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몇 가지 제언 - 부제: 미처 그땐 나도 몰랐던
[독자위원회] 몇 가지 제언 - 부제: 미처 그땐 나도 몰랐던
  • 임윤지<정책대 정책학과 18> 씨
  • 승인 2023.03.02
  • 호수 1560
  • 6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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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 청춘과 대학 생활을 바쳤던 이 학보사에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이 집단에 오래 몸담았던 만큼 기자들이 어느 부분을 취재하다 애먹었을지도, 밤새 원고를 수정하면서 어디를 매끄럽게 다듬지 못했을지도 대략 짐작이 간다. 그런 고군분투를 거치면서 신문을 만들어냈을 기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약간의 (애정이 담긴)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대학 언론이 보도해야 할 사안은 첫째로는 당연히 ‘대학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학교가 돌아가는 모습은 누구보다도 학생들이 잘 알 테고, 이런 정보를 신속하고 꼼꼼하게 기사로 기록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학보의 역할이다. 이런 면에서 보건대 한대신문의 3, 4면은 학내 사안들을 구석구석 잘 담아냈지만 시기상 일반 학우들의 관심을 끌기에 늦었다. 물론 발행 일정상 소식을 빠르게 전하기 어렵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단 점을 잘 안다. 그리고 필자 역시 대학보도부에서 활동했기에 기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냉정하게도 독자들은 학보사의 내부 사정까지 고려하며 우리 신문을 읽어주지 않는다. 딱 신문을 펼친 독자의 입장에선 이미 학내 커뮤니티 등으로 접한 정보였을 거고, 별다른 새로운 소식이 추가로 없다면 신문을 읽을 이유가 없어진다. 이런 점을 보완하려면 SNS상의 ‘속보’ 발행이나 ‘포토 뉴스’ 등을 통해 그때그때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아내는 건 어떨까. 학교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접하고 기사로 내보낼 수 있단 점을 앞세워 학교 내에서의 존재감을 키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지면의 경계에만 엄격하게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면을 할애하는 비율과 각 지면별 역할의 틀에서 벗어나란 의미다. 8면에 꼭 한양프라이드나 에브리한이 아니더라도 패널 초청 좌담회나 심층·르포 기사를 담는 것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6, 7면의 오피니언 면도 그 신문의 색깔과 매력을 아주 잘 보여주는 지면들이라 생각한다. 한대신문도 지금처럼 매번 비슷하게 하기보단 칼럼 필진도 다양하게 구성하는 데 신경 쓰고,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더 담길 수 있도록 코너를 개편해보는 것도 제안해본다.

한편, 누군가는 대학 밖의 사안이나 학생 사회와 별 관련이 없는 일을 학보가 굳이 다룰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편집국장을 할 적에 이 같은 비판에 직면했고 ‘학보의 범위’에 대해 고민을 오래 해봤지만, 여전히 학보의 역할을 대학에만 굳이 국한할 필요는 없단 결론에 다다랐다. 학보는 대학의 유일무이한 언론사이기에 대학 소식을 다루는 게 주요 역할인 건 맞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언론사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학보가 ‘그 학교 구성원들만 읽는 신문’에만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5면에 실렸던 이란 히잡 시위와 같은 국제 이슈처럼 사회·정책에도 목소리를 내서 불특정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신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끝으로,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기자들에게 조심스럽지만 정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쉽게 쓰인 글은 감흥이 없다. 기사는 원래 수고로운 것이다. 그냥 인터넷 몇 번 검색해서 ‘정성스럽게 짜깁기’한 기사는 사실 티가 난다.

오늘 여러분의 손에서 나가는 기사 한 줄에, 지금 여러분이 읽고 넘기는 그 한 줄에 담긴 무거운 책임감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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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원 2023-08-01 14:17:51
대학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 안에서 벌어지는 사안과 학생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기사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SNS나 속보 등을 통해 더욱 신속하게 학교 소식을 전달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