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디그리’, 학생들 사이 활성화 되려면
‘마이크로 디그리’, 학생들 사이 활성화 되려면
  • 강나은 기자
  • 승인 2023.03.02
  • 호수 1560
  • 3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에선 융복합 인재 양성 및 학사제도 유연화를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소단위 학위과정, 이른바 ‘마이크로 디그리’ 운영과 관련된 조항을 신설했다. 이전까진 대학 내에서만 운영된 소단위 학위과정을 △산업체 △연구기관 △타 대학 등과 연계해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더해 기존의 교육과정에서 이뤄지는 학위 증명 방법이 법제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령 개정 이전에 마이크로 디그리가 국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짚어봐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 디그리란 ‘마이크로(micro)’와 ‘디그리(degree)’의 합성어로 작은 단위의 학위를 의미한다. 기존의 대학 학위와 가장 큰 차이점은 적은 이수 학점으로도 관심 분야의 이수증이나 미니 학위를 받을 수 있단 점이다. 이수 부담이 적고 실제적인 기술이나 지식을 짧은 시간에 습득할 수 있단 장점이 있어 우리 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에서 마이크로 디그리 과정을 도입했다. 서강대의 경우는 졸업 요건으로 마이크로 디그리 이수를 포함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 학교 서울캠에선 18개의 마이크로 전공이, ERICA캠에선 52개의 마이크로 전공이 개설된 상태이다.

학생들은 모르는 ‘마이크로 디그리’
그러나 제도의 장점과 많은 대학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 디그리는 학업 과정에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이지만 정작 학생들은 본 제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 A씨는 “학교에서 마이크로 전공이 운영된단 건 들어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과정인지는 잘 모른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21년 대학생 270명을 대상으로 「차세대융합기술학회논문지」에서 진행한 ‘마이크로 디그리에 대한 학습자 인식 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85.5%의 학생들은 마이크로 디그리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잘 몰라서’라 답했다.

마이크로 디그리의 문제점은?
이처럼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성급한 제도 도입 △한정된 수업 영역 △취업시장에서의 낮은 영향력 때문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들이 마이크로 디그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제도를 성급히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 대학에선 마이크로 디그리 교과목을 개설하다 △기존 교과목 위주의 과목 편성 △부실한 교과목 설계 △불분명한 교육 목표 등으로 인해 전체 접수된 14개의 과정 가운데 7개의 과정만이 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최경준<숭실대 교양교육연구센터> 교수는 “마이크로 디그리와 같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제도는 학내 소수의 구성원에 의해 도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경우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선 해당 제도의 가치와 목표를 내부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디그리의 수업 영역이 한정돼 학생들의 수요와 관심이 반영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개설된 마이크로 디그리 교육과정은 △상경 계열 △소프트웨어 △심리학 △인공지능 등 한정된 분야의 수업만이 개설돼 있다. 이에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의 수업이 개설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타학교 학생 B씨는 “올해부터 신설된 마이크로 전공을 신청하려 했으나, 관심 있는 분야의 수업이 아예 없고 개설된 수업의 수가 적어 신청하지 않았다”며 마이크로 디그리를 이수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 디그리는 취업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활성화되기 어렵단 목소리도 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에선 역량을 기르는 것보단 학력 또는 학벌 자체가 더 중시되기 때문에 주로 역량의 증표로만 여겨지는 마이크로 디그리가 활성화되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마이크로 디그리가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근시안적으로만 맞추는 것으로 비친단 의견도 존재한다. 교수 C씨는 “기업은 전공 과목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가진 인재를 더 중요시 여긴다”며 “시대 변화를 쫓아가는 인재를 키워내는 마이크로 디그리도 중요하지만 이는 시대 변화를 예측하고 만들어내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진 인재에 뒤처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마이크로 디그리가 활성화 되려면
마이크로 디그리가 활성화되기 위한 방안으론 다양한 과목 개설과 교육 체계의 보충이 언급되고 있다. 우선 기존 교과목에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를 도입하기보단,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마이크로 디그리 과목이 신설돼야 한단 것이다. 함승환<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학생들의 관심사 또한 예측할 수 없이 다양해진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고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에 반영해 일반 전공에선 경험할 수 없던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 교수 또한 “교수자의 일방적인 수업 제공을 넘어 마이크로 디그리 제도가 학생들의 교과목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대학 간의 학점교류 제도를 이용하며 각 학교에서 특성화된 수업을 운영하는 것 또한 제시되고 있다. 최 교수는 “마이크로 디그리 수업이 학점교류 제도에 개설된다면 학생들의 강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강의 개설이 부족하게 되더라도 타 학교의 수업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학생들의 교육권과 다양한 경험을 보장하는 마이크로 디그리의 운영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움: 최경준<숭실대 교양교육연구센터>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혜원 2023-08-01 14:12:03
교내 구성원들에게 마이크로 디그리의 가치와 목표를 설명하는 교육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수업 개설과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한 과목 신설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학 간 학점 교류 제도를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각적으로 노력하여 마이크로 디그리의 활성화를 이루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