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연계는 배역의 경계를 넘나든다
요즘 공연계는 배역의 경계를 넘나든다
  • 이예빈 기자
  • 승인 2023.04.04
  • 호수 1563
  • 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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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연계엔 배역의 경계를 허무는 캐스팅 바람이 불고있다. 극 중 남성 역할을 여성 배우가 맡거나, 고정 배역 없이 한 명의 배우가 공연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식이다. 이를 극 중 역할에 따른 성 구분을 없앤 ‘젠더프리 캐스팅’, 나아가 정해진 고정 배역 자체를 없앤 ‘캐릭터프리 캐스팅’이라 한다. 실제로 지난 1월에 개막한 뮤지컬 「데미안」은 젠더프리 캐스팅을, 지난 3월 개막한 뮤지컬 「해적」은 캐릭터프리 캐스팅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렇듯 요즘 공연계는 새로운 캐스팅 방식을 도입하는 중이다.

캐스팅 방식의 변화는 아예 배역 자체를 고정하지 않는 형태로까지 나아가는 추세다. 과거엔 남성 캐릭터를 가끔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정도의 성별 전복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두되는 젠더프리 캐스팅은 서사 자체에 변주를 허용한다. 캐릭터와 다른 성별의 배우가 역할을 맡아 이성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김건표<대경대 연극영화뮤지컬과> 교수는 “젠더프리 캐스팅을 통해 기존의 남성 중심 서사를 깨고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한 공연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극과 서사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개방적인 캐스팅 흐름은 성별을 넘어 캐릭터나 배역에까지 다양성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실사 영화 「피터팬」의 주인공이 원작 애니메이션 주인공과 전혀 다른 피부색의 배우로 캐스팅된 것도 이를 반영한 컬러프리 캐스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캐스팅 방식의 등장엔 달라진 공연계의 연출 방식과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국내 공연계는 고전 작품과 희곡 위주의 극을 올렸는데, 이런 작품들은 대체로 남성 중심의 서사를 가진다. 작품 자체가 오래전에 쓰였거나 주된 소재가 △민주화 △역사 △일제강점기 △전쟁 등이기에, 자연스레 남성 주인공과 배역이 대부분이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연출 방식이 고전을 답습하는 것에서 나아간다. 김 교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극의 소재가 △장애 △젠더 △퀴어 △환경 등 현실의 이슈를 반영한 것으로 확장했다”며 “극중 인물 또한 기존의 가부장 질서보단 시대 현실을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계와 대중들은 이런 새로운 흐름을 반기고 있다. 먼저 관객에겐 다채롭고 입체적인 해석이 담긴 극을 관람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캐릭터의 고정된 특징에서 벗어난 해석을 접할 수 있단 것이다. 최근 이런 캐스팅 극을 관람한 A씨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성별이 매번 달라지니 오히려 캐릭터 자체의 특성이나 서사를 음미할 수 있었다”며 “배우마다 어떻게 성별을 뛰어넘는 연기를 보여주는지 감탄하며 관람하는 재미도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출 관계자와 배우들에게도 변화는 반가운 바람이다. 전에 없던 가능성에 도전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영화학과 에서 연출을 전공한 B씨는 “극을 연출할 때 배역에 제한을 두지 않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공연계에서 활동할 사람으로서 몹시 기대된다”고도 말했다. 배우의 경우엔 한 작품 안에서 성별과 캐릭터를 넘나들며 여러 배역을 맡아볼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연기를 전공하는 김정현<청운대 연극예술학과 22> 씨는 “배우의 개성을 살려 공연할 수 있단 점이 매력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공연계는 계속해서 시대에 발맞춰 틀을 깨는 캐스팅 방식을 시도하는 중이다. 지금껏 이런 캐스팅 극을 관람해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극장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도움: 김건표<대경대 연극영화뮤지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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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21:33
공연계에서 젠더프리 캐스팅과 캐릭터프리 캐스팅 등 캐스팅 방식의 다양성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공연은 더 다채롭고 현실적인 서사를 제공할 수 있으며, 배우와 연출자들은 창의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해석과 재미를 제공하며, 공연계의 발전과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캐스팅 방식의 다양성이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하며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