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시작된 ‘폭탄 돌리기’, 탄소 감축 의지 없는 탄소중립계획
[사설] 또다시 시작된 ‘폭탄 돌리기’, 탄소 감축 의지 없는 탄소중립계획
  • 한대신문
  • 승인 2023.04.10
  • 호수 1564
  • 7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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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가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안일한 대응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지난달의 기온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던 만큼 현재의 기후 위기는 심각하다. 이렇듯 당장의 탄소배출 감축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탄녹위의 탄소중립계획엔 현재의 기후문제를 미래 세대에게 넘기는 식의 계획만이 담겨 있다.

우선 해당 계획안은 산업 부문의 탄소 감축 목표치를 이전보다 축소해 기업의 공공연한 탄소 배출을 눈감아줬다. 지난 정부 시절 14.5%였던 산업 부문 탄소 감축률을 11.4%까지 낮추며 사실상 환경보다 기업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현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억 3천만 톤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산업계의 책임을 덜어주는 건 기후 위기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탄녹위는 산업 부문의 탄소 감축 목표를 줄이는 대신 국제감축 사업과 탄소포집기술(CCU)을 통해 탄소 감축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제시된 대안들이 실현될 수 있을진 의문이다. 먼저 국내 기업이 개도국에서 탄소 배출을 줄인 후 우리나라의 감축 실적으로 가져오는 방식인 국제감축 사업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국제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심지어 실적 인정에 관한 국가 간 합의 역시 명확히 정해진 바 없이 지지부진하다. 또한 탄소를 모아 지층에 저장한 후 이를 재활용하는 탄소포집기술의 경우 상용화 시기에 대한 의견조차 분분한 상황이다. 해당 기술이 현재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을뿐 아니라 추가적인 원전 건설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대안 모두 최초 활용 시기가 2026년 이후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의 탄소 감축엔 무용지물이며, 앞으로의 실현 가능성 역시 불확실하다. 이처럼 실현 가능성이 모호한 대안만 내놓으니 당장의 탄소 감축은 포기한 것으로만 보인다.

더불어 차기 정부로 떠넘기기식 탄소 감축 목표가 또다시 반복됐단 것도 문제다. 이번 탄소중립 기본계획안에 담긴 2030년까지의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 중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의 목표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이는 오는 2028년부터 3년간 나머지 75%를 감축해야한단 얘기인데, 목표 달성 책임을 무작정 다음 정부에게 보내는 폭탄 돌리기가 아닐 수 없다. 탄소 감축 목표를 처음 수립한 지난 2009년 이래로 세 차례의 정권을 거치는 동안 단 한 번도 이를 지킨 정부는 없었다. 뱉은 말을 지키지 않고 계속해서 환경 문제를 다음 임기로 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은 이번 정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때이른 봄꽃의 동시다발적 개화에 곳곳에선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기후 위기란 폭탄을 다음 세대에게 넘길 기회만 엿보는 듯하다. 정부는 더 이상 미래 세대에게 모든 피해와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당장의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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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06:53
기사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현재의 탄소배출 상황에 비춰서 탄녹위의 계획이 불충분하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환경적 피해와 책임을 미루는 것보다는 당장의 대책과 실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강조되며, 정부의 책임감과 실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