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더 멋진 어른이 될테니
[단상] 더 멋진 어른이 될테니
  • 채수민 기자
  • 승인 2023.04.04
  • 호수 1563
  • 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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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민 대학보도부 부장
                                                             채수민<대학보도부> 부장

 

취업 포기 청년 50만 명 시대, 어느새 청년이란 이름 앞엔 ‘포기’, ‘단념’이란 수식어가 붙여졌다. 사회면을 펼쳐보면 주거난과 취업난으로 얼룩진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얼마나 힘겨워하고 있는지를 담은 기사들이 눈에 띈다. 곳곳에선 얼어붙은 취업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안에 틀어박힌 청년들을 구제해야 한단 목소리가 들려온다. ‘청년’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렇듯 침울하고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그러나 수많은 청년 중 한 명으로서 필자가 오늘 펼쳐 볼 단상은 ‘청년이란 이름으로 묶여 전하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회색빛 서울 하늘 아래 열 평 남짓의 방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다. 어렵사리 자취방을 구했다 해도 매달 50만 원이 넘는 월세 부담은 버겁기만 하다. 주말마다 시간을 틈내 하루종일 아르바이트를 해야 겨우 한 달 월세를 벌 수 있다. 더 이상 서울의 갑갑한 하늘이 낯설지 않을 때쯤 졸업 시기가 다가오면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려운 취업 시장을 직면한다. 이어지는 불합격 문자에 그나마 남아있던 자존감마저 깎이면, 그 사이로 초라한 스스로가 보인다. 반짝이는 창문들로 빼곡히 매워진 높은 빌딩 속 수많은 사무실 안에 맡아 놓은 자리 하나 없단 사실에 부끄러워진다. 까마득한 현실에 연애니, 결혼이니 출산이니 모두 먼 얘기일 뿐이다. 결국 N포세대라 불리던 청년들은 이렇게 ‘취업 포기 청년 50만 명 시대’를 만들어냈다.

여기까지가 세상에 알려진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진짜 실상은 어떤 모습일까. 청년이란 이름으로 한 데 묶여있지만, 그 안에서도 △대학생 △취업 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르다. 명확하지 않은 진로와 불안한 미래를 품은 대학생들은 더 나은 앞날을 꿈 꾸며 △수업 △아르바이트 △학회 등 뭐 하나 가리지 않고 매 순간 열심이다. 졸린 눈을 비비고 매일 아침 독서실로 출근 도장을 찍는 취업준비생들은 불안정한 오늘을 두려워하면서도 달라질 내일에 간절해하며 책을 놓지 않는다. 실수투성이 하루에 속상하기만 한 사회초년생들은 실수를 곱씹으며 더 성장해있을 자신을 마주한다.

우리는 고단한 청년들이지만 동시에 각기 다른 위치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청춘들이다. 어떤 대학에 입학해 어디에 취직할지, 어떤 상대를 만나 무슨 관계를 맺어야 할지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가장 나은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 밤을 새워 고민한다. 지금의 선택이 남은 평생을 어떤 방향 으로 이끌지 모른단 생각이 떠밀려와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매 순간 원하는 바에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계속 힘주고 애를 쓰다 보니 지쳐 잠시 주저앉고 싶어지는 순간들도 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일상을 마치면 온몸에 기운이 빠져 쓰러질 것 같을 때가 있다. 이따금 후회만 가득한 하루를 보낸 날엔 앞으론 무엇이 더 달라질 수 있을지 까마득할 때도 있다. 꿈적않는 장벽에 부딪히기를 반복할수록 마음이 멍들고 몸이 피곤해 휴식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도전하며 다치고 멍들며 여린 살은 점차 굳은살로 변해간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반복된 일상에 자신이 소진되는 것만 같아도 켜켜이 쌓인 경험은 결국 뼈대가 돼 바탕을 채운다. 빈틈 가득한 하루가 실망스럽더라도 결국엔 그런 시간들이 모여 틈 없이 메워진 완벽한 하루를 선사한다. 이처럼 청년들이 처한 불확실한 현재는 오히려 앞으로를 대비하게 하는 확실한 자산이 되고, 그 덕에 청년은 더욱 성숙해져간다.

청춘은 한 명의 청년이 성장을 거듭하며 어른이 되기까지 단단해지는 과도기일뿐이다. 과도기를 거치며 단단해진 청년들은 잇따른 실패에 지쳐 잠시 멈춰있을 순 있어도 절망에 빠져 내내 주저앉아 있지 않는다. 과거 청년들이 열심히 자라 어른이 되었듯이 우리도 열심히 깨지고 부딪히며 성 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체득한 이력은 어떤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결국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쳐도 무섭다고 주저앉기보단 한숨 한번 내쉬고 툴툴 털어낼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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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27:23
청년들은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함을 뚫고 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겪는 실패와 어려움이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으며, 지치기도 하지만 결국 성장하고 어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경험과 성장은 그들이 미래에 대비하고 어떤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청년들의 끈기와 열정을 응원하며, 그들이 멋진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