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한양 생일 축하해
[장산곶매] 한양 생일 축하해
  • 지은 기자
  • 승인 2023.05.14
  • 호수 1566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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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편집국장
                                      지은<편집국장>

 

당신은 한양을 사랑하는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애정을 갖고 소속감을 느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살면서 ‘한국 사랑해’라던지, 다니던 학교나 살던 도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만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그 안에 있기에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내놓게 된다. 탈OO을 부르며 자신이 속한 집단을 벗어나길 간절히 비는 이들이 태반인 것이다. “이젠 왕십리가 지겨워서 다른 곳에서 공부하려고.”, “빨리 한양대 좀 벗어나고 싶다.” 시험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앞둔 선배들이 매일 하는 말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한양인으로 살아간 지 2년이 훌쩍 넘었고, 학보사의 편집국장까지 맡고 있지만 학교가 너무 좋다는 생각이 자주 들지는 않았다. 특히 한대신문 활동을 하며 학교 곳곳에 존재하는 허점과 구멍을 찾아대고 있으니, 때로는 화가 나고 한숨이 나올 뿐이다.

도대체 오래된 건물은 언제 인테리어가 되는지, 하늘 높은 경사와 계단은 언제 낮아지려는지, 도서관에 책이 조금 더 많았다면, 돗자리 깔고 누울 잔디밭이 있었으면. 매일 크고 작은 것들에 대해 불평한다. 한대신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편집국장이라는 역할을 사랑하기만 해서 맡은 것은 아니다. 늘 기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업무 조건, 수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불합리하고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한숨을 내뱉게 된다.

사실 필자가 한양을 무작정 사랑하는 것은 근본부터 어려워 보이기도 하다. 필자가 6개의 대입 원서 중 한양대학교를 넣은 이유는 성적대가 적절하게 맞았기 때문이고, 비교할 만한 여러 대학에 붙고서도 한양을 고른 것은 단순한 대학 서열의 비교 결과였다. 가본 적도 없고, 특별한 인연도 없던 이 학교에 어떻게 발을 내딛고 뿌리를 내릴지 막막했다. 혹자는 언제 애교심을 느끼는가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한양대 학생인 것을 칭찬해 줄 때’, ‘한양대의 입학 성적이 높기 때문에’라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스카이로 시작하는 대학 서열 속 특정 구간의 어떤 곳이라도 동일할 테다.

이처럼 소속감은 집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집단 자체의 특성만으로는 절대 튼튼한 사랑하는 마음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학교가 빛나는 혜택과 장학금을 준다고 한들, 웅장한 건물을 지어 내건다고 한들 그 자체만으론 학생들의 애교심을 이끌어내긴 어렵다.

하지만 집단에 속한 구성원이 서로 연결고리를 구성하고, 서사를 만들어 낼 때 애착의 마음은 만들어진다. 그래서 필자는 한양에 대해 특별한 마음을 갖는다. 슬픈 일이 있을 때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펑펑 울었던 경험, 친구와 인문대 건물 앞에서 야경을 보며 먹던 샌드위치, 한대신문 기자들과 벚꽃 앞에서 찍었던 사진,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남자친구와 타코랩을 먹었던 노천 극장. 좋아하던 연예인이 축제에서 한양을 불러줄 때의 감동. 이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들이 한양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추억의 서사가 사랑의 영향력을 만들고, 이는 종이비행기가 돼 다시 돌아온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경험이, 그 이야기가 한양을 잃지 못하게 할 것이다. 앞으로의 한양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사랑하는 마음을 부풀게 할지 가늠할 수 없다. 수많은 선배님들이 모교에 애정을 갖고 마음을 보내는 그 이유도 이와 같은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한양대역에서 내려 애지문으로 올라가 눈부신 본관을 마주할 때, 봄에 노란 개나리가 필 때. 한양을 사랑하는 마음을 깊이 느낀다. 나의 역사 앞에 서서 함께 발을 맞추게 된 한양의 생일을 축하하고, 늘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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