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당신들 앞에 우리가 우뚝 서 있으니
[장산곶매] 당신들 앞에 우리가 우뚝 서 있으니
  • 지은 기자
  • 승인 2023.04.10
  • 호수 156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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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기자
                                                              ▲지은<편집국장>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의 끝물이 슬슬 밀려가니, 학교가 와글와글 시끄럽다. 덕분에 학보사의 지면엔 학생 사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가 ‘논란’이란 이름으로 채워지고 있다. 학생회비 운용 과정에서 마땅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이를 횡령한 경우도 존재했으며, 선거 과정에서 올바른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도 상당했다. 학생 대표의 사생활 문제와 직무 유기, 집행부의 타당성에 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학생회가 학과의 중요한 사안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했는지, 학생들의 의견을 잘 반영했는지에 대한 추구도 날카롭게 이어진다.

혹자는 묻는다. 자잘하고 소소한 규칙 하나 어긴 것이 뭐 그리 ‘논란’이냐고. 학생회의 부정적인 측면만 언론이 확대하는 것은 아니냐고. 학생대표자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냐고 말이다. 사실 필자는 이러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몹시 통탄스럽다. 나름의 이상과 신념으로 학우들을 위해 봉사하고, 수반되는 대가와 이득을 모두 수용하기로 계약했으면 이에 마땅히 따라야만 한다. 정해져 있는 세밀한 절차엔 역사와 사유가 있고, 학생회가 이행해야 할 각각의 직무는 존재 이유와 직결되니 작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생략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왜 학생대표자를 자처했는가? 그것이 학생과 학교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라면 규율과 감시가 옭아매는 자리에 대한 그 책임을 충분히 감내해야 한다. 개인의 사적인 욕망과 이득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것에 대한 대가를 완벽하게 치러내야만 한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귀엽게 넘어가도 될 사생활도, 벌거벗겨져 더러움이 없다는 것이 증명될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놀 것이다. ‘그깟’ 장부 내용의 일부가 누락됐단 사실이 당신이 꿈꾸던 앞길을 전부 막아버릴 것이다. 당신의 행위는 땅 속에 묵혀지지 않고 글로 남고 말로 남아 온 세상을 떠돌 것이다.

이를 가벼이 여긴 채 믿지 않을 당신을 위해 필자는 직접 일깨워주려 한다. 한대신문의 사무실 구석에 위치한 자료실을 들어가면, 처음 태어난 한대신문부터 지난 주에 발간된 신문까지 모두 모여있다. △낱장의 종이신문 △인터넷 신문 △축쇄판 △합본의 형태로 남겨지고 있는데, 이를 하나하나 열어보면 당시의 학생 사회에서 누가 검은 발자취를 남겼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학교의 학생이 전부 교체되고 당신의 이름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때에도, 종이에 아로새겨진 당신의 그 날은 영원히 세상에 남을 것이며, 역사 그 자체가 되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쏟아지는 사고 앞에 학내 언론의 소중함과 가치를 느낀다. 잘못 남겨진 글자들이 누군가를 평생 옭아맬 수 있으니 깊은 책임감이 생기는 한편,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죄책감 없이 남기는 그대들 앞에 우리가 서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신문을 만들어내는 오늘도, 본지의 기자들은 애지문에 붙은 총학생회 규탄문에 관해 취재하고 있으며, 동아리연합회 해체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보다 더 큰 사명을 느끼며 온 학우들에게 약속한다. 학생 사회가 엉망진창이라면, 그것을 낱낱이 기록하고 솎아내고, 고할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하나하나의 글자에 두려움을 갖고 성실히 임할테니, 학우들에게 또한 바란다. 한대신문이 총명한 시선을 번뜩일 수 있도록, 휘두르던 펜이 잘못된 칼로 변해 억울한 이를 찌르지 않을 수 있도록 날카롭게 지켜봐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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