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일상을 벗어난 잠깐의 휴식
템플스테이, 일상을 벗어난 잠깐의 휴식
  • 강나은 기자
  • 승인 2023.03.14
  • 호수 1561
  • 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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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곳에 오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시민 A씨는 주말을 맞아 휴식을 위해 잠시 사찰을 찾았다. 사람들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산속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등 각자의 이유를 품고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즐기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의 불교 전통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문화관광부와 불교계가 함께 마련한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은 템플스테이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일상 속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템플스테이 참가자 대부분이 체험 전보다 체험 후 평균 일상 스트레스 척도 점수가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물과 공기가 맑은 사찰 속에서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B씨는 “종교는 불교가 아니지만 사찰에서만의 휴식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템플스테이에 참여했어요”라 말했다.

또한 사찰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템플스테이에선 △108배 △다도 △발우공양 △새벽예불 등 사찰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C씨는 “사찰에서만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며 “그중에서도 특히 108배를 꼭 체험해보고 싶었다 ”라 전했다.
이러한 매력을 가진 템플스테이를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기자는 대구시에 위치한 동화사에서 1박 2일간의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활동
템플스테이에선 심신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우선 사찰에 도착하자마자 입재식이 이뤄졌다. 입재식은 수행을 시작하는 의식으로, 불단에 놓인 초를 켜고 향에 불을 붙여 이마에 잠시 갖다 댄 다음 불단에 공양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동화사 템플스테이 관계자 D씨는 “초는 마음을 맑게 해주고 향은 머릿속의 번뇌를 없애준다”고 전했다. 

또한 하루의 시작인 새벽예불도 진행됐다. 사찰에선 예불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 중 예불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법당에 모여 스님을 따라 예불을 올렸다. 예불이 끝난 후엔 좌선이 이뤄졌다. 좌선이란 두 다리를 포개어 가부좌 자세를 한 후 무념무상의 경지로 들어가는 수행방법이다. 처음 좌선을 할 땐 잡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피곤하단 마음과 템플스테이를 끝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해야할 일들이 끊임없이 생각났다. 생각은 걱정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생각을 만들었지만 좌선이 끝나갈 무렵 자연스레 모든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됐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다른 참가자도 잡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좌선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생각을 비워야 한단 생각이 들 땐 어떻게 해야하나요?’란 한 참가자의 질문에 범준 스님은 “예불과 좌선도 마음을 비우는 수행이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아무 생각도 안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일상에서도 수행의 일부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전했다.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간은 차담이다. 차담은 스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기자와 함께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은 스님에게 자신이 안고 있던 고민과 평소 스님에게 궁금했던 것 등을 질문했다. 스님들은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사회로 돌아가기 전,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응원과 조언을 전했다. 기자는 ‘차담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님 또한 배우고 느끼는 점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범준 스님은 “스님들은 수행 밖의 세상 이야기를 잘 모른다”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님으로 살며 놓치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다른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생각해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동화사의 통일범종루에서 불전사물연주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 동화사의 통일범종루에서 불전사물연주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사찰에서의 특별한 식사
사찰에 머무르는 동안엔 공양간에서 세 번의 식사가 있었다. 사찰에선 식사 역시 수행의 일환이기 때문에 음식을 ‘공양’이라 부른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것을 ‘먹는다’란 표현 대신 ‘공양한다’란 표현을 쓴다.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동안엔 공양 전 입구에서 오관게란 다섯 구의 게송을 외운다. 오관게엔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와 욕심을 버리고 공양하겠단 다짐이 담겨 있다. 동화사 범준 스님은 “수행은 거창한 게 아니며 모든 행동마다 수행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이 음식이 어디서 왔고 나에게 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느끼는 것도 수행의 하나”라 말했다. 
사찰음식의 두 가지 큰 특징은 동물성 식품을 금지하는 것, 그리고 매운맛을 내는 다섯가지 채소인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불교에선 살생을 금지하기 때문에 △계란 △동물육 △어육 등의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다. 또한 불교에서는 오신채가 화를 유발하고 맛에 대한 집착을 초래한다고 보아 식재료에서 배제한다. 이러한 오신채에는 △달래 △마늘 △부추 △파 △흥거가 해당한다. C씨는 사찰음식에 대해 “막상 먹어보니 일반식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사찰음식이라 하면 입맛에 맞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극적인 음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또한 기자는 공양을 수행의 일부로 생각하면서 이 식재료가 어디서 와서 지금 내 식탁 위에 있는지, 내가 지금까지 너무 욕심내서 필요 이상의 음식을 먹진 않았는지 되돌아 볼 수 있었다.

▲ 세계 최대 규모라 알려져 있는 동화사의 약사여래대불이다.
▲ 세계 최대 규모라 알려져 있는 동화사의 약사여래대불이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로 만들어 낸 수려한 건축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며 사찰 내 건축물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건축물을 관찰하며 오랜 세월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축물들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한국 불교 건축물이 다른 나라의불교 건축물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대웅전이다. 사찰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대웅전은 신라시대에 처음 지어졌으며 8번의 재건축 이후 조선 영조  때 현재의 모습으로 건립됐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이겨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건축물과 이를 유지하는 기술력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대웅전의 뒷편엔 여러 개의 건물이 모여 있는데, 그 중 산신각과 칠성각은 한국의 불교건축에서만 볼 수 있는 형태로 알려져 있다. 건축학부 E교수는 “삼성각이라고도 불리는 산신각과 칠성각은 한국의 민간 신앙 사상이 결부돼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건축물”이라며 “삼성각엔 △복 △수명 △재물을 관장하는 존재인 △독성 △칠성 △산신을 모시고 있다”고 전했다.

▲ 사찰의 중심에 위치한 대웅전의 모습이다.
▲ 사찰의 중심에 위치한 대웅전의 모습이다.

본격적인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기 전, 스님은 참가자들에게 한 가지 과제를 줬다. △숨 쉬는 것 △먹는 것 △걷는 것을 느껴보며 진짜 ‘나’를 느껴보라는 것이 과제였다. 시간이 정해진 공양 이외엔 모든 것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이곳에서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구경하고 새벽에 일어나 명상하면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템플스테이 과정에서 기자가 느낀 진짜 ‘나’는 ‘가끔은 온전히 쉬어야 하는 나’였다. 범준 스님은 과제의 답에 대해 “사실 모두가 쉬는 방법을 잘 모른다”며 “짧게든 길게든 생각을 정리하고 싶거나 쉬고 싶을 때 사람들이 템플스테이를 찾아 나를 느끼며 푹 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템플스테이 관계자 D씨는 어떤 사람에게 템플스테이를 추천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분이요”라고 답했다. 그는 10대와 20대에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를 찾는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바쁜 일상에 지쳐있다면, 지금 잠시 나를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도움: 동화사 범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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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3:55:59
템플스테이가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안정을 위한 좋은 방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도심의 소음과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순간적인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불교 문화와 수행 방법을 체험하면서 일상에서 쉬는 법을 배우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