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안에도 숲이 있다고?
바다 안에도 숲이 있다고?
  • 최무진 기자
  • 승인 2023.05.01
  • 호수 1565
  • 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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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에도 육지의 숲처럼 생물들이 모여 사는 바다숲이 있다. 바다숲에선 넘실거리는 해조류 사이를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얗게 황폐해졌던 바닷속 환경 때문에 살 곳을 잃고 떠난 바다 생물들은 회복된 푸른 바다숲을 찾아 다시 우리나라 연안으로 몰려들고 있다.

바다를 살리는 바다숲
바다숲은 해조류와 해초류 등의 바다 식물이 무리지어 살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조성된 환경이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지난 2009년부터 바다 사막화로 인해 훼손된 연안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잘피와 감태 등의 바다 식물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인공 바다숲을 조성해 왔다. 지난해 기준 바다숲은 전국 연안의 228곳에 달하며, 한국수산자원공단은 △동해 87개 △서해 38개 △남해 49개 △제주 54개에 바다숲을 조성했다. 현재 바다숲의 총 면적은 2만 9천180ha이며, 오는 2030년까지 5만 4천ha 면적의 바다숲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는 중이다.

잘피숲에서 볼락떼가 거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잘피숲에서 볼락떼가 거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바다숲은 바다 사막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바다 사막화는 바닷가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져 바닷속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해역에 사막화 현상이 나타난 면적은 1만 2천700여㏊로, 여의도 면적의 44배가량이다. 또한 국립수산과학원에선 우리나라의 바다 사막화 현상이 계속해서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주변 생태계의 종 다양성 및 생물량 감소 현상을 가져온다. 김형근<국립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명예교수는 “바다 사막화로 인해 기존의 해조숲이 사라지면 그곳에 정착하던 바다생물이 한꺼번에 사라져 생물 종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바다숲은 바다 생태 환경의 개선 및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해 바다 사막화를 예방한다. 우선 바다숲은 수산생물의 먹이 및 서식처를 제공해 연안 생물의 다양성을 향상시키고 수산자원의 증대에 이바지한다. 김 교수는 “기초생산자인 해초가 생태계 내의 먹이 사슬을 통해 작은 동물과 큰 동물로 에너지가 이동하면 안정된 생물 군집이 형성돼 생태계가 복원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엔 바다숲이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바다숲은 열대우림보다 이산화탄소를 약 50배 정도 빠르게 흡수하기에 탄소흡수원(블루카본) 역할을 한다. 김 교수는 “육상 식물과 비교했을 때 해양 식물의 탄소 흡수 속도는 매우 빠른 정도”라며 “특히 △다시마 △오자반 △대황 △식물플랑크톤 등의 해양 식물들이 탄소 흡수량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바다숲을 조성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해역별로 바다 사막화 현상이 발생하는 주된 요인의 차이를 고려해 현지 환경에 적합한 조성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이는 해조류를 먹는 조식동물의 개체수를 적절히 조절하고 해조류가 잘 번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기자는 이런 차이를 취재하고자 직접 동해안의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읍과 서해안의 인천광역시 옹진군 일대에서 조성중인 바다숲에 다녀왔다.

포항시 구룡포읍 일대 동해 바다숲
먼저 동해 지역에서 조성되고 있는 바다숲을 보기 위해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포읍을 찾았다. 동해안에선 상위포식자들이 멸종위기종이 되며 천적이 사라진 성게 등의 조식동물이 많이 번식하게 되었다. 이들은 해조류를 섭취해 바다 사막화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이에 동해 지역은 조식동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으로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다.

감태 군락이 조성돼 있다.
▲감태 군락이 조성돼 있다.

기자가 찾은 구룡포읍 연안 일대에선 조식동물로 사막화 현상이 나타난 곳을 복원하기 위해 감태 군락을 조성하고 있다. 바다 사막화 현상이 나타난 곳엔 자연적으로 해초가 다시 자라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성해야만 한다. 자연암반과 인공구조물에 감태 군락을 이식해 바다숲을 구성하는 사업이다. 현지 어민 김연근<경상북도 포항시 52> 씨는 “지난 1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수온이 올라 바닷속 생태계가 파괴된 것을 실감한다”며 “훼손된 바다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초 군락을 많이 조성해 해양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잠수부가 바다숲 내 조식동물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이다.
▲잠수부가 바다숲 내 조식동물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성게와 불가사리 같은 조식동물을 제거하는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동해안엔 수온의 증가로 조식동물이 많이 서식하는데 이들의 천적은 거의 없는 상태라 바다 생태계 파괴 예방을 위해 제거하는 것이다. 구룡포읍의 어촌계 관계자 A씨는 “현재 바닷가에는 편모성게와 불가사리 등의 조식동물에겐 피뿔고둥을 제외하곤 거의 천적 생물이 없는 상태”라며 “정부에선 번식력이 강하고 해초를 갉아 먹는 등 상품성 없는 조식동물들을 정기적으로 제거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옹진군 일대 서해 바다숲
부유물질이 과다 퇴적되면 바닷속 생물이 서식할 수 없게 된다. 서해안에선 이런 지역에 대해 바다를 정화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바다 식물을 선정해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다. 기자는 서해안에서 잘피숲을 조성해 바다숲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해역을 방문했다.

