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내가 전하는 당신의 이야기
[취재일기] 내가 전하는 당신의 이야기
  • 김연우 기자
  • 승인 2023.05.01
  • 호수 156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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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우 <대학보도부> 정기자

‘진짜 기자도 아니면서’, ‘본인 스펙 채우기 위해 우리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뿐이다.’ 기자가 취재를 진행하며 인터뷰이에게 들었던 말이다.

이제보니 상처를 받을 법도 한 말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겁이 났다.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자이긴 하나, 어찌 보면 진짜 기자는 아니다. 필자는 마음을 다해 기사를 쓰고 있긴 하나,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뷰이가 꼭 필요하긴 하다. 그들을 수단으로써 사용하는 것이란 말에 떳떳한 마음으로 ‘아니’라 말할 수 없었다.

시간이 약이란 말이 무색하게 필자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져갔다. 그 이후 모든 기사 작성 과정에서 기자 본인에 대한 강한 회의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새로운 기사를 준비하고 인터뷰이를 섭외하려 이메일 창을 열며 ‘나는 이 사람의 입을 빌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에 다음에 보내면 된다며 노트북을 닫기도 했다. 실제로 필자는 질문지를 만들 때 답변을 예상하고 만든다. 진행한 인터뷰 중 필자가 쓴 기사에 어울리는 문장을 솎아내 기사가 완성도를 갖도록 퍼즐처럼 맞춰 넣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필자의 기사가, 이 안에 담긴 인터뷰이의 말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필자에게 이런 고민을 시작하게 한 것도, 끝맺게 한 것도 인터뷰이였다. 한 전문가는 필자가 보낸 인터뷰 요청 메일에 “요즘 언론사 인터뷰나 원고 청탁을 받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답변을 드린 이유는 기자님께서 기획하고 계신 기사나 고민들을 응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라 답했다. 

필자는 그날부터 수도 없이 고민에 빠지는 스스로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필자의 고민은 용기를 내 인터뷰에 응해준 이들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하고 잘못 담진 않을까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기인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점을 바꾸고 나니, 인터뷰이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다. 필자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필자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작성하려 하는지 가감 없이 드러냈다. 기자가 솔직해지니, 인터뷰이도 솔직해졌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되며 전보다 막역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엔 이런 인터뷰를 넣어야지’ 하고 남겨 둔 빈칸이 무용해지면, 기자는 인터뷰 답변을 복기해 본다. 그들이 나를 통해 세상에 던지고자 했던 말은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

목요일 저녁부터 신문사에 앉아 금요일 해가 뜨고 또다시 지는 것을 지켜보며 여전히 필자가 가는 길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한다. 그러나, 이제 그 고민이 자랑스럽다. 과도한 부담감에 기자란 직업이 내게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가까워질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 글과 기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그만둘 때 그때야말로 기자란 직업을 할 자격이 없어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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