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논란 이후 동연 해체 결정돼
부정선거 논란 이후 동연 해체 결정돼
  • 최무진 기자
  • 승인 2023.04.04
  • 호수 1563
  • 1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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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열린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에서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의 해체가 결정됐다. 지난달 진행된 ‘ERICA캠퍼스 동연 보궐선거’가 부정선거라 판단해 확운위에서 동연의 해체를 결정한 것이다.

해당 보궐선거엔 동연의 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이 정후보인 ‘사이’ 선본과 전 부비대위원장이 정후보인 ‘정’ 선본이 출마했다. 이들 중 ‘사이’ 선본이 당선돼 동연을 이뤘으며, ‘정’ 선본은 후보자 등록 과정에서 징계를 받아 탈락됐다. 이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동연 선거시행세칙 개정에 선거 후보자 개입 △동연비대위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동연선관위)로의 전환 과정 중 의원 누락 △세칙에 명시돼 있지 않은 기준에 따라 선본에 징계 부여를 했단 점 등을 통해 동연 보궐선거를 부정선거라 판단했다.

선거시행세칙 개정에 후보자 개입
우선 중앙선관위에선 동연선관위의 선거 전 세칙 변경에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가 개입했단 점을 지적했다. 동연이 보궐선거를 위해 비대위 체제에서 선관위 체제로 전환하기 직전, 선거에 출마할 비대위원장이 동연선관위에 선거 세칙 변경을 요구했단 것이다. 비대위원장의 요구대로 실제 동연선관위는 ‘보궐선거는 3월에 진행한다’와 ‘선관위원장은 회장단이 공석일 시 비대위원 중 1인으로 호선한다’란 세칙 내용을 추가해 선거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비대위원장이던 신지혜<공학대 산업경영공학과 20> 씨는 “선거시행세칙이 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정 전 세칙이 미흡해 선거 시행조차 어려웠다”며 “세칙의 보완할 점을 동연선관위에 알린 것일 뿐 후보자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전했다. 보궐선거 당시 동연선관위원장이던 이윤형<공학대 국방정보공학과 20> 씨도 “동연선관위에서 회의를 통해 보완한 세칙이라 신 씨가 개입했단 것은 잘못된 설명”이라며 “선거의 공정성이 문제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에선 선거 세칙을 변경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판단했다. 중앙선관위원장 박세원<과기대 의약생명과학과 14> 씨는 “선거의 승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세칙 개정이라도 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세칙 변경에 의견을 낸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동연선관위로의 전환에서 의원 누락
이어 지난 2월 말 비대위 체제였던 동연이 보궐선거를 위해 동연선관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대위원이 누락된 것도 문제됐다. 동연의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비대위에서 선관위로 전환할 시 모든 비대위원이 선관위원으로 전환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동연선관위는 3인의 비대위원을 명단에 누락한 채 공고한 것이다. 신 씨는 “이들은 비대위원직을 사퇴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고 업무 태만으로 동연선관위에서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나머지 모든 비대위원들은 선관위 위원으로 전환했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동연선관위 명단에서 제외된 비대위원은 명단 제외에 당황스럽단 입장이다. 해당 비대위원 A씨는 “비대위원직을 사퇴하고 싶단 말을 한 적은 없었다”며 “신 씨가 일방적으로 비대위 이후 함께 일하지 못하게 됐다며 선관위에서 누락된 것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해당 비대위원 B씨도 “해임되고 동연선관위 명단에서 누락된 이후에 사퇴한다 밝힌 것인데 동연선관위에서 사퇴 의사를 밝혀서 해임했다고 오보한 것”이라 말했다.

이에 중앙선관위에선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에 비대위원이 해임됐다고 보기 어렵고 동연선관위의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원장 박 씨는 “명단에서 빠진 집행위원 3인에 대한 사퇴의 변과 같은 증거 자료가 없으므로 정식적인 절차상 전환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사퇴의 변은 선거를 위한 사퇴를 할 때만 작성된다고 알고 있어 이를 따로 제출받진 않았다”고 전했다.