옹진군 일대 해역에선 지난해 7월부터 잘피의 일종인 거머리말을 얕은 바닷가에 이식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었다. 연안에 자리 잡은 거머리말 숲은 파도를 막아 다양한 해양 생물의 안전한 산란장과 서식처를 제공하며, 육지에서 유입되는 많은 종류의 오염물질을 빠르게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인천광역시 선재어촌계장 나창훈<인천광역시 옹진군 70> 씨는 “시와 연구소에서 거머리말로 조성한 바다숲에 대한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조사 및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피숲이 조성되어 있는 모습이다.
▲잘피숲이 조성되어 있는 모습이다.

더 나은 바다 속 생태계를 위해선
다만 바다숲 조성이 어촌계의 수익성 향상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단 입장도 있었다. 애당초 수온이 높은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는 생물인 감태를 가져와 기존의 수상 생태계에 영향을 주었단 것이다. A씨는 “인공어초 중 미역 같은 종들은 물고기가 다 뜯어 먹어 이들의 번식률이 떨어지기에 단년생인 감태를 이용해 조성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감태는 풀이 억세서 물고기에겐 좋을 수 있어도 어촌계에 수익이 되는 전복이나 참성게 같은 수생 생물들은 이를 먹질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촌에서 23여 년 정도 거주하고 있는 박요순<인천광역시 옹진군 78> 씨도 “지난해와 재작년에도 비슷한 사업을 했었는데 수산자원 수확에 있어 두드러진 효과를 내진 못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바다숲 사업을 바라보는 정부와 어촌계 간 관점의 차이가 존재했다. A씨는 “바다숲을 만들어 바닷속 생태계를 살리겠단 정부와 수산생물 잡이로 생계를 잇는 어촌계 간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단순히 바다숲을 조성해서만 바닷속 생태계를 복원할 수는 없다”며 “이보단 온 국민이 바다 환경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열심히 조성해 놓은 바다숲의 관리가 미흡했단 점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바다숲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지난 2019년 △바다숲의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 지자체를 해당 사업 선정에서 제외하지 않은 점 △바다숲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에 이관한 점 △시멘트로 제작한 인공어초를 과도하게 바다에 이식한 점 등의 이유로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당한 바 있다. 이에 환경단체 신주희<녹색연합 해양생태팀> 활동가는 “여러 해조류 전문가들이 바다숲 관리 방식 중 인공어초를 원래 자연적인 서식 환경보다 과도하게 깊은 곳에 투하하거나, 해조류의 생식 주기를 맞추지 않고 심는 조성 과정의 문제 등을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잘피를 이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잘피를 이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어 실효성 있는 바다 사막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 활동가는 “매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2~3000여ha의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평가와 검증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바다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으로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한국수산자원공단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단 입장을 밝혔다. 한국수산자원공단 관계자 B씨는 “한국수산자원공단은 바다숲 조성의 일련의 절차와 효과에 대해 감사 지적을 받았지만, 지적된 내용들을 연구사업에서 보완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또한 현재 바다숲 조성 사업의 실질적인 효과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연구 및 사업을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폐해가는 바닷속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10일, 바다숲 조성을 기념하는 바다식목일을 맞아 바다 생태계 대해 한 번씩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도움: 김형근<국립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명예교수
동해·서해 어촌계
신주희<녹색연합 해양생태팀> 활동가
한국수산자원공단
사진 제공: 한국수산자원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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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2:05:20
정부와 어촌계의 바다숲 사업에 대한 관점 차이와 문제점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다숲 조성에 있어서는 관리와 지속적인 평가, 검증이 필요하며, 지적된 내용들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에 대한 노력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바다식목일과 같은 행사를 통해 바다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