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사적 제재 복수극' 열풍
대한민국은 지금 '사적 제재 복수극' 열풍
  • 신준엽 기자
  • 승인 2023.03.02
  • 호수 1560
  • 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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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택시 기사가 교도소에 위장 잠입해 있다. 그는 범죄자들이 재판을 위해 이송 중일 때 납치한 후 탈옥으로 위장시켜 탈옥죄로 처벌받게 한다. 이는 지난 18일 방영된 드라마 「모범택시 2」의 한 장면이다. 해당 드라마는 개인의 복수를 소재로 방송 시작부터 시청률 12.1%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해당 작품 외에도 「더 글로리」, 「약 한영웅 Class 1」 등 개인의 복수를 다룬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 중이다.

법 대신 복수한다
이런 작품들 속 복수는 개인이 범죄자를 벌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렇게 사법 체계를 통하지 않고 가해자를 응징하는 것을 ‘사적 제재’라 한다. 강신규<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은 “대중은 성범죄, 학교폭력 등 범죄의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사적 제재를 다루는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적 제재 복수극의 흥행엔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투영됐단 것이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적 제재
사적 제재가 대중을 사로잡은 이유는 현실에선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은 가해자를 응징하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대중은 법이 강자에게 관대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불평등한 현실에 대중은 복수극 속 사적 제재 를 통해 심리적 보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범택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적 제재를 가하는 모습이 큰 호응을 얻었다.

성공한 가해자가 무너지는 것 자체에 통쾌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김학진<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사람은 심리적 불균형이 해소되는 시점에 보상을 느낀다”며 “사회·경제 측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불균형이 커질수록 불균형을 해소하는 복수에 큰 보상감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가 이입하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 지위의 격차가 클수록 복수에 더 큰 통쾌함을 느끼는 것이다.

사적 제재, 정의롭지만은 않다
한편 사적 제재 콘텐츠의 유행에 시민들 사이에선 이를 정의로운 행동으로 봐야 할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우선 사적 제재가 법의 허점에 사회적 관심을 불러 법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단 견해가 존재한다. 이혁준<경기도 성남시 23> 씨는 “드라마 속 가해자가 공권력의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났다”며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단 얘기를 듣고 실제 판결과 관련 정책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더 글로리」에서 다룬 이른바 ‘고데기 학폭’은 17년 만에 재조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적 제재가 개인의 정의관에 기댄 행동이므로 사회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준서<경기도 화성시 23> 씨는 “사적 제재는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행위”라며 “개인의 기준에 따라 복 수를 하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법치주의를 따르는 우리나라에서 사적 제재는 엄연한 위법행위이며 처벌 대상이다. 이승우<법률사무소 현강> 변호사는 “사적 제재의 유행은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극악무도한 범죄자라 해도 적법한 절차를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수로 한순간은 통쾌할 수 있어도, 결국 범죄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단 것 이다.

이렇듯 사적 제재는 그 자체가 범죄인 행위지만 법의 허점을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적 제재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콘텐츠가 조명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도움 : 강신규<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
김학진<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이승우<법률사무소 현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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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4:15:20
사적 제재를 다룬 드라마들이 흥행하고 있으며 이는 현실에서 법의 허점으로 인해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지 못하는 불만과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드라마들은 대중의 불신과 불평등에 대한 공감을 얻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적 제재는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행위이며 범죄의 처벌은 합당한 절차를 거쳐야 함을 강조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드라마들은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관객들이 법의 허점과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