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판, 세상에 없는 연극을 만들다
살판, 세상에 없는 연극을 만들다
  • 김다빈 기자
  • 승인 2023.05.01
  • 호수 1565
  • 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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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 유일의 창작 연극 동아리 ‘살판’은 창작극을 연구하고 극본부터 무대 연출까지 모두 직접 제작한 연극으로 정기 공연을 올리는 연극 동아리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연극을 선보이는 살판의 회장 진수민<경상대 보험계리학과 22> 씨, 부회장 천소은<국문대 프랑스학과 20> 씨 그리고 극부장 최유빈<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21> 씨와 부원 김재엽<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21> 씨를 만나 살판에 대해 들어봤다.

| 살판, 어떤 동아리?

살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회장 진수민<경상대 보험계리학과 22> 씨: 살판은 1991년도에 창설된 동아리로, 신설 당시엔 ‘살풀이판’이란 이름에서 시작한 민속극 창작 동아리였습니다. 이후 창작하는 연극 장르의 폭을 넓혀보고자 현대극을 점차 다루게 되면서 동아리 이름도 ‘살판나는 세상을 그리자’는 의미를 담아 ‘살판’으로 변경하게 됐습니다.

살판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극부장 최유빈<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21> 씨: 가장 중요한 활동은 매년 5월과 11월에 있는 정기 공연입니다. 공연을 위해 △각본 △디자인 △배우 △연출 △음향 △조명 △홍보 팀을 구성하고, 분야에 맞춰 한 달 정도 공연을 준비해요. 각본팀이 극의 대본을 작성하면 배우팀은 연기 연습을 진행하고, 음향과 조명팀이 극의 내용에 맞춰 음악과 효과음을 수집해 선정하고, 조명을 구성합니다. 연출팀은 소품이나 무대 배경 등을 제작하고 모든 팀과 소통하며 전체적인 그림을 맞추는 등 무대 전반을 총괄하죠. 이후 디자인팀이 포스터나 티켓을 제작하면 홍보팀이 이를 직접 부착하고 SNS에 업로드해요. 이외에도 대본을 따라 해 보며 연기를 배우는 ‘극날’이나, 부원들이 함께 연극을 관람하는 관극과 같은 활동들이 있습니다.

동아리 모집 시 분야를 나눠 선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수민: 많은 분들이 동아리 지원을 할 때 연극에서 하고 싶은 분야가 뚜렷하게 정해져 있기보단 ‘연극에 조금 관심이 있는데, 나도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창작극에 대한 도전 장벽을 낮추기 위해 분야를 나누지 않고 선발한 후에 부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언제든지 관심사가 바뀌게 되면 자유롭게 부서를 이동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어요.

| ‘살판’나는 세상을 담아 무대로

살판의 연극 창작 과정이 궁금하다

수민: 먼저 방학 중에 각본 팀을 모집하고, 각본 팀 부원들끼리 대본을 써요. 이 과정에서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만들고자 기존에 있는 연극이나 다른 매체의 작품을 많이 접하며 소재에 대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부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내용이 나올 때까지 브레인스토밍과 회의를 거듭하며 대본을 완성하죠. 이후 오디션을 통해 배우 팀을 구성하고 연출이나 무대 팀 등 각각의 분야에 맞는 부원을 선정해요. 그리고 다함께 대본 리딩 시간을 가지며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나면 본격적인 공연 연습과 무대 준비를 거쳐 연극이 탄생합니다.

▲ 살판이 연극 연습 과정에서 대본을 숙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살판이 연극 연습 과정에서 대본을 숙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창작극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수민: 아무래도 직접 연극을 만들기 때문에 작품에 더 많은 애착이 생겨요. 라이센스극과 달리 창작극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까지 저희가 직접 쓰고 만들기에 ‘내 작품’이란 생각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공연을 올리고 나서도 작품을 보내주기 아쉬운 마음에 극 중 대사의 일부를 저희끼리만 아는 유행어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지난 1학기에 올린 공연 중에 “아 머리야”하며 머리를 짚는 대사가 있는데, 지금도 연습을 하다가 곤란하고 머리가 아픈 상황이 생기면 그 대사를 따라 하며 저희끼리 웃곤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정기공연은 무엇인가
부회장 천소은<국문대 프랑스학과 20> 씨: 지난해 1학기에 올린 공연 <그것을 알려드립니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유튜버를 꿈꾸는 청년이 조회수를 위해 범죄를 취재하다 극단적인 사건을 발견하는 내용의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했는데요, 유력한 범인 후보 3명 중 누가 범인일지 직접 현장 관객들에게 투표를 받고, 투표 결과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흘러가는 방식으로 구성했어요.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극이 어떻게 진행될지 굉장히 기대됐던 기억이 있어요.
수민: 또 공연 후에 많은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돌아와서 뿌듯했어요. 코로나19 이후로 2년 만에 진행한 공연이라 부족한 것도 많았고 힘들었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관객도 굉장히 많았고, 신선하고 재밌단 식의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 공연 <그것을 알려드립니다>의 포스터 사진이다.

살판의 창작 연극적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연극은 무엇인가
수민: 지난 학기에 올린 공연 <종착역은 로맨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다른 세계관에 있는 인물들이 미스터리한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이야기로,  각자 다른 캐릭터를 가진 12명의 배우가 연극에 참여했어요. 보통의 대학로 연극엔 3~6명 정도의 배우만이 등장하지만 저희는 인원도 많았고, 소재 특성상 캐릭터가 다양하게 들어갈수록 내용이 풍부해질거라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많은 배우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건 창작극만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 살판의 종착역은 로맨스 공연 모습이다.
                                             ▲ 살판의 종착역은 로맨스 공연 모습이다.

연극을 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수민: 커튼콜을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커튼콜은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순서대로 나와 다같이 인사를 하고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시간이에요. 그럴 때면 연극을 하는 시간 동안 작품 속 캐릭터였던 제가, 마치 마법이 풀리는 것처럼 다시 배우이자 학생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무대 위에 모여서 박수받으며 부원들과 ‘고생했다’, ‘수고 많았다’와 같은 메세지를 주고받을 때 정말 벅차고, 그동안 저희가 고생해서 연습한 것들을 보상받는단 느낌이 듭니다.
유빈: 저도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할 때면 큰 여정을 지나 무언가 완성시킨 듯한 성취감이 들어요. 무대에 오르면 조명 때문에 관객들의 표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두운 관객석에서 공연에 대한 반응이 들려올 때면 뿌듯하기도 해요. 이런 순간들이 계속 연극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 살판이 공연을 마치고 다함께 찍은 사진이다.
                                                  ▲ 살판이 공연을 마치고 다함께 찍은 사진이다.

|한양 PRIDE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부원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수민: 항상 하는 말이지만, ‘다치지 말고 싸우지 말고’가 저희 목표예요.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감정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때에 따라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양보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부분에선 더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하며 부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극을 통해 서로 협업하는 법을 배우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좋은 관계를 오래 이어나가도록 잘 이끄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김재엽<언정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21> 씨: 또한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운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제작하는 만큼, 관객들에게서도 ‘저 공연 되게 즐거웠다’, ‘살판 공연 잘하는 동아리구나’란 반응을 듣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이 이 동아리에 맞을 것 같은가
유빈: 연극을 좋아하면 가장 좋겠지만, 연극을 경험해 보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 직접 만든 연극으로 공연을 올린다는 게 흔치 않은 경험이잖아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소중한 추억을 쌓아보고 싶으신 분들이 들어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 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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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2:10:57
이런 동아리들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인연을 제공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희망적입니다. 살판과 같은 동아리들의 노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연극과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