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생은 누구인가?
[칼럼] 대학생은 누구인가?
  • 이재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23.05.14
  • 호수 156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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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코로나19 시국에서 벗어난 듯 우리 학교 캠퍼스는 이번 학기부터 너무나 정겹고 활기차게 느껴진다. 지난 3년간은 비대면의 프레임에 갇혀 지냈기 때문에 해방감마저 감돈다. 이런 감상에 젖어 교정을 걷다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밝은 얼굴의 학생들을 마주치게 된다. 이들을 보며 코로나19 이전에 늘 학생들에게 강조하던 말이 떠올랐다. 바로 ‘대학생은 누구인가?’ 즉, 대학생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것이다.

대학생(大學生)이란 말 그대로 크게 배워서 깨우치는 사람을 말한다. 대학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대학이 적어도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어야 한다는 덴 이견이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힘이란 단순히 어떤 생각을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기 생각이 올바른지,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인지 판단하는 힘을 말한다. 이를 메타 인지(meta cognition)라고도 한다.

우리는 왜 생각하는 힘이 필요할까?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불순한 의도에, 거짓된 모습에, 모순된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곧 공부의 목적과도 일맥상통한다. 만일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누군가의 유혹에 넘어가거나 합리적인 의심 없이 어떤 견해에 동조한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대학생이 일반 사람들과 다른 점은 자기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대해 깨어있는 의식, 즉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반복된 행동이나 말을 한다면 이는 대학생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엔데믹 시기 우리 학생들이 대학생의 본질을 지키며 생각하는 힘을 지닌 기품있는 인물로 성장하길 바란다. 정말로 대학생다운 대학생들이 더욱 늘어나길 고대한다. 적어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더욱 발전하는 모습으로 학교에 다니길 바란다. 바라던 대학에 노력해 들어온 만큼 진정한 대학생의 모습을 갖추길 기대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가 평소 생각하던 대학생에게 바라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앞으로 학생과의 만남을 자주 가질텐데 그들을 만나면 독서와 배려라는 두 가지 요청을 할 것이다. 독서는 평생 해야 하지만 독서 없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개인의 명운을 바꾸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소설가 김영하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 갈파하기도 했다. 그런데 독서가 중요하단 인식은 있지만 아쉽게도 타인에 대한 배려에 대해선 부족하다.

배려란, 크게 어떤 선한 행위를 하란 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조심하란 것이다. 작게는 지하철을 탈 때 승객들이 다 내리고 나서 타는 것이 필요하다. 보행 중엔 흡연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을 혐오하는 댓글을 달지 않고 가짜뉴스를 나르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한양대역 육교의 노약자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것도 배려다. 이를 위해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독서와 배려가 몸에 밴 진정한 대학생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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