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이예빈 기자
  • 승인 2023.04.10
  • 호수 1564
  • 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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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 테마 ‘미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덕에 어릴 적 그렸던 과학상상화의 한 장면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그때의 미래가 현재가 된 지금, 다시 과학상상화를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도서 「호모데우스」와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미래를 그려보자.

인간이 주인이 아닌 세상을 말하다, 도서 「호모데우스」
 

도서는 다소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우리의 지평을 넓혀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훨씬 넓단 사실을  일깨운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도서 「호모데우스」의 목표를 위와 같이 밝힌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근대 이후 인류 문화와 기술의 번영을 이룬 근간엔 ‘인본주의’에 대한 강한 믿음이 깔려있다. 인본주의는 범세계적으로 공유되는 종교와 같은 믿음이었기에 자연과 동물을 해치면서까지 무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었단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미래엔 인본주의 시대를 지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믿음인 ‘데이터교’가 들어설 것이라 주장한다. 

데이터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이터 처리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껏 인간을 중심으로 사고하던 인본주의와 다르게 데이터 처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자는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 동물들의 삶을 하찮게 여기거나 멸종시킨 것처럼, 인간 또한 사회 발전에 도움 되지 않는단 이유로 멸종하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사고방식이 당연한 세상에서 나고 자란 우리에게 인본주의가 해체된단 저자의 예측은 억지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파격적인 미래를 제시해서라도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변화는 빠르지만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시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면 도서 「호모데우스」를 통해 그 단편을 엿보는 건 어떨까.


현실적 디스토피아를 그리다,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
 

지난 2019년 영국의 BBC와 HBO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는 2019년부터 2034년까지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그렸다. 영국에 사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 드라마는, 한 시간 분량의 총 여섯 개 에피소드 동안 세계 곳곳의 이슈를 다루며 거침없이 전개된다. 

드라마 속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 등 세계적 인물들이 잇달아 사망한다. 한편 미국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니 동성혼이 금지되고, 임신중절 합법화의 토대가 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다. 

세계 각지에선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승승장구하는 와중에 거대 은행이 몰락하며 심각한 경제 위기가 찾아온다. 결국 이민자들은 내쫓기고 차별과 혐오가 부끄러운 줄 모르는 세상이 도래한다. 혼란의 연속이지만 어쩐지 낯설진 않다.

이렇듯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엔 현 2023년 시점에서 이미 실현됐거나 머지않아 실현되더라도 놀랍지 않은 예측들이 뒤섞여 보는 내내 현실과 분간하기 어렵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를 보고 있자면 이런 파국이 우리의 앞날인가 암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결코 미래에 대한 저주가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가능성을 발견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으니 변화를 모색하란 따끔한 일침이다. 점차 혼란스러워지는 시대에 최악을 면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다면 국내 OTT 플랫폼에서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를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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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2:59:19
이러한 상상력은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그려진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는 우리가 이러한 가능성을 직시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입니다. 변화에 대한 준비와 모색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