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문을 열며
[장산곶매]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문을 열며
  • 지은 기자
  • 승인 2023.01.02
  • 호수 155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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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은편집국장
                                                            ▲ 지은<편집국장>

한대신문 활동을 하며 자랑스러운 마음보단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질 때가 많았다.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맡은 직책에 내가 걸맞은 사람일까?” “내 기사가 그렇게 부족한가?”란 의문으로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왔다.

사실 한대신문에서 자존감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야심차게 준비한 기사의 기획 의도부터 형편 없단 소리를 들어야 하고, 꾸역꾸역 쓴 문장들의 결말은 ‘아쉬워요’다. 눈물을 참아가며 진행한 인터뷰는 완벽한 기사를 위해선 택도 없이 부족하다. 매번 부족하고, 아쉽고, 엉망인 상태로 목요일과 금요일, 마감-조판 회의를 샜다. 엉망인 하루들은 신문의 지면을 꿋꿋이 채웠고, 공백없이 대학보도부의 넓은 지면을 메워가며 결국 이 자리에 도달했다.

“그렇게 힘들면 그냥 나와 은아, 이제 그만해 한대신문”이라 말하던 엄마의 말을 왜 필자는 듣지 않았을까? 그렇게 힘들면 그만하면 되는데, 왜 온 몸과 마음으로 한대신문의 자리를 지켰을까? 진로를 위한 자기계발도 아니다. 구성원들에게 애착을 가져서도 아니다. 더 높은 직책이 탐나서도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놀랍게도 한대신문 그 자체에 대한 사랑 뿐이었다.

회색 종이 위에 포인트가 되는 파란색 한양 로고, 사진과 글자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한 지면, 예쁜 레이아웃과 인포그래픽은 방황하던 마음을 한대신문에 멈추게 했다. 직접 기사를 배치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신중하게 골라 편집하고. 신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중간에 서 있단 건 상상 이상으로 결과물에 애착을 갖게 한다. 매주 월요일마다 나온 종이 신문을 들고 한 장 한 장 펼쳐보면서 필자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닿은 모든 곳에 만족감을 느꼈다.

필자의 기사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되돌릴 수 없는 반복된 문장, 부족한 취재, 정리되지 않은 문단들은 필자를 부끄럽게 만든다. 하지만 이 일련의 부족함들을 사랑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두 손 모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 이 부족함엔 나의 시간과 진심이 묻어났고, 파릇파릇한 스물 하나의 시각이 그대로 붙어 있으니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이러한 마음들이 필자를 학생회관 4층 한대신문사에 묶어두었다. 붙들고 버티게 해 한 번 더 새로운 직책으로 새학기를 맞게 한다.

이번 학기에도 분명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편집국장이라는 자리를 바닥에 버려두고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올 것이다. 그래도 필자는 이 사랑하는 마음을 믿는다. 지면 전체를 데스킹하고, 작은 요소들에 관여하고, 기자들의 하루를 책임지다 보면 사랑하는 마음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 전 지면에 빳빳하게 묻어날 손때가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편집국장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여럿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사람들이 한대신문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한대신문을 사랑하도록 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대신문의 기자들이 신문에 깊이 애착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자들 중 누구도 이해되지 않는 날카로운 말에 찔려 상처받지 않도록, 한대신문 생활을 캄캄한 밤처럼 느끼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신문의 질은 뛰어다니는 기자의 발에서 나오고, 기자의 발은 세상과 신문을 사랑하는 굳게 기울어진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모두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문을 열 수 있도록, 2023년도 1학기의 한대신문을 이끌어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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