관례에 따른 징계로 인한 선본 등록 취소
동연선관위에서 선본에게 ‘관례’를 기준으로 징계를 처분했단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보궐선거엔 동연으로 당선된 ‘사이’ 선본 외에도 ‘정’ 선본이 출마했는데, 동연선관위가 ‘정’ 선본에게 경고 2회와 주의 1회의 징계를 처분해 ‘정’ 선본은 후보자 등록을 하지 못하고 탈락됐다. 그러나 해당 징계 중 경고 1회의 처분 기준이 관례였단 것이다. 동연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선거시행세칙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관례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동연선관위는 세부적인 징계 기준은 없지만 ‘정’ 선본이 제출한 자료 중 추천인 명부에 인원이 중복된 것을 관례에 따라 경고 1회를 부여했다. 이 같은 결정에 ‘정’ 선본 정후보였던 서 씨는 “동연이 관례에 따라 경고 처분을 했다고 말했는데 해당 내용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동연선관위에선 ‘관례에 따른다’는 회칙을 따랐으니 해당 징계 처분이 문제가 없었단 입장이다. 이 씨는 “당시 선거 중이라 혼란을 가져올 것을 우려해 변경된 회칙을 공개하진 않았던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지난 선거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징계 처분된 사례는 공식 SNS를 통해 공고돼 있기에 지난 부비대위원장이었던 서 씨가 해당 내용을 몰랐단 것이 이상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관례에 따른 처분 자체가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중앙선관위원장 박 씨 역시 “관례에 대해 모든 후보자들이 동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의 공정성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동연의 중앙선관위 결정 불복 및 확운위서 동연 해체 결정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에선 해당 선거를 부정선거라 판단했고, 동연 선관위에 선거 무산을 요청했다. 이에 ‘정’ 선본과 ‘사이’ 선본은 동의했으나, 동연선관위에선 이에 불복하고 선거를 진행했다. ‘사이’ 선본 정후보였던 신 씨는 “부정선거라 판단하지 않았지만, 대외적으로 부정선거라 인식된 상황에서 당선된다 하더라도 동연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선거 무산에 동의했던 것”이라 말했다.

반면 동연선관위는 선거 무산엔 불복했으나 선거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이를 중앙선관위에 위임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중앙선관위와 동연 선관위는 엄연히 다른 독립적인 기구인데 선거 무산이란 요청은 동연 선관위의 권한과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기에 중앙선관위의 결정은 인정할 수 없었다”면서도 “중앙선관위에서 선거를 진행하는 것이 선거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이라면 선거를 위임해달라 전했지만, 중앙선관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중앙선관위원장 박 씨는 “동연 선관위에 △부정선거임을 인정하는 입장문 게시 △부정선거를 부정했던 입장문 철회 △선거 무산을 요청했지만 동연 선관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동연선관위가 부정선거라 인정하지 않고 이를 중앙선관위에서 위임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동연 대표자 보궐선거가 진행됨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부정선거가 치러진 학내 기구는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28일 확운위를 열어 동연의 처분을 논의했다. 확운위에선 △동연의 중운위 및 확운위 제명 △동연의 업무 및 권한 박탈 △동연 해체 건이 논의됐다. 동연 측에선 중앙선관위가 동연선관위에 선거 무산을 요청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중앙선관위 측에선 학생 기구의 부정 선거에 대해 조사하고 선거 무산을 요청할 권한이 충분했다며 반박했다.

이후 확운위에선 안건들에 대해 모두 과반수로 의결됐고 동연의 해체 후 동아리 관리를 위해 새로운 단체를 신설한다고 결정했다. 확운위원장 박 씨는 “동연과 관련해 확운위에서 학생들이 결정해줬다고 생각한다”며 “중앙동아리를 관리하는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기 위해 동아리 대표자들과 중운위 위원들 간 회의를 가질 것”이라 전했다.
 


*확대운영위원회: △중운위 위원 △동연 분과장 △단과대 및 학과 회장 등으로 구성된 의결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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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12:57
중앙선관위와 동연선관위 간의 갈등과 이해 관계도 복잡하고, 학내 기구들 간의 신뢰 구축과 공정한 선거 진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학생들의 권익과 학내 기구들의 책무를 보호하고, 선거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황예도 2023-07-27 16:44:02
이 글을 읽고 느낀 점은 학생들이 소속된 동아리와 대학 선거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의 부정적인 사안들이 발생하여 동아리의 해체 결정이 이뤄진 것은 안타깝습니다. 중앙선관위와 동연선관위 사이의 갈등과 권한 문제가 복잡한 상황을 만들었고, 학생들의 입장과 각자의 주장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동아리의 설립과 중앙선관위의 결정으로 미래를 개선해나가길 기대하며, 학생들의 이익과 학교 생활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