’는 정확히 무엇일까? 사이비 종교란 거짓 종교라는 뜻으로, 겉으로는 종교의 형태로 위장하고 있으나 비종교적 목적을 추구하는 단체나 집단을 가리킨다. 예시로는 △사교 △신흥종교 △유사종교 등이 사이비 종교에 해당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교주의 신격화 △반사회·반윤리적 성격 △이중 교리 등의 특징을 공유한다. 현재 사이비 종교는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시도해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다.

대학가에 드리운 사이비 종교 실태
넷플리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방영 이후 SNS를 중심으로 일명 ‘대학 내 사이비 종교 동아리 명단’이 퍼졌다. 해당 명단은 현재 활동 중인 JMS 이단 동아리를 포함한 것이라며 화제가 됐다. 명단엔 총 28개의 대학에 소속된 동아리가 올라있고, 구체적인 동아리명이 담긴 게시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중 대부분의 동아리들은 현재 활동 중이지 않았다. 한양대 총동아리연합회 측은 “해당 명단에 언급된 탁구부 동아리는 과거 JMS 기반 동아리임이 확인돼 당시 동연이 해체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활동하는 탁구부는 JMS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동아리연합회 측도 “명단에서 지목한 사이비 동아리는 중앙동아리가 아니며, 이미 약 10년 전 JMS 관련 동아리로 발각돼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를 통해 제명된 바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름을 바꿔 여전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동아리도 있었다. 성신여대 동아리연합회 측은 “SNS 상에 공개된 JMS동아리가 최근 이름을 바꿔 재활동했던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활동하는 동아리와 기존 사이비 동아리를 비교 대조한 결과 부원 구성이 동일하며, 활동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아 지난 11월 제명시켰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전히 대학가엔 JMS를 비롯한 사이비 종교 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실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동국대·숙명여대·한양대 연합취재팀이 지난 4월 3일부터 11일까지 9일간 수도권 대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4%가 대학 내 사이비 포교 활동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응답자의 71.7%가 대학교 내부 혹은 근처에서 포교 활동을 당했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듯, 사이비 종교의 대학생 포교는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의 주된 접근 방식은 연합동아리나 소모임, 혹은 외부인의 출입 등을 통해서였다. 독서소모임에서 포교를 당했던 동국대 학생 A씨는 “소모임에 여섯 번가량 참석하니 부원들이 본색을 드러내 ‘나 자신을 알기’라는 주제로 성경 공부를 강요했다”며 포교 방식을 설명했다. 연합동아리 포교의 경우, △봉사 △자기개발 △친목을 내세워 활동하고 있었다. 숙명여대 학생 B씨는 “취미나 친목 동아리 홍보글을 보고 가입했으나 실제론 사이비 동아리였단 경험담을 주변 학생들로부터 자주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한성대 학생 C씨는 “학내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버킷리스트 동아리 홍보글을 보고 가입해 대학졸업생들과 2인 1조로 한강을 간 적이 있다”며 “하지만 활동 중 본인들이 신천지임을 밝혔고 사이비 종교를 옹호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에 기자들은 사이비 종교 동아리로 의심되는 연합동아리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해당 동아리들은 부원 모집을 위한 오픈채팅방까지 삭제하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캠퍼스 내에 외부인이 직접 출입해 대학생들을 포교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들은 주로 △교직원 △대학생 △졸업생 등 교내 구성원인척 속여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특히 △설문조사 △심리테스트 △홍보지 배포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매개체를 활용하기도 했다. 김예찬 씨는 “캠퍼스 내에서 3~4번 넘게 사이비 단체 사람들을 만나 포교를 당했다”며 “주로 20·30대 사람들이 설문조사를 한다거나 길을 물어보는 식으로 접근했고, 교내 근로자로 위장해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숙명여대 학생 D씨는 “강의실에서 40대 여성이 성경 구절을 소개하며 종교 동아리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며 “하지만 강의실을 나가려 하자 지옥에 갈 거라며 협박해 몹시 놀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의실 안에서까지 포교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는 왜 대학가를 찾나
사이비 종교는 대학가나 동아리처럼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집요하게 찾아가 포교를 시도한다. 젊은 청년과 대학생들은 포교가 쉬우며 종교 단체 운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JMS에서 활동하던 정경빈 씨는 “길거리에서 성경을 배워볼 생각이 없냐는 낯선 형에게 포교를 당했다”며 “처음엔 찝찝했지만 이후 일반 대학 동아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활동을 하며 자연스레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에 갓 나온 청년들은 자아정체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분별력과 경계심이 부족해, 사이비 종교 포교에 쉽게 노출된다고 지적한다.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건강한 자아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20대 초반의 △높은 개방성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갈망 △호기심 등으로 인해 사이비 종교에 포교 당하기 쉽다”고 전했다.

