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요즘 영화관이 생존하는 법
'복합문화공간', 요즘 영화관이 생존하는 법
  • 신준엽 기자
  • 승인 2023.03.20
  • 호수 1562
  • 2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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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인파 속 운동복 차림의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띈다. 그는 영화 관람객이라기엔 다소 낯선 차림으로 상영관에 들어서는데, 그곳엔 스크린 대신 거대한 실내 암장이 자리하고 있다. 줄어든 영화 관람객들의 발길에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요즘 영화관의 모습이다.

영화관을 찾지 않는 관객들
최근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줄어들고 있다. 관람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는 관람료 인상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성장 때문이다. 송석주 영화평론가는 “영화 티켓값 인상에 관람객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과 OTT 플랫폼 다변화가 맞물리면서 집에서 OTT로 영화를 소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영화 관람을 위해 실제로 내는 평균 관람 요금은 지난 2022년 처음 1만 원을 넘어섰다. 영화 관람료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내리 1천 원씩 인상돼 주중·주말 관람료는 각각 1만4천 원, 1만5천 원이 됐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엔 8천444 원이던 평균 관람 요금은 2022년 1만285 원으로 약 21% 상승했다. 팝콘과 음료 등의 주전부리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려면 인당 약 2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영화 관람료 상승엔 코로나19로 인한 적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이 감염을 우려해 영화관에 가지 않자, 영화사들은 주요 기대작의 개봉을 연기했다. 기대작 개봉이 연기되면서 볼만한 영화가 없어, 소비자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나마 기대작이 개봉돼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인 △영업시간 제한 △좌석 거리두기 △취식 제한 등으로 소비자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급격하게 성장한 OTT도 극장가의 걱정을 더했다. 영화 한 편 값도 안 되는 구독료로 다양한 영화와 OTT의 독점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시민들이 굳이 영화관에 갈 필요를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표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4인 월 구독료는 1만7천 원으로, 인당 약 4천 원이다. 이상식<경영대 경영학부 19> 씨는 “집에서 OTT로 영화를 보는 게 더 편하다”며 “재밌다고 소문난 영화가 아니면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등 화제작들의 개봉하자 영화관의 관객 수는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영진위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체 관객 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절반(49.8%)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활로를 찾아 나서는 영화관들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화관은 가지각색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형 영화관에선 남는 상영관을 활용해 영화 외에도 극장의 특징과 장점을 살린 다양한 즐길 거리를 선보이며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류주한<국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극장에 갈 것”이라며 “극장은 생존을 위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먼저 확실한 수요층이 보장된 비영화 콘텐츠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과 영사 기술을 활용한 △예술 강연 △오페라 공연 △e스포츠 경기 중계 등의 비영화 콘텐츠에 마니아 팬층이 극장을 찾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CGV가 진행한 ‘2022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 중계 당시 생중계를 진행한 CGV 전국 상영관이 거의 매진을 기록했다.

비영화 콘텐츠는 일반 상업영화와 비교했을 때 총 관객 수는 적지만 관객 한 명이 지출하는 금액인 객단가가 높아 손쉽게 수익을 창출한다. 마니아 팬층은 관련 굿즈를 사기도 하고 스크린X, 4D 등 특별관의 비싼 관람료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극장에서 즐기면서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비영화 콘텐츠 상영은 주로 비수기에 이뤄진다”며 “유휴 상영관으로 수익을 내는 보완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점에선 특색 있는 문화 시설도 도입했다. 일례로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한 지점에 전시 공간인 ‘CxC아트뮤지엄’을 개관했다. 이 공간은 △아트숍 △전시장 △카페 등 다양한 문화 활동과 공간을 아우르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메가박스 또한 지난 2021년 한 지점에 국내 수제 맥주 브랜드 ‘제주맥주’와 협업해 ‘메가박스 X 제주맥주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한편 남는 상영관을 개조해 활용하기도 한다. 층고가 높은 상영관의 특성을 살려 클라이밍장 외에도 실내 스포츠 경기장과 실내 골프 연습장으로 개조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제 영화관은 더 이상 영화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김 문화평론가는 “이제 영화관은 소비자 유치를 위해 영화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고 있다”며 “영화관은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할 것”이라 말했다. 영화관은 영화 상영이란 전통적인 역할을 잃어버렸지만, 복합문화공간으로써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도움 : 김헌식 문화평론가
류주한<국제학부> 교수
송석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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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37:11
현재 영화관이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보고 생각하는 바는, 단순히 영화 상영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어진 영화관들이 새로운 차별화된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영화 콘텐츠나 문화 시설 도입은 유휴 상영관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관람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관람료 문제와 경험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합니다. 영화관은 단순한 영화 상영 장소를 넘어, 다양한 문화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