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청년 퇴사율... 단순 ‘끈기 부족’이라 볼 수 없어
높아진 청년 퇴사율... 단순 ‘끈기 부족’이라 볼 수 없어
  • 김연우 기자
  • 승인 2023.03.20
  • 호수 1562
  • 3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청년층의 높은 퇴사율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첫 일자리를 그만둔 청년층은 65.6%로 집계됐다. 또한 청년들의 첫 직장 근속기간은 평균 1년 6.8개월이다. 일각에선 이런 청년 퇴사율이 우리 사회의 근로환경을 반영한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청년층의 높은 퇴사율을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책임감 부족 때문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7월 커리어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1천124개 기업을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 퇴사’ 현황에 대해 실시한 조사에서 68.7%가 “MZ세대의 조기 퇴사가 이전 세대보다 많다”고 답했다. 또 그 이유에 대해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라서(60.9%,)’와 ‘평생직장 개념이 약한 환경에서 자라서(38.9%)’란 응답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20년 사람인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2.6%가 Z세대 신입사원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근성 △책임감 △희생정신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청년 퇴사자들은 이런 기성세대의 분석에  “청년 노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청년 퇴사율 증가가 △낡은기업 가치관  △고학력 저임금 현상 △경력직 채용 트렌드로부터 기인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 지적했다. 먼저,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조직이 잘못된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단 입장이다. 시대가 변하며 청년층의 가치관은 성장했으나 기업은 그렇지 않았단 것이다. 청년 퇴사자 A씨는 “애사심과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회사 분위기에 주말 출근을 하게 됐지만 돌아오는 보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퇴사 예정자 B씨 또한 “정시 퇴근하라면서 일은 넘치게 주고 퇴근 직전에 일을 주기도 했다”라 말했다. 21명의 청년 퇴사자의 인터뷰로 구성된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의 저자 천주희 씨는 “사회적 감수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이는 일에서도 중요한 척도가 됐다”며 “반면 기성세대들은 과거의 노동 윤리를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층은 고학력 저임금 현상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OECD 교육 지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의 대학 졸업자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69.3%를 차지했다. 그러나 청년층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는 동시에 비정규직 일자리도 함께 늘어나는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5~19세 연령의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 2003년 62.5%를 차지했으나 2021년 85.1%까지 상승했다. 동일 기간 20~29세 연령의 비정규직 비율은 29.6%에서 40%까지 상승했다. 청년들의 고학력자 비중이 높아진데 반해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이전 세대처럼 원하는 일자리를 한 번에 얻기 더욱 힘들어졌다. 따라서 청년들의 기대 임금과 실제 임금의 격차가 자연스레 벌어졌고, 이것이 고학력 저임금 현상과 조기 퇴사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노동시장의 변화를 지적한다. 백승호<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업이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직접 고용을 줄이고 △용역 △외주 △하청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안정적 노동 형태가 축소되고 비정규직 저소득 일자리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노동시장 자체가 축소되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 어려워졌다”며 “대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는 청년들도 노동시장의 축소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라 분석했다. 실제 지난 2022년 KBS가 조사한 청년 퇴사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이 퇴사한 기업 형태 중 중소기업은 61.5%, 대기업은 8%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력직 채용 트렌드가 청년층의 조기 퇴사 및 이직을 불러온단 의견도 있다. 구직준비자 C씨는 “첫 직장부터 원하는 회사에 취직하기 어렵다”며 “많은 대기업의 신입사원 모집 공고에서 경력자 가산점이 커 지원도 못하고 포기한 적이 있다”며 공감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500대 기업 신규 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하반기 채용 시장 트렌드로 ‘수시 채용 확대(31.1%)’, ‘경력직 채용 강화(28.3%)’ 등을 꼽았다. 

 


청년층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냉정한 사회의 시선이 변화되길 바라고 있다. C씨 또한 “모든 것을 청년 세대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시스템 문제에 대해 돌아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 작가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일, 노동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것이 근로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멈춰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잦은 퇴사를 단순한 인식 변화나 ‘끈기 부족’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 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13:35:58
기업들과 사회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노동환경과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청년들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하고 경력직 채용 트렌드를 재고해야 합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더 나은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스템적으로 문제점을 검토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