또한 청년 특유의 열정은 사이비 단체를 유지 및 확산하는 데 필수적인 원동력이 된다. 특히 대학생들은 사이비 종교 단체에 포섭되면 다른 환경에선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중요한 대우를 받기에 다른 연령층보다 더욱 헌신도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 조믿음 대표는 “사이비 종교에선 활동력이 강한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며 “그러면서도 단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다 보니 청년과 대학생이 표적이 된 것”이라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가지는 공간적 특성도 활발한 포교의 원인이 됐다. 탁지일 교수는 “대학의 캠퍼스는 종교의 자유가 가장 폭넓게 허용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의 주 활동 무대가 됐다”며 “특히 대학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새내기 신입생들을 포교하기엔 최적화된 장소”라 말했다.

사이비 종교의 만행
이렇게 포교 당한 청년들은 사이비 종교에 금전적 대가를 거의 안 받는 이른바 ‘열정페이’ 노동을 제공하거나 각종 성폭력에 노출되는 환경에 처하지만, 심리적으로 세뇌 당해 이를 쉽사리 알아채거나 신고하지 못한다. 탁지원 소장은 “사이비 종교 집단은 구성원이 노동 착취를 당하거나 성폭력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어도 그것이 공동체를 위한 이로운 일이라 믿도록 세뇌한다”고 전했다.

대학들의 대응 현황은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학내 사이비 포교를 막고자 각 학교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는 교내 동아리 검수에 나섰다. 일부 학교의 총동연 측은 사이비 포교 이력이 존재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동아리들을 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비 포교가 교내외 동아리 차원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총동연 차원의 단속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외대 총동연 측은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동아리를 매년 운영위원회를 통해 중앙동아리의 등록 서류 및 활동 내용을 심의하며 사이비 종교 포교와 관련된 동아리를 추적하려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대학의 총동연 측은 동아리 회칙 개정 등의 방식으로 동아리 점검을 강화하며 사이비 포교의 접근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고 있단 입장을 밝혔다. 성신여대 총동연은 “현재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는 절차가 단순해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동아리가 개설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며 “회칙을 개정해 동아리 개설 승인 전에 검토를 하는 단계를 만들어 무분별한 동아리내 사이비 종교 포교 활동을 막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교내에 만연한 사이비 종교 포교에 대해 학교 측 역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우리 학교 서울캠퍼스 학생처 관계자 E씨는 “본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사이비 종교의 포교 활동에 대한 주의 안내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 ERICA캠퍼스 김태형 차장도 “지난 3월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동아리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진행했다”며 “교내외에서 포교 활동이 이뤄진단 민원이 접수될 경우 학생처와 캠퍼스 안전팀 직원이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수연 직원 역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교내 학회와 동아리 등의 모임 중 문제 소지가 없는지 파악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학교 측에 서도 심각성을 인지하며 각종 모임과 교내외를 단속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 대처하기 위해선
그러나 각 학교의 학생지원센터나 총동아리연합회 차원에서의 예방과 대응은 한계가 있어 사이비 종교 포교에 대처하기 위한 학생들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건강한 자아정체감과 능동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 상담사는 “건강한 자아정체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상황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자아정체감이 높게 형성되면 사이비 종교에서의 즐거움과 가스라이팅에 현혹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 말했다. 조 대표 또한 “분별력을 길러 사이비 종교의 포교 활동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능동적 판단과 결단을 내릴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 전했다.

또 이들은 이런 개인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교나 국가 등 거시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단 입장을 보였다. 우선, 대학본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했다. 기존에 소극적 대응을 넘어 신고 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단 것이다. 탁 소장은 “현재 학교의 학생지원센터가 직접 사이비종교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어려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캠퍼스 안의 종교의 자유는 보장하되, 소속을 숨기고 위장 포교 및 비종교적 간접 포교 활동을 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들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사이비 종교 관련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그 피해가 크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탁 소장은 “청년들도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기성세대가 대학에서 포교를 경계하고 예방할 수 있는 법안들을 만들면 좋겠다”며 “종교인들만이 아닌 비종교인들 또한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사이버 종교와 그 피해에 관한 프로그램이 잇달아 방송되며 사이비 종교가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에 관한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세 가라앉기를 반복한지 오래다.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이비 종교의 굴레를 끊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동국대·숙명여대·한양대 연합취재팀
도움: 정이신 목사
조믿음<바른미디어> 대표
최수연<숙명여대 학생지원센터> 센터장
최옥찬 심리상담사
탁지원<현대종교> 소장
탁지일<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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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1:48:30
대학과 교육기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식 동아리 등록 절차를 강화하고, 사이비 종교 관련 동아리를 엄격히 제재하는 것 외에도, 학생들에게 사이비 종교의 포교 활동에 대한 주의 안내를 제공하고, 신고센터를 운영하여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