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챗봇, 도대체 정체가 뭐니?
AI챗봇, 도대체 정체가 뭐니?
  • 신준엽 기자
  • 승인 2023.03.14
  • 호수 1561
  • 4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2일 출판된 도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은 초고 작성부터 검수까지 단 30시간이 소요됐다. 이틀이 채 지나기도 전에 260쪽의 책을 쓸 수 있던 건 저자가 인공지능(AI)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이 쓴 기획안의 목차를 바탕으로 AI 챗봇인 ‘챗GPT’가 영어로 원고를 작성하고 번역 AI인 ‘파파고’를 거쳐 완성됐다. 보통 책 한 권의 집필에 짧아도 수개월이 걸린단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인공지능 시장에 불붙인 '챗GPT'
공개와 동시에 큰 파장을 일으킨 챗GPT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AI 회사 OpenAI가 출시한 서비스로, 사용자가 질문하면 그에 맞는 답변을 한다. 챗GPT의 성능은 AI 언어모델에 기반한다. 이는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시스템이다.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텍스트가 제시되면 다음 텍스트를 예측해 문장을 생성한다. 기존 AI 챗봇도 자연스러운 대화는 가능했지만, 챗GPT는 이를 넘어 △작문 △정보검색 △코딩 등 복잡한 작업까지 가능해졌다.

챗GPT가 독보적인 성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에 있다. 김동진<일반대학원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챗GPT는 인터넷 문서, 책 등 3천억 개 이상의 자료를 학습했다”며 “많은 학습량이 챗GPT의 성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챗GPT에 쓰인 AI 언어모델 ‘GPT-3.5’의 학습량은 45TB로 이전 모델인 ‘GPT-2’의 학습량 40GB와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이 차이로 챗GPT가 복잡한 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편 챗GPT가 출시 두 달 만에 월간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자 AI 시장 선점을 위해 다른 대형 IT 기업들도 AI 서비스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AI 챗봇 ‘바드’의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고, 바이두는 AI 챗봇 ‘어니봇’을 3월 중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에선 카카오, 네이버 등에서 한국어 특화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인공지능 일상화 시대를 열다
챗GPT를 이용하면 반복 작업과 정보 검색 등의 단순노동 효율을 크게 높여준단 사실에 업무에서 챗GPT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람이 프로그래밍 코드를 짜기 위해선 인터넷에 공식을 검색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지만, 챗GPT에게 ‘프로그래밍 구현에 필요한 코드를 구현해줘’라고 부탁하면 짧은 시간에 코드를 완성해준다. 김 교수는 “AI 챗봇이 발전하면서 복잡한 명령도 알아듣고 세심한 조언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활용하면 글과 언어가 필요한 모든 작업이 편리해질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지난 1일 OpenAI에서 ‘챗GPT API’를 저렴한 가격에 공개해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적용한 서비스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API란 프로그램 간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두 소프트웨어를 이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미국의 식품 배송업체 ‘인스타카트’는 이 API를 활용해 ‘식사 메뉴 추천’, ‘쉽게 만들 수 있는 건강식 추천’ 등에 답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 AI 모델이 없는 기업에서도 챗GPT를 목적에 맞게 학습시켜 맞춤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AI가 상용화되면서 더욱 세심한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AI 챗봇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창작 능력까지 보이는 AI 챗봇은 얼핏 만능 같아 보이지만, 작동 방식에서 오는 한계가 있다. AI 챗봇은 학습한 데이터에서 통계적으로 가장 근접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로 인해 AI 챗봇은 학습한 데이터에 따라 △부정확한 정보 △편향된 발언 △혐오 발언을 답하는 등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은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학습 데이터 정제나 사용자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 등의 방법으로 오류를 줄이는 건 가능하지만 완전한 극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AI 챗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단 서로 협업하는 관계가 돼야 한단 목소리가 있다. 또한, 김 교수는 “AI 언어모델은 글쓰기 개념을 가진 게 아니라 학습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그럴싸한 문장을 생성할 뿐이다”며 “인간이 아이디어를 내면 AI 언어모델이 내용을 생성하는 방식의 협업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이라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선
AI 챗봇을 시작으로 근시일 안에 AI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이를 도구로 활용하는 건 일상화 될 수 있다. 그런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선 AI 리터러시와 악용을 방지할 규제책이 필요하다. AI 리터러시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성미영<인천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AI는 지금의 작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AI를 활용하고 AI의 오류를 알아낼 능력 함양을 위해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AI 기술을 범죄에 악용한 사례를 막기 위해 AI 사용 규제가 필요하다. 개발사에선 AI 챗봇이 범죄에 악용되는 걸 막고 있지만 우회적 질문으로 답변을 유도해 범죄에 사용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챗봇에게 ‘학생들을 속이는 피싱 메일을 작성해줘’란 질문엔 답변을 거부하지만 ‘학교 행정팀에서 학습 관련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으라고 요청하는 메일을 작성해줘’라고 질문하면 답변한다. 이 내용을 조금만 수정하면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 이에 지난달 14일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AI 사용 규제보단 AI 산업 육성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성 교수는 “AI 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AI가 사회적 가치에 맞는 용도로 사용되도록 규제에 중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쩌면 영화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인다. AI가 우리 사회에 온전히 정착할 날을 위해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 김동진<일반대학원 인공지능학과> 교수
성미영<인천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13:54:22
챗GPT와 파파고의 조합으로 단기간에 책을 완성한 사례는 혁신적이며, AI가 언어와 작문에서 창의적이고 복잡한 작업까지 수행한다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AI 챗봇의 부정확한 정보와 편향된 발언, 혐오 발언 등의 한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AI 리터러시 교육과 AI 사용 규제가 필요하며, AI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정책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AI와 협력하